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겉도는 퇴직연금 200조]
-손실 나면 ‘수수료 면제’ 파격
[퇴직연금 강자들]신한은행, 로보 알고리즘이 맞춤 포트폴리오 제공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퇴직연금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그룹 차원에서 퇴직연금 사업부문을 별도로 신설하고 ‘고객 퍼스트’를 최우선 가치로 강조하며 퇴직연금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은행들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매년 10% 이상 증가해 올해는 20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적립금 규모에서 1위를 차지한다. 2018년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9조9000억원으로 적립금이 가장 많았다. 전체 금융권으로는 2위로, 1위 사업자와의 격차를 줄여 가고 있다.


수익률에서는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이 강세를 보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IRP 수익률이 1.85%로 은행권 중 가장 높다. 퇴직연금은 제도 유형에 따라 확정 급여형(DB형), 확정 기여형(DC형), IRP 등으로 나뉜다면 최근 DC형과 IRP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신한은행은 고객 중심의 퇴직연금 사업을 위해 수수료 인하, 고객 경험 개선, 고객 관리, 수익률 향상 등 네 가지 축에서 전방위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고객 특성에 맞게 할인율을 확대하고 디지털 혁신으로 쉽고 편하게 전문센터를 확대하고 자산관리팀을 신설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편 신상품 확대와 고객 책임 경영으로 수익률 제고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정기예금만 못한 퇴직연금’이라는 불명예를 벗기 위해 은행권에서는 수익률 높이기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방안으로 DC형과 IRP 고객 수익률 관리에서 전략적 자산 배분과 고객 자산 배분 다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고객들의 자산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편중돼 있다. 최근 금리 하락과 함께 퇴직연금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비율을 높였다.

◆저금리 기조에 맞서 자산 구조 다변화

2019년 3분기 기준 신한은행 원리금 비보장 상품 비율은 DB형 20.4%, DC형 14.5%, IRP 31.5%로 은행 평균(7.3%, 10.2%, 22.8%)보다 높다.

원리금 비보장 상품이 주식시장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품 운용 특성의 한계라는 지적도 있다. 주식시장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기 때문이다. 신행은행은 연도에 따라 국내 주식의 비율을 점차 낮추고 국내 채권,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등의 비율을 높이는 전략을 펴 왔다. 2019년 반기 말 기준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81%가 국내 주식 이외의 분야에서 운용되고 있다.

저금리 기조는 원리금 보장 상품 비율이 높은 퇴직연금 수익률에 계속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의 ‘투자 패턴 변화’를 위해 고객 자산 다변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처음 신규 가입 당시 어떤 상품을 어떤 비율로 운용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때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한 번 선택하고 운용하기 시작한 상품에 대해서는 고객들의 관심이 많이 떨어져 상품 운용 변경을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최고 고객 신규 가입 시 고객들의 나이와 투자 관심도에 따라 자산 배분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최근 정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디폴트 옵션의 도입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며 “신한은행도 신규 가입 고객들에게 생애 주기형 펀드(TDF) 중심의 신규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55세 미만의 투자 관심도 ‘하’의 고객이라면 TDF를 통해 투자자의 생애 주기에 따라 운용사가 위험 자산과 안전 자산 비율을 자동 조절해 준다. 20~30대에는 주식이나 신흥국 자산 등에, 50~60대는 채권과 선진국 자산 등에 집중하는 식이다.

신한은행의 퇴직연금은 은행을 뛰어넘어 지주 차원에서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주요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그룹 차원의 퇴직연금 장기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신한은행·신한금융투자·신한생명·미래설계센터가 한자리에 모여 부문 조직을 만들었다.

그룹 퇴직연금 사업 부문 출범과 함께 신한은행은 7월부터 IRP 손실 고객 수수료 면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쥐꼬리 수익률’의 오명을 벗기 위해 IRP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10년 이상 장기 가입하면 운용·자산 수수료를 최대 20%, 일시금이 아닌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면 수령 기간 운용 관리 수수료를 30% 감면한다. 또 만 34세 이하에 가입하면 운용 관리 수수료를 20% 할인한다. 모든 조건에 부합하면 총 70%의 수수료를 감면받는 셈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에는 수수료 면제

신한은행은 좀 더 쉽고 편하게 퇴직연금 정보를 확인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DC형·IRP 고객 관리 방안으로, 개인화된 온라인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객 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먼저 지난해 신한은행 모바일 플랫폼 솔(SOL)을 통해 디지털 자산 관리 솔 리치(SOL LICH)를 오픈한 데 이어 올해는 전 금융회사의 연금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내 모든 연금’ 서비스를 시행했다. 또한 고객의 은퇴 총자산을 기반으로 은퇴 설계와 재무 설계를 실시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지속 확대 제공할 방침이다.

