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아쉬운 3위…경북대는 지방 로스쿨 첫 1위 등극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2009년은 전국 25개 로스쿨이 출범한 첫해다. 단순히 고난도 시험이 아니라 전문적이면서 체계화된 교육과정을 통해 법조인을 배출하자는 것이 로스쿨을 도입한 배경이다. 그렇게 로스쿨은 법조인 양성을 목적으로 한 전문 교육기관으로 국내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이후 11년이 지난 현재 로스쿨이 갖는 위상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2017년 사법시험(이하 사시) 폐지가 결정되면서 지난해부터 로스쿨은 검사·판사·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을 배출하는 유일한 통로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로스쿨 제도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인식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불식하기 위해 국내 로스쿨들은 매년 교육과정과 방향에 변화를 주며 내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종합 1위 수성…고려대 6년 연속 사립대 ‘최강’
로스쿨들의 이런 노력들이 과연 국내 법조계와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빛을 발하고 있을까. 한경비즈니스가 2014년부터 발표하고 있는 ‘전국 로스쿨 랭킹’은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설문 조사다. 조사 대상은 수많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몸담고 있는 국내 대기업 법무팀(법률 담당자)과 주요 로펌 변호사들이다.

이들은 실무 현장에서 출신 로스쿨이 각각 다른 변호사들과 직접 머리를 맞대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평가는 총 8개 항목으로 나눠 이뤄졌다. △문제 파악 능력, 법 해석·추론, 법 정보 등의 역량을 묻는 ‘법 지식’ △정보 수집, 의사소통, 협상 능력, 법 문서 작성 등의 능력을 갖췄는지를 묻는 ‘법 응용력’ △법원과 로펌 인턴 등 실무 관련 훈련에 대해 평가하는 ‘실무 관련 훈련’ △교과과정과 졸업생의 전문성을 묻는 ‘분야별 전문성’ △법 지식을 뒷받침하기 위한 차원에서 얼마나 다양한 분야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묻는 ‘다양성 추구’ △정의·불편부당·도덕성 등에 대한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게 충분한 학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는 ‘법 윤리’ △지역사회에 대한 졸업생의 공헌도를 살펴보는 ‘지역사회 공헌’ △미래 법학도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스쿨을 묻는 ‘진학 추천’ 등이다.

평가 결과는 로스쿨 설립 취지인 권역별·지역안배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종합 순위’, ‘사립대 로스쿨 순위’, ‘지방 로스쿨 순위’ 등으로 구분해 발표했다.
◆서울대, 흔들림 없는 ‘법조계 산실’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결과를 살펴보면 종합 순위와 사립대 로스쿨 순위는 지난해와 큰 변화가 없었다. 전통의 강호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저마다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반면 지방 로스쿨의 순위 변동이 도드라졌다. 특히 경북대 로스쿨이 처음 지방 로스쿨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올해 종합 순위 1위는 변함없이 서울대 로스쿨(442점)이 이름을 올렸다. 6년 연속 전국 최고 로스쿨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항목별 평가를 봐도 5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아 다른 로스쿨을 압도했다. 사시 시절부터 ‘대한민국 법조계의 산실’로 불렸던 명성이 로스쿨 시대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대 로스쿨은 서울 법대의 명성과 유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며 법조계에서 지속적인 ‘인재의 요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입학 정원만 보더라도 150명으로 국내 로스쿨 중 최대고 매년 가장 많은 법조인을 내놓는 곳 역시 서울대 로스쿨이다.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종합 1위 수성…고려대 6년 연속 사립대 ‘최강’
명성에 걸맞게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로스쿨은 법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부 전공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학생들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장점이 다를 수밖에 없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를 감안해 서울대 로스쿨은 올해부터 신입생들의 학습과 적응을 돕기 위한 ‘튜터(teaching fellow) 변호사’들까지 내부적으로 채용하며 교육에 투입한 상태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교육과정도 강점이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한 목표를 갖고 232개에 달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교과목들을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편성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울대 로스쿨은 국제 법무, 공익·인권법, 기업·금융법 등 3개 분야를 특성화로 내세워 집중적으로 교육 중인데, 최근에는 공익·인권법 분야에서의 교육 강화 움직임도 돋보인다.

건전한 직업윤리를 갖춘 법률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겨울방학부터 1학년 학생 전원이 참여하는 ‘공익법무실습’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들의 실무 능력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임상교육(clinical education)’과 ‘경험학습(experiential learning)’을 강화 중인 것도 특징이다.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 8월 ‘공익법률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를 중심으로 임상교육과 공익 활동을 기획,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오는 11월 센터에서 처음으로 모의 법정 대회를 개최할 계획”이라며 “학생들이 실제 법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변호사 업무를 경험해 실전 능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사립대 1위 질주 이어 가

종합 순위 2위는 429점을 받은 고려대 로스쿨에 돌아갔다. 고려대 로스쿨은 6년 연속 서울대에 이어 종합 순위 2위를 고수 중이다. 사립 로스쿨만 보면 6년 연속 1위다.

항목별 평가에서도 돋보이는 점수를 받았다. ‘실무 관련 훈련’에서 서울대와 공동으로 1위를 차지했고 ‘법 지식’, ‘다양성 추구’, ‘지역사회 공헌’ 평가에서는 서울대를 누르고 단독 1위에 뽑혔다.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종합 1위 수성…고려대 6년 연속 사립대 ‘최강’
고려대 로스쿨은 여러 혁신적인 교육과정을 마련해 우수한 법조인 배출에 앞장서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에 입학하면 시작부터 타 로스쿨 재학생들과 달리 출발하게 된다.

