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대기업 인사팀장 출신 김봉준 태니지먼트 대표…강점 진단·강화 통해 ‘조직 혁신’ 지원

“오늘도 자존감 바닥 친 당신의 '숨겨진 능력’을 찾아드립니다”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요즘 회사 내의 ‘리더’들은 고민이 많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어 가고 직원들의 사고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비해 기업의 목표나 조직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많은 갈등과 고민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 해결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요구하는 역할을 해내기만도 벅찬데 너무나 다양한 직원들을 모두 끌어안고 하나의 목표로 향해 나아가기가 좀처럼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 만만하지 않은 일을 해결하는 데 도전장을 내민 이가 있다. 강점 기반 인재 경영 플랫폼 ‘태니지먼트’의 김봉준 대표다. 김 대표는 2018년 창업에 뛰어들기 전 이랜드 그룹본부 인재개발실 팀장을 지냈다. 주로 신입 사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들이 회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그가 깨달은 것은 두 가지였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과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개인의 삶은 물론 조직의 경쟁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약점’ 말고 ‘강점’에 집중하면 생기는 일
태니지먼트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다. 개인의 강점을 ‘진단’하고 그 강점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 ‘컨설팅’을 제공하는 것이다.

강점 진단은 태니지먼트에서 개발한 ‘진단 모델’을 통해 이뤄진다. 이 진단 모델이 개발되기까지 이랜드그룹에서의 경력이 큰 밑바탕이 됐다. 이랜드그룹은 신입 사원이 입사하면 3개월 정도의 교육과정을 거친다. 이때 신입 사원들을 파악하기 위한 MBTI 성격유형 검사 등의 진단도 함께 이뤄지는데 ‘강점 진단 모델’ 또한 그중 하나였다. 미국의 갤럽에서 개발한 모델을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한국인들의 특성에 맞는 진단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김 대표가 갤럽과 오랜 기간 협력 작업을 거쳤다.

태니지먼트를 시작한 이후에는 갤럽의 진단 모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심리학이나 조직 문화 등을 전공한 연구원들과 함께 보다 정교한 진단 모델을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강점은 크게 8가지 요소로 나뉘어 있다. 리포트에는 노란색 선과 회색 선으로 이 강점들이 표시돼 있는데 노란색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강점이라면 회색은 후천적으로 개발된 능력이다. 이 노란색과 회색이 많이 겹쳐 있을수록 본인의 타고난 강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요즘 취준생이나 신입 사원을 만나보면 대부분이 ‘내가 뭘 잘하는지, 내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말해요. 요즘은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취업 준비를 시작하잖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치열하게 경쟁을 준비하다 보니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시간이 없는 거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어린 친구들이 자존감에 상처를 많이 입어요. 그렇게 일을 시작하면 얼마 안 돼 금방 지치게 되죠. 개인과 회사에 모두 손해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는 것이 직장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사례를 하나 들려줬다. 어느 기업의 인사팀에 동시에 입사한 두 직원이 있었다. A는 외교적 능력이 뛰어나고 B는 꼼꼼하고 디테일한 것이 강점이다. 외교적인 A는 주로 대학 캠퍼스의 채용 설명회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리크루팅에 뛰어난 성과를 낸다. 자신의 강점을 모르는 B는 A와 비교해 자신의 성과가 부족하다고 여긴다. A처럼 외교 능력을 개발하려고 애써보지만 쉽지 않다. 결국 ‘나는 인사팀과 맞지 않아’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버리고 회사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된다.

“B의 꼼꼼함은 사실 인사팀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에요. 예를 들어 A가 밖에서 더 많은 신입 사원들의 리크루팅에 참여한다면 B는 내부에서 신입 사원들의 지원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고 회사가 놓칠 수 있었던 좋은 인재들을 발굴하는 데 쓰일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강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개인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김 대표는 이를 ‘능력의 재발견’이라고 표현했다. 사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위 사례는 흔하디흔하다. 이는 기존의 우리 사회와 기업들이 인재를 교육하는 방식과도 연결돼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학교와 같은 교육 시스템은 물론 직장 내에서도 개인의 능력을 개발한다고 말할 때, 상대적으로 강점을 찾아 이를 강화하기보다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관점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조직 전체의 분위기는 물론 성과를 높이는 데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도 자존감 바닥 친 당신의 '숨겨진 능력’을 찾아드립니다”

◆옆자리 동료의 ‘재발견’, 업무 성과도 쑥쑥~


단지 강점을 진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개발하는 교육과 컨설팅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태니지먼트에서는 개인과 기업들을 상대로 강점 개발을 위한 강연과 교육 활동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도 국내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팀원들과 강점 개발 컨설팅을 진행해 매우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기업은 현재 국내에서 새로운 시도를 다향하게 진행 중인데 그중에는 물론 실패하는 것도 있다.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졌고 팀에서 추진 중이던 프로젝트 또한 정체된 지 오래였다. 김 대표는 가장 먼저 팀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서로의 강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능력에 따라 집중해야 할 역할이 명확해지도록 한 것이다. 몇 차례의 회의를 거친 후 팀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팀의 성과 지표 또한 눈에 띄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일을 하다 보면 ‘우리 팀장님은 왜 이런 걸 못하지’, ‘이 직원은 왜 이런 일도 못해내는 걸까’ 하는 생각을 갖기 쉽잖아요. 그런데 서로의 강점에 집중하다 보면 저마다의 ‘숨어 있는 능력’을 인지하게 되는 거죠. 서로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고 각자의 역할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서 변화가 시작됩니다.”

태니지먼트를 통해 김 대표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분명하다. ‘모두가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일할 수 있는 사회’다. 팀원들마다 ‘자기다운’ 능력이 가장 잘 발현될 때 가장 높은 성과로 연결된다는 연구 자료 또한 이미 많다. 예를 들어 영업팀이라고 해서 외교 능력이 좋은 팀원들이 많은 조직보다 다양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함께 일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기업 강연이나 컨설팅을 갈 때마다 현장에서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인사와 관련한 기업들의 고민은 대개 비슷합니다. 강점 개발을 통해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태니지먼트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