- 4년 사이 분양가 대비 2~3배 ‘껑충’
- ‘악취·상가 공실·교통체증’ 3중고에 몸살
집값은 계속 뛰는데 살기는 불편한 ‘헬리오시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입주민들은 불편하다. 완공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파트 단지 곳곳에는 악취가 올라온다. 단지 내 상가도 공실이 많아 생활 인프라가 아직 조성되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단지 앞 대로는 출퇴근 시간대에 주차장으로 변한다.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곳은 매일 같이 신고가 랠리 중이다. 바로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이야기다.

◆ 집값 떨어질까, 입주민 사이 갈등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99㎡는 지난 7월 2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19억5000만원에서 단숨에 1억원이 뛴 것이다. 다른 전용면적대의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넘게 올랐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의 아파트들은 평균 분양가가 6000만원대 안팎에 형성돼 있다. 2015년 3.3㎡당 평균 분양가가 2626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4년 사이 무려 2~3배가 뛴 것이다.

헬리오시티는 송파구 송파대로 345에 자리한 9510가구의 국내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다. 건축 당시 사업 구역 면적이 여의도 공원 면적(22만9539㎡)의 2배에 달해 ‘미니 신도시’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입주를 앞두고 대규모 물량이 한 번에 풀리면 역전세난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우려는 온데간데없고 더욱 활기 찬 모습이다.

재건축 이주 수요와 자사고 폐지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소화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 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밝히자 전세로 거주하면서 로또 분양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나 전셋값이 더욱 치솟고 있다.

헬리오시티에는 현재 3만여 명이 입주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지하철 8호선 송파역과 인접해 있고 주변에 가락초·잠실여고·해누리초 등 학교가 많아 ‘학세권’으로도 통해 여전히 수요가 넘쳐난다.

하지만 헬리오시티에 사는 사람들은 상당한 불편을 겪고 있다. 부실 시공, 악취, 인프라 부족, 교통 체증 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 문제를 두고서도 단지 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해결을 원하는 세입자들과 집값이 떨어질까 쉬쉬하는 집주인들의 힘겨루기다.

특히 악취 문제는 심각하다. 헬리오시티 단지 중 일부 특정 동에서 나는 악취에 고통 받는 일부 입주민들은 헬리오시티 내부 커뮤니티 또는 송파구청 등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을 소유하고 있는 주인들은 집값에 영향을 미칠까 ‘외부로 이를 알리지 말라’고 종용하고 있는 반면 전세 등으로 입주해 있는 임차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에 알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이 문제를 두고 입주민 커뮤니티에선 관련 글이 외부에 검색되지 않도록 설정해 놓았고 댓글을 통해 입주민끼리 설전을 벌이고 있다.

헬리오시티의 악취 문제는 더위가 시작된 7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은 악취의 이유가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이나 탄천물재생센터의 영향 때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헬리오시티는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과 인접하다. 헬리오시티가 들어서기 전에도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인근에서는 오염물 처리 냄새, 도축장 냄새 등의 민원이 제기돼 왔었다.

하지만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측은 2016년 현대화 시설로 바꾼 이후부터 악취가 대부분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다음 원인으로 추정되는 것은 탄천물재생센터다. 헬리오시티 1단지 쪽에 붙어 있는 탄천 맞은편에 자리하며 단지와 직선거리로 2km 내외다. 탄천물재생센터는 서울시 4개 물재생센터(탄천·중랑·서남·난지) 중 하나로, 생활하수가 하천에 방류되는 것을 막아 하천의 오염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곳은 강동·송파구 전역, 강남·서초구(일부 구역 제외), 하남·과천시(일부 구역 제외) 등 4개구 2개시의 물을 처리한다. 처리 시설 규모는 하루에 90만 톤에 이른다. 탄천물재생센터에서 가까운 1단지 쪽에서 유독 악취를 느낀다는 점에서 이곳도 냄새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헬리오시티 입주민들의 민원 제기에 탄천물재생센터 측은 “풍향 방향이 단지에서 센터 쪽으로 불고 있어 단지에서 나는 냄새와는 연관이 없다”고 설명한다.

◆ 70%는 비어 있는 단지 내 상가
집값은 계속 뛰는데 살기는 불편한 ‘헬리오시티’
이 밖에 헬리오시티는 누수와 관련된 부실 시공 논란을 겪기도 했다. 천장 매립형 시스템 에어컨을 옵션으로 설치한 5000가구 중 350여 가구에서 누수 하자가 발생해 한동안 시끄러웠다. 다행히 큰 문제가 아닌 시스템 에어컨에 연결된 단순 배관 문제로 시공사에서 빠르게 대처해 일단락됐다.

헬리오시티는 생활 인프라에서도 입주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단지 내 상가가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공실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실제로 송파대로 방면 1층에는 은행·편의점·식당 등이 들어서 있긴 하지만 3곳 중 2곳은 공실이다. 상가 내부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마치 부동산 전용 상가에 들어온 듯 20여 개의 부동산이 빽빽이 밀집해 있을 뿐이다.

가장 많은 점포가 들어설 지하의 공실은 더 많다. 지하 1층의 203개 점포 중 70% 정도가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일부 구역은 입주한 가게가 전혀 없는 곳도 있는 실정이다. 3만여 명의 수요를 가지고 있는 상가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편의시설이 빈약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입주민들은 집 앞 상가를 두고 가락시장 쪽이나 중대초등학교 방면 상권을 이용하고 있다.

교통 체증도 입주민들을 괴롭히는 요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송파구 일대에는 대규모 단지들이 대거 들어섰다. 헬리오시티 외에도 1만 가구가 넘는 위례신도시 그리고 곳곳에서 크고 작은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됐다.

여기에 더해 올해에는 3000가구에 육박하는 북위례신도시도 입주를 시작한다. 또한 송파와 인접한 하남에는 미사강변신도시가 조성돼 있고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교산신도시도 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차량이 몰리면서 헬리오시티 앞 송파대로는 출퇴근 시간대에 주차장으로 변한다. 이러한 교통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례신도시와 하남에서 쏟아져 나오는 교통량만 줄어도 약간의 여유가 생길 수 있지만 이들 지역의 교통 대책은 답보 상태다. 대표적인 것이 위례신사선으로 2024년 개통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착공은커녕 사업자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에야 민자 사업을 위한 3자 지정 공고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지금부터 아무리 사업에 속도를 내도 2028년 개통도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