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하는 법…‘단독’에서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2019년에도 유수 스타트업들의 증시 상장이 줄을 이었다. 우버·리프트·핀터레스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를 이끄는 기업들이 증권시장에 상장한 가운데 특히 슬랙의 등장이 눈길을 끌었다. 비즈니스 메신저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성장한 슬랙은 이번 상장을 통해 기업 가치가 200억 달러(약 23조9000억원)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연평균 11% 성장’ 협업 툴 시장…슬랙 독주에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맹추격
슬랙은 2009년 게임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급격한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끝에 2012년 사업을 그만두겠다고 발표할 정도였다. 하지만 슬랙은 사내용으로 개발했던 업무용 메신저 기술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고 비즈니스 메신저 출시에 역량을 집중했다. 일반적 메신저와 달리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에 초점을 맞춘 슬랙의 메신저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사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는 2016년 주목할 만한 혁신 기술로 슬랙을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 글로벌 IT 산업에서는 슬랙의 비즈니스 메신저와 같은 협업 툴이 유망 비즈니스로 각광 받고 있다. 협업 툴은 그룹이나 팀 등 여러 조직으로 구성된 사람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사람들 간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채팅은 물론 파일 공유, 일정 관리, 공통 작업 공간 제공 등 협업 툴 기능도 한층 진화하고 있다.
오늘날 비즈니스에서는 협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보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 중대하고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모바일 오피스, 공유 오피스 등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원활한 협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가 주요 화두로 등장했다.
협업 툴은 이런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협업 툴을 통해 기업 내, 혹은 기업 외 사람들과 의사소통과 데이터 교환 등 각종 업무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협업 툴의 도입으로 업무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는 조사 결과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특히 PC에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로 업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협업 툴의 사용이 확산됐다. 그간 e메일에 의존하던 사람들이 협업 툴을 선호하게 됐고 여러 글로벌 기업들도 전사 차원에서 협업 툴을 도입하는 사례도 증가했다.
협업 툴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미국 리서치 전문 기관 리포트링커(Report Linker)는 전 세계 협업 툴 시장이 연평균 11% 성장하면서 2023년에는 약 599억 달러(71조5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IT 등 첨단 기술 영역은 물론 전통 산업에서도 협업 툴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IT 기업의 치열한 경쟁 시장으로 부상
슬랙의 성공 비결은 비즈니스 업무에 적용되는 IT 트렌드를 정확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슬랙이 등장하기 전에도 메신저 등을 업무에 도입하려는 사례가 일부 있었지만 그다지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단편적인 대화가 주로 이뤄지는 메신저의 특성상 업무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큰 단점이었다.
슬랙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메신저 기반 협업 툴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슬랙의 협업 툴은 문서·사진 등 자료를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고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사용 환경과 고객의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소프트웨어를 추가할 수 있는 등 여러 기능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일의 목적에 맞게 원하는 단위로 그룹을 만들 수 있고 PC·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들과의 동기화도 지원한다. 이와 같은 강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슬랙의 제품은 단시간 내 글로벌 협업 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다.
슬랙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기업들도 앞다퉈 협업 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많은 기업들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협업 툴 시장이 IT 산업의 신규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슬랙을 따라잡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는 대표적 기업이다. MS가 2016년 출시한 팀스(Teams)는 협업 툴 시장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팀스는 슬랙보다 출시가 늦었지만 39개 언어로 20만 개 기관이 이용하는 등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팀스의 경쟁력은 그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비즈니스 사용자를 확보한 사무용 소프트웨어인 오피스(MS Office)와의 효과적 연동이다. PC 시장의 정체, 모바일 시장 공략 실패로 부진을 거듭하던 MS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오피스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기사회생하고 있다. MS는 여세를 몰아 팀스가 주력 비즈니스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 역시 협업 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구글은 구글 독스, 구글 드라이브 등 업무와 관련된 여러 툴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동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슬랙의 성공을 시작으로 협업 툴 시장이 본격 성장할 조짐을 보이자 비즈니스 서비스 G슈트와 화상회의 메신저 행아웃을 활용해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협업 툴이 구글의 주력 사업인 모바일·클라우드 컴퓨팅 등과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에서 구글은 협업 툴 비즈니스를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고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시장 선두 주자인 페이스북도 익숙한 디자인과 편리성을 앞세워 협업 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편 다수의 스타트업들도 협업 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이고 업무 특성에 따라 사용자의 선호도가 다양하다는 점에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춘 협업 툴을 앞세워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첨단 IT 기반으로 발전할 협업 툴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 기술, 사회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직업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직업의 등장은 업무 수행 방식의 변화도 만들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재택근무·원격근무 등 기존에는 드물었던 업무 방식도 각광 받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특성에 맞는 가장 바람직한 업무 방식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빠르고 투명한 정보 공유, 보고 절차 간소화 등 업무 생산성을 저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창의성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런 시도가 정착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서 협업 툴에 대한 관심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향후 등장하게 될 협업 툴은 첨단 IT를 기반으로 한층 발전된 형태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지금보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분류하는 기술이 적용되거나 인공지능(AI) 비서가 정보 검색, 문서 작성, 스케줄링 조정 등 반복적인 업무의 대부분을 처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만약 예상이 현실화된다면 불필요한 업무에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킴으로써 업무의 질적 향상은 물론 여기와 휴식 시간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사무·프로그래밍 등의 영역에 국한된 협업 툴의 적용 범위도 제조업, 특수 업무 등 보다 많은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무는 직업 특성이 각기 상이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각종 IT가 협업 툴에 도입될 여지도 크다. 예컨대 현실 세계 환경에 풍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줌으로써 노동자가 필요한 전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증강현실(AR) 글래스 등이 협업 툴에 도입될 수 있다.
첨단 IT가 활발하게 융·복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협업 툴이 많은 기업이 뛰어드는 각축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직업의 종류와 특성이 더욱 세분화·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에 협업 툴이 기업의 단독 개발에서 벗어나 수많은 개인·기업·외부 개발자 등이 활발히 참여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협업 툴은 미래 IT 산업의 주요 시장으로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11% 성장’ 협업 툴 시장…슬랙 독주에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맹추격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6호(2019.10.14 ~ 2019.10.2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