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설명회 열고 “삼성 QLED TV는 LED TV 불과” 맹공…8K 화질 놓고 날 선 공방전
OLED에 미래 건 LG, 삼성 QLED 약점 정조준
(사진) LG전자 직원이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9월 17일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8K TV 제품 해상도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LG전자 제공

“경쟁사(삼성전자) 8K TV는 8K가 아니다.”
LG전자는 기자들을 모아 삼성전자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9월 17일 여의도 LG 트윈타워에 삼성 QLED 8K TV와 LG 나노셀 8K TV가 나란히 전시됐다. LG전자는 이날 ‘디스플레이 기술설명회’를 개최해 삼성 QLED TV를 분해하고 부품을 하나하나 전시하며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공세를 이어 갔다.

LG전자가 이날 삼성 TV를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삼성전자 TV가 8K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LG전자는 전자 확대경을 통해 보이는 픽셀 구조를 언급하며 삼성 8K TV는 화소 수로는 8K가 맞지만 화질 선명도 기준으로는 8K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에서 정한 8K TV는 화소 수(7680×4320)와 화질 선명도(CM) 등 두 가지 요건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데 삼성전자의 2019년형 8K QLED TV는 화질 선명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8K, 화질 선명도(CM)가 50% 넘어야”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은 “자체 조사 결과 삼성전자의 QLED TV의 화질 선명도는 12%로, 국제적으로 합의된 규격에 미치지 못해 해상도 기준으로 8K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ICDM은 2012년부터 모든 디스플레이에 대한 해상도 측정법으로 화질 선명도를 활용하고 있다. ICDM에 따르면 ‘화질 선명도’ 50% 이상을 8K 해상도라고 규정하고 있다. 화질 선명도는 디스플레이가 흰색과 검은색을 대비해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지를 백분율로 나타내는 값이다. 사람이 눈으로 봤을 때 인접한 화소를 구분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낸다.

LG는 CM 값이 화질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기 위해 밤하늘에 별빛이 반짝이는 영상을 자사 4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삼성 8K TV에 동시에 틀었다. 하지만 현장에 있던 삼성 QLED TV에는 별이 잘 보이지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화면이) 꺼진 줄 아셨겠지만 이 TV가 QLED 8K”라며 “백라이트의 한계로 별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삼성 TV의 화질 선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시야각’ 개선에 따른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다. 시야각은 TV를 정면이 아닌 양옆에서 보더라도 화면의 밝기나 색깔이 왜곡되지 않고 표현되는지를 보는 화질 평가 기준이다.

남 전무는 “경쟁사(삼성) 패널이 시야각에서 LG 대비 좋지 않아 시장에서 꾸준히 이슈가 됐다”면서 “삼성이 올해 내놓은 TV의 시야각이 작년보다 좋아졌고 이를 보완한 데 따른 부작용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LED에 미래 건 LG, 삼성 QLED 약점 정조준
(사진) 서울 여의도 LG 트윈타워에서 9월 17일 열린 기술설명회에서 남호준 전무가 QLED TV에 적용된 퀀텀닷 시트를 들고 있다./LG전자 제공

LG가 저격한 둘째 타깃은 바로 ‘QLED’다. 소비자들이 ‘QLED’와 ‘OLED’를 혼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G는 삼성전자 QLED TV가 자발광 TV가 아니라 퀀텀닷(QD) 필름을 추가한 액정표시장치(LCD) TV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설명회에서 LG 올레드(OLED) TV와 삼성 QLED TV를 분해해 설명했다.

올레드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유기화합물이 전기에너지를 받아 스스로 빛을 발산하는 자발광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백라이트가 필요 없고 화소 하나하나가 직접 빛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반면 LCD TV는 패널 뒤에 부착한 백라이트에서 발산한 빛을 액정으로 조절하고 여러 개의 필름을 통과시켜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삼성의 QLED TV는 LCD처럼 패널 뒤에서 빛을 쏘아 주는 백라이트 유닛에 퀀텀닷 필름(QD 시트)을 부착해 색 재현율을 끌어올렸다.

남 전무는 삼성전자 QLED TV에 포함된 QD 시트를 직접 들어보이며 “이 시트가 들어가면 TV를 비싸게 구매해야 하는 것”이라며 “QD-LCD(퀀텀닷 LCD) TV가 옳은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객이 헷갈리지 않도록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삼성, “CM은 흑백 TV 때나 적용하던 기준”

같은 날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도 화질이 깨진 듯한 LG OLED TV가 전시됐다. 삼성이 LG전자의 논리를 정면 반박하기 위해 ‘8K 설명회’를 개최한 것이다.

삼성은 LG전자가 근거로 내세운 화질 선명도는 흑백 TV나 브라운관 TV 때나 사용하던 시대착오적인 평가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상무는 “CM은 1927년 발표된 개념으로, 흑백 TV나 물리적으로 픽셀을 셀 수 없던 경우 화질 선명도를 통해 해상도를 구분했다”며 “초고화질 컬러 디스플레이 시대에는 화질 선명도를 통한 평가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8K TV의 화질은 해상도뿐만 아니라 밝기와 컬러 볼륨 등의 광학적 요소와 영상 처리 기술 등 다양한 시스템적 요소를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 TV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번인(Burn-in : 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 화면을 전시했다.

또 삼성전자는 8K 이미지 파일, 동영상 파일 등을 잇달아 띄우며 화질 차이를 부각했다. 이어 경쟁사 TV는 8K 동영상 콘텐츠가 아예 나오지도 않는다며 CM이 높다면서 왜 해당 TV에서 글씨가 뭉개지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OLED에 미래 건 LG, 삼성 QLED 약점 정조준
하지만 두 회사의 설명회가 끝난 다음날(9월 18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LG 측 주장에 힘이 실리는 8K 인증 기준을 발표했다. CTA는 이날 8K 디스플레이를 인증하고 8K 로고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CTA는 화면 해상도(Display Resolution)와 관련해 “디스플레이는 1×1 그릴 패턴 기준 최소 50%의 CM 값을 만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치지 못하는 기준이다.

다만 CTA는 표준규격을 정의하는 기관이 아니라 비용을 받고 인증 로고를 발급하는 협회이기 때문에 발표된 8K 기준이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발표된 인증 로고를 받지 못하면 미국 시장에서 8K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CTA가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의 주최 기관으로 공신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회 이후에도 두 회사의 신경전은 계속 됐다. LG전자는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행위에 대한 신고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 QLED 이름에 대한 문제제기를 공론화 한 셈이다.

삼성은 이에 대해 "LG전자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어 프리미엄TV 판매량을 전격 공개했다. 삼성은 22일 올 상반기 삼성 QLED TV는 약 200만 대, LG OLED TV는 122만 대 팔렸다고 밝혔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도 판매대수 증가율이 삼성 QLED TV는 127%인 데 비해 LG OLED TV는 15%에 불과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내세우며 LG전자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두 회사의 날선 공방전이 계속 되자, 프리미엄TV 시장의 판도가 바뀔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3호(2019.09.23 ~ 2019.09.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