신입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조’에 속하게 된다. 한 조는 15~16명 정도로 구성된다. 같은 조 안에서 함께 스터디를 하며 공부법이나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장려 중이다.

이 같은 ‘조’ 단위의 활동은 예상 밖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고려대 로스쿨 관계자에 따르면 조 구성원들이 함께 학술대회에 참가하기로 결정하거나 로펌·공익인권사무소 등 실제 현장을 방문해 직접 실무를 경험하는 등 자발적인 학습이 내부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튜터링’을 통해 끈끈한 선후배 간의 교육 문화가 정착된 것도 재학생들이 말하는 고려대 로스쿨의 강점이다. 고려대 로스쿨의 ‘튜터링’은 강의 공부를 도와주는 ‘교과 튜터링’과 ‘변호사시험 튜터링’으로 나눠 진행 중이다.

교과 튜터링은 강의별로 선생님인 튜터를 뽑는다. 지난 학기에 해당 강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 또는 변호사 등 외부 인사가 튜터로 활동한다. 해당 강의를 공부하는 방법, 학점을 잘 받는 노하우, 필기 방법 등 고학점을 받은 비결 등을 공유한다.

변호사시험 튜터링은 변호사시험을 통과한 이들에게 튜터 자격을 부여해 합격 노하우를 학생들에게 전수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내부적으로 튜터 자격이 되는 이들이 튜터를 신청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 원활하게 프로그램이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교육의 내실을 기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특히 갈수록 어려워지는 변호사시험의 합격률 제고를 위한 교육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고려대 로스쿨 관계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무난히 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해줘야 한다”며 “이미 이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긴 하지만 변호사시험을 둘러싼 여러 외부 여건의 변화에 대응해 기존 시스템의 장단점을 조금 더 면밀히 관찰한 뒤 보완할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로스쿨은 이번에도 종합 순위에서 아쉬운 3위를 차지했다. 2위와의 점수 차는 9점에 불과하다. 향후 언제든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는 저력을 보였다. 항목별 평가에서도 ‘법 응용력’에서 58점을 획득해 서울대와 공동 1위에 선정됐다.

연세대 로스쿨은 무엇보다 ‘변호사시험 합격 관리’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명성이 자자하다. 내부에 부속기관으로 ‘변호사지원팀’을 만들어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준비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상담한다.

특히 출제 위원급 교수들이 직접 나서 수험생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평가하는 등 시험을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연대 로스쿨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

변호사시험에 불합격한 학생들에게도 실패 원인을 분석해 주는 등 향후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종합 순위 4위부터 8위까지도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가 이어졌다. 성균관대 로스쿨(357점)이 4위, 한양대 로스쿨(206점)과 서강대 로스쿨(158점)이 각각 5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화여대 로스쿨이 총점 91점으로 7위에 올라 국내 유일의 여성 로스쿨의 자존심을 세웠다. 경희대 로스쿨은 71점을 받아 8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9위와 10위는 자리바꿈이 일어났다. 지난해 10위였던 한국외국어대는 올해 57점을 받아 9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대로 지난해 9위였던 중앙대는 올해 50점을 받아 10위를 기록하며 ‘톱10’의 마지막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방 로스쿨의 ‘새 강자’ 탄생

지방 로스쿨들은 올해도 종합 순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로스쿨의 지역별 편차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수도권에 있는 로스쿨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일제히 10위권 밖으로 순위가 밀려났다.

법조계 내부적으로는 지방 로스쿨 역시 뛰어난 교수진과 교육과정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도권의 유명 대학에 뛰어난 인재들이 몰리는 경향이 큰 만큼 평가 또한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지방 로스쿨들 역시 이런 상황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학교가 자리한 지역 경제 상황과 법조인 수요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며 매년 개선된 교육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서울대 종합 1위 수성…고려대 6년 연속 사립대 ‘최강’
특히 올해 조사에서 지방 로스쿨만을 놓고 봤을 때 치열한 순위 다툼이 벌어졌는데 그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경북대 로스쿨이 지방 로스쿨 순위에서 첫 1위(44점)에 오르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이다. 충남대가 39점을 받아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 지방 로스쿨 중 최고라고 평가받았던 부산대 로스쿨은 올해 3위로 밀려났다.

경북대 로스쿨은 그간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산업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출범과 동시에 ‘IT법’을 특성화 분야로 지정하고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 양성에 주력해 온 것이다. 수업 과정에서도 IT와 관련한 특허법·경쟁법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해 집중 교육 중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들이 올해 마침내 결실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북대 로스쿨 관계자는 “IT는 한국이 선도적 지위와 경쟁력을 갖춘 분야인 만큼 경북대 로스쿨은 세계 수준의 IT법 전문 교육기관으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달려왔다”며 “IT법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제고해 국내를 대표하는 선진 연구·교육기관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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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조사 방법은…

‘2019 전국 로스쿨 랭킹’ 조사는 한경비즈니스·NICE평가정보가 공동 선정한 2019년 200대 기업의 법무팀 및 국내 주요 로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해 최종 순위를 매겼다. 평가 대상은 전국 25개 로스쿨이다. ‘법 지식’, ‘법 응용력’, ‘실무 관련 훈련’, ‘분야별 전문성’, ‘다양성 추구’, ‘법 윤리’, ‘지역사회 공헌’, ‘진학 추천’ 등 8개 항목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로스쿨을 5개씩 선정하도록 했다. 답변에 기재된 로스쿨을 각각 1표로 계산한 총합계로 각 로스쿨의 순위를 집계했다. 조사 기간은 9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였고 수거된 설문 수는 총 69개였다. 설문 조사 분석은 글로벌리서치에서 했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