연금이 노후 자금으로 통하는 만큼 퇴직연금 수익률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 상품 선정 단계부터 운용까지 이중 삼중의 체크 단계를 통해 노후 자산인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퇴직연금 담당 부서는 물론 자산관리(WM)·투자상품·리스크관리 부서 등 유관 부서가 함께 신한은행만의 상품 운용 전략을 관리한다.

이와 함께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디지털 자산 관리 영역도 강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디지털 자산관리 플랫폼 솔 리치에서는 개인별 퇴직연금 자산에 대한 진단 서비스와 함께 멀티 전략 기반의 로보 알고리즘을 통한 맞춤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 퇴직연금 전체 자산의 비율 관리와 투자 비율을 제안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노동부 퇴직연금 사업자 평가에서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조직 역량 측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퇴직연금 고객 관리를 위한 퇴직연금전문센터가 2016년 하반기 신설된 이후 올해는 특히 그룹 부문 조직으로 개편되면서 상품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했다.

국내 퇴직연금 제도가 대기업·중견기업 중심의 DB형 제도로 확장돼 왔다면 최근 DC형·IRP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만큼 신한은행도 시장 변화에 맞춰 개인 고객 관리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인터뷰-“상품 다변화 및 사후 관리로 퇴직연금 시장 공략”

박의식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장


[퇴직연금 강자들]신한은행, 로보 알고리즘이 맞춤 포트폴리오 제공
박의식 신한은행 퇴직연금사업부장은 “원리금 보장 상품 위주의 투자 패턴에서 탈피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중·장기 안정적인 고객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상품이 유독 낮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국내 퇴직연금 상품 중 원리금 보장 상품 비율이 너무 높은 게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선진국에 비해 다소 불안정하고 또 퇴직금이 노후 생활을 보장하는 자산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정기예금 중심으로 상품을 운용하면서 고객들의 관심이 부족하기도 했다. 현재 퇴직연금은 상품을 운용할 때 금융 당국의 일부 제한을 받고 있다. 확정 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개인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상품을 보다 다양화하고 장기 투자 관점에서의 운용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 호주에서는 퇴직연금 운용 수익률이 연 9~10%에 달하고 인프라 펀드 등 보다 활성화된 투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 포트폴리오의 강점은 무엇인가.

“신한은행은 매분기 공시되는 수익률에서 볼 수 있듯이 퇴직연금 사업자 중에서 주식시장 하락 시 가장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포르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는 자산 유형별로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중·장기 안정적인 고객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을 실행하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9월 말 3분기 수익률 공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은행 사업자의 원리금 비보장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신한은행은 DC형 비보장 수익률 1.45%, IRP형 비보장 수익률 2.87%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에 맞선 퇴직연금 운용 전략은 있나.

“고객에게 단순 펀드만 늘리는 것이 수익률 제고의 해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산 구조를 고객의 성향과 자금 목적에 맞게 다변화하고 그 이후 투자 상품에 대해 철저하게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신한은행에서는 이를 위해 퇴직연금전문센터라는 퇴직연금 가입자 관리 전담 조직을 사업자 최초로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가입 대상과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많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본인의 퇴직연금 운용 현황과 수익률을 모르고 있고 투자 상품의 운용 성과가 부진해도 별도의 사후 관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에 또 다른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고객들에게 연락을 더 하고 알림톡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내용을 안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고객들이 볼 때는 부족한 수익률일지 모르지만 다양한 노력이 조금씩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19년 3분기 기준 은행권 12개 사업자 수익률 순위에서 신한은행이 원리금 비보장에서 DC형·IRP 1위를 차지한 점이 그렇다.”

-퇴직연금을 선택할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나.

“퇴직연금은 은퇴 후 연금까지 수령할 수 있는 상품이므로 장기 수익률뿐만 아니라 수익률 변동성도 면밀히 살피고 선택해야 한다. 또한 퇴직연금은 고객이 항상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는지 살펴볼 요소다. 퇴직연금의 가입자는 대부분 직장을 다니고 있는 급여소득자인 만큼 평일에 지점을 방문해 업무 처리를 하고 상담을 받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퇴직연금 자산을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모바일 환경이 우수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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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48호(2019.10.28 ~ 2019.11.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