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수소택시에서 발전소·드론까지 '수소경제'가 달린다]
-DMI, 연료전지 드론 세계 첫 상용화…10월부터 미국·중국 등 세계시장 ‘출격’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드론이 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세상이 머지않았다. 하지만 이 드론 산업의 성장을 발목 잡는 의외의 문제가 있다. 바로 ‘배터리’다. 산업용 드론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드론의 비행시간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드론의 무게가 늘어나며 또다시 더 많은 배터리 용량이 필요한 악순환이 발생한다.


바로 이 드론의 ‘배터리’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수소연료전지’다. 드론에 수소연료전지 팩을 활용하면 배터리와 비교해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데다 무게에 대한 부담 또한 훨씬 줄어든다. 수소연료전지가 향후 드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이유다.

◆ 연료전지 최적화된 ‘드론’ 개발


그 선두에 서 있는 업체가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이하 DMI)이다. 2016년 설립된 DMI는 연료전지의 모바일 적용 및 장거리 비행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설립 후 2년여간의 연구·개발(R&D) 기간을 거쳐 2018년 9월 미국 라이베이거스에서 열린 ‘인터드론’ 전시회에서 수소연료전지 팩을 처음 선보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DMI의 메인 제품인 드론용 연료전지 팩 DP30은 1회 충전으로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게 해준다. 기존 배터리 드론의 비행시간이 10~30분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비행시간이 3~4배 이상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수소연료전지 팩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3~4배 높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인 수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다.


DMI는 수소연료전지 팩뿐만 아니라 이에 최적화된 드론 기체도 라인업으로 확보하고 있다. 연료전지 팩에 최적화된 장시간 비행 드론은 총 2가지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DS30과 DT30이다. DS30은 DMI가 자체 개발한 드론이다. 연료전지 팩의 성능 구현에 최적화된 제품으로, 2시간 이상 비행기 가능한 것은 물론 최대 5kg 화물까지 탑재할 수 있다. DT30은 열악한 산업 현장에 최적화된 연료전지 팩 일체형 드론으로 강한 내구성이 장점이다. DMI는 10월부터 한국·미국·중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드론 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1회 충전에 2시간 비행’…드론 시장 판도 바꿀 ‘모바일 연료전지’
DMI의 드론용 연료전지 팩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DMI 외에 일부 업체들도 드론용 수소 연료전지 팩을 시제품으로 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 하지만 실제 양산 라인을 구축해 ‘사업화 단계’에까지 이른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다.


현재 다른업체들의 경우 드론용 수소연료전지를 개발하는 데 가장 큰 허들은 수소 공급에 대한 솔루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고객이 연료전지 드론을 사용하고 싶어도 연료전지를 구매하고 배송받는 게 쉽지 않다.
이에 비해 DMI는 ‘수소 용기’를 직접 투자해 자산화하고 고객들이 손쉽게 수소를 ‘주문하고 충전하며 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이커머스 시스템(store website)을 구축해 차별화된 수소 공급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DMI 관계자는 “연료전지 팩을 장시간 비행 플랫폼의 핵심 역량으로 확보해 고객에게 ‘엔드투엔드(end-to-end)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DMI가 세계 최초로 드론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었던 데는 모기업인 두산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뒷받침이 됐다. 2014년 연료전지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언한 두산그룹은 연료전지 부문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하며 50년 이상 축적된 세계 최고 수준의 연료전지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연료전지 사업을 통해 축적된 연료전지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화된 모바일 연료전지 팩’ 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모바일 연료전지’의 첫째 아이템으로 ‘드론 시장’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드론 시장은 최근 취미용 드론에서 산업용 드론으로, 그중에서도 특히 가시권 드론 비행에서 점차 ‘비가시권 비행 부문’까지 확대되고 있는 단계다. 이에 따라 향후 산업용 드론 시장은 제조(HW) 기준 2025년 8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운용·서비스 분야까지 포함하면 2020년 기준 14조6000억원 수준이다.

◆ 연료전지 팩 ‘원천 기술’ 확보


여기에 현재의 배터리 팩으로는 최대 30~40분 정도의 비행이 가능한 것과 비교해 연료전지는 비행 성능에서 확실하게 차별화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유로 작용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드론용 연료전지와 관련한 ‘원천 기술’을 확보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무엇보다 DMI에서 주목한 것은 ‘비가시권 비행’으로의 점진적 확대였다. 고객들의 장시간 비행 니즈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의 배터리 팩이 머지않아 한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료전지 팩은 기존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하는 에너지원으로, 향후 드론용 연료전지 팩 시장은 2025년 1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에는 배터리 드론의 접근이 어려웠던 애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산업용 드론은 다양한 사업에서 미션 수행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공 인프라 점검, 건설·광산 현장 모니터링,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패널 점검 등 다양한 산업 현장 등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도 DMI는 현재 국내 공공기관과 다양한 업무 협력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한전 전력연구원·한국임업진흥원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송전탑·송전선 점검, 소나무 재선충 모니터링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향후 비가시권 비행이 가능해지면 물류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인터뷰] “4차 산업혁명 시대, ‘연료전지’가 유일한 대안”
송정민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R&D본부 스택팀 부장
‘1회 충전에 2시간 비행’…드론 시장 판도 바꿀 ‘모바일 연료전지’


-드론용 연료전지 개발 배경은.


“본격적인 사업 진행에 앞서 1년 정도 기획 단계가 있었다. 연료전지 신사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지게차용 전지도 검토했었다. 결과적으로 향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가 ‘모바일’이라고 판단했다.”


-기존 배터리 팩과 차별화되는 점은.


“연료전지 팩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 배터리 팩 대비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드론이 10~30분 비행이 가능하다면 연료전지 드론은 2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다. 연료전지 팩 시스템에 대한 인테그레이션(통합 서비스)도 우리가 직접 개발하기 때문에 고객 맞춤 서비스가 가능다는 것도 강점이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은 어떻게 보면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스택 기술 수준을 끌어올렸다. 현재 양산이 가능한 체제가 잡혀 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양산 제품에 대한 품질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부분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드론의 장거리 비행은 현재로선 연료전지 외엔 대안이 없나.


“가솔린 하이브리드 드론도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보통 수소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솔린이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폭발 위험 외에도 소음과 진동의 문제도 있다. 이와 비교해 수소 연료전지는 이러한 문제들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드론 외의 다른 운송 수단에도 활용할 수 있나.


“그렇다. 현재는 드론용으로 집중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드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운송 수단에서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시작했다. 우선 소형화·경량화한 연료전지 팩이 품질 신뢰성을 확보하면 먼저 시장에 안착시키고 그 이후 현재 한 가지 타입인 연료전지 팩의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드론 산업에서도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요구하는 품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 각 품목에 맞는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연료전지 기술은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나.


“향후 확장 차원에서 모빌리티가 필요한 다른 애플리케이션, 예를 들어 휴대용 백업용 전원이나 모바일 로봇, 산업용 차량 등에 연료전지 기술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모빌리티·인공지능(AI),·로봇’이다. 이 세 가지를 합치려면 기존의 배터리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매우 높은 에너지 밀도를 필요로 하는 에너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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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