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변동성 낮아 환헤지 비용 절감 효과
-선진국 채권 중 변동성 가장 낮은 호주 채권도 인기
해외 자산 배분에 달러 표시 신흥국 채권이 필요한 이유
[한경비즈니스=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최근 국내 연기금 등 주요 자산 배분 기관은 환 헤지 비용으로 고민이 크다. 2017년 한·미 금리 차가 역전된 이후부터 환 헤지 비용이 크게 발생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 헤지 비용은 양국의 금리 차에 따라 발생된다.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자율 패리티 법칙(Interest Parity)’을 배웠을 것이다. ‘일물일가의 법칙’과 같이 각 국가의 이자율 또한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익 거래 요인이 발생한다.

◆2017년부터 환 헤지 비용 상승

스와프 레이트라는 것도 이자율 패리티로 결정된다. 달러 대비 원화의 헤지 비용이 스와프 레이트다. 스와프 레이트 결정 공식은 ‘원화 IRS·달러화 IRS-CDS 프리미엄+수급’이다. 원화 이자율 스와프(IRS : Interest Rate Swap) 금리와 달러 IRS 금리 차에 한국에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인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더해 결정된다.
해외 자산 배분에 달러 표시 신흥국 채권이 필요한 이유
이 밖에 글로벌 달러화 유동성 등으로 발생하는 수급 요인도 크다. 실제 현재 스와프 레이트 수준은 원화 내재 리스크인 CDS 프리미엄을 반영하더라도 한·미 단기 금리 차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스와프 시장 내 달러화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원화뿐만 아니라 주요 통화에서 대부분 관측되는 현상이다.

스와프 레이트는 한·미 금리 차가 주요 결정 요인인데 2016년 이후 미국이 ‘나 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보이면서 단기 금리 차가 역전됨에 따라 2017년을 전후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017년 이전까지 국내 기관투자가의 관점에서는 해외 자산에 투자하고 환 헤지를 할 때 오히려 환 헤지 수익이 발생했다. 따라서 환 헤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이후부터 해외 자산을 매수하고 환 헤지를 할 때 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현재 연율로 환산한 달러 헤지 비용은 1.0%포인트를 초과하고 있다. 채권 투자를 예로 들어 보자.

만일 한국 1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이고 미국은 3%라고 가정하자. 이때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아 투자하더라도 헤지 비용을 고려하면 금리 매력이 없다. 헤지 비용의 추세는 외환(FX) 스와프 레이트 추이를 보면 알 수 있는데, 2017년 이후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2018년 연말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올 초 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미 금리 차가 완화됐다. 스와프 레이트도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듯했지만 이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재와 같은 높은 환 헤지 비용은 자산 배분 기관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한국의 가장 큰 자산 배분 기관인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해외 주식과 해외 채권 등 모든 해외 자산 투자에 환 헤지를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외에 연기금과 국내 생보사 등 자산 배분 기관이 환 헤지를 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다. 환을 오픈하면 자산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국내 채권을 대표하는 KIS종합채권지수로 추정한 국내 채권시장의 연 환산 변동성은 대략 2.0%로 관측된다. 해외 채권을 벤치마크하는 대표 지수는 바클레이스 채권지수(Barclays Bond Index)다. 바클레이스 채권지수로 추정한 연 환산 변동성은 2.8%로 관측된다.

해외 채권이 국내 채권 대비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잔존 기간 때문이다. 채권의 변동성은 듀레이션에 따라 좌우된다. 바클레이스 채권지수의 듀레이션이 KIS 종합채권지수보다 2배 가까이 길다.
해외 자산 배분에 달러 표시 신흥국 채권이 필요한 이유
◆선진국 채권 중 호주 채권의 변동성 가장 낮아

한편 원·달러 환율의 연 환산 변동성의 관측 값은 8.5%로 해외 채권 변동성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 따라서 환 헤지를 하지 않으면 해외 채권의 변동성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때문에 크게 확대된다. 이 때문에 자산 배분 기관이 해외투자를 할 때 환 헤지가 필수적이다.

환을 오픈해 해외 채권의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면 자산 배분 기관이 목표로 하는 허용 위험 한도, 즉 리스크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물론 주식의 변동성이 환율의 변동성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환을 오픈해도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근 대부분의 주요 자산 배분 기관은 해외 주식의 경우 환을 오픈하고 해외 채권만 환 헤지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환 헤지 비용 부담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자산의 변동성은 통화와 자산의 상관계수로 결정된다. 통상 달러화는 안전 자산인데 채권 또한 안전 자산으로 상호간 높은 양의 상관관계다. 그렇다 보니 환을 오픈하면 해외 채권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다.

반면 위험 자산인 해외 주식은 달러화와 역의 상관관계로, 환을 오픈해도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는다. 결국 해외 채권 투자에도 통화와 자산 간 상관관계가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하는 자산이 필요하다. 이런 자산으로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과 ‘호주 채권’이 주목된다.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은 국내 외평채와 같이 신흥국 주요 기관에서 달러화로 발행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그러면 통화와 자산의 상관관계가 높은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한다. 달러화는 대표적 안전 자산이지만 신흥국 채권은 위험 자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화 표시 신흥국 채권은 환 헤지를 하지 않아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

호주 채권 또한 이런 특징이 있다. 선진국 통화는 통상 안전 자산이다. 하지만 호주 통화는 주요 선진국 통화와 다른 면이 존재한다. 호주는 전체 수출 중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55%가 넘는 만큼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호주 통화는 주요 선진국과 달리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며 위험 자산 성향이 높다. 반면 호주 채권시장은 2019년 1조9000억 달러(약 2278조1000억원)가 넘어 전 세계 11위 수준의 큰 규모로 주요 선진국 채권과 같은 안전 자산이다. 이에 따라 호주 채권은 안전 자산으로, 위험 자산 성향의 호주 통화와 높은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한다.

그 결과 호주 채권 투자에서 환 헤지를 하지 않아도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 실제로 환 헤지를 하지 않은 주요 선진국 채권 중 호주 채권의 변동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자산 배분 기관이 해외 채권 투자에 달러화 신흥국 채권과 호주 채권을 같이 투자할 때 환 헤지가 필요한 해외 채권 비율이 무척 낮아지게 된다. 그 결과 해외투자에서 부담되는 헤지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4호(2019.09.30 ~ 2019.10.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