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40대 총수, 구광모의 ‘뉴 LG’
…소통 강화하고 공격 경영 행보
재계 모범생 LG의 공격 경영…‘구광모 체제’ 확 달라진 기업문화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그룹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공격 경영’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인화의 LG’라는 수식어처럼 싸우기 싫어하고 정도 경영을 중시하며 다소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가졌던 LG가 최근 삼성전자·SK이노베이션 등 경쟁사들과 소송도 불사하며 ‘강한 LG’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각인하고 있다.

40대 젊은 총수 체제를 맞아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주력 사업의 주도권 싸움에 참전하는 모습은 비장한 결의마저 느껴질 정도다. 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아직 자세히 알려진 것은 없다.

‘뉴 LG’ 체제를 가속하기 위해 LG화학에 첫 외부 인사인 3M 출신의 신학철 부회장을 선임하고 경쟁사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현장 경영 행보를 통해 경영 색깔을 서서히 입히고 있다는 분석이다.

◆ LG 계열사, 경쟁사와 줄소송전 ‘왜’

LG전자는 삼성전자와 세탁기 소송 이후 ‘8K TV’로 또다시 한판 붙었다. LG전자는 지난 9월 자사 올레드 TV와 삼성 QLED를 직접 뜯어 비교한 영상을 공개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의 ‘삼성 QLED TV’가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를 사용하는 액정표시장치(LCD) TV인데도 QLED라는 자발광 기술이 적용된 것처럼 소비자를 오인하게 하는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삼성전자를 표시 광고법 위반으로 신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주력 사업의 기술 우위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세계시장에서 LG가 삼성보다 점유율이 절반 정도 뒤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29.0%, LG전자는 1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중국 기업과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11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중국 가전 업체인 하이센스를 상대로 TV 관련 특허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대부분의 하이센스 TV 제품이 LG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금지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하이센스는 글로벌 TV 시장 4위 업체로 저가 LCD TV를 앞세워 삼성과 LG를 맹추격 중이다. 이번 소송은 LG가 중국 업체에 견제구를 던져 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9월 유럽 가전 업체 3곳에 대해서도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올해 4월부터 배터리 기술 ‘탈취’를 둘러싼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핵심 인력을 빼갔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에 영업 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 밖에 양 사는 국내외에서 여러 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전쟁’은 과열 양상에 접어들며 공존이 아닌 공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살 정도다.

갈등이 격화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9월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지만 양 사의 시각차만 확인한 채 대화의 진전도, 별다른 성과도 없이 끝났다.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사들의 5G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를 불법 보조금 살포 혐의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며 선제공격을 날렸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월 방통위에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13조에 따른 실태 점검과 사실 조사를 요청하는 신고서를 제출했다. SK텔레콤과 KT가 5G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5G망 구축과 서비스 개발을 통한 본원적 경쟁 대신 사상 초유의 막대한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며 가입자 빼앗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LG유플러스의 주장이다.

그동안 큰 잡음이 없었던 LG생활건강도 올해 6월 이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며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업계에선 인화 경영을 펼치던 LG가 구 회장 취임 이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LG그룹은 이에 대해 “계열사의 소송 이슈는 계열사별로 진행되는 부분”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최근 구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사장단 워크숍에서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변화’를 주문한 만큼 LG 계열사들이 주요 현안들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하는 흐름이 구 회장이 제시한 생존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이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 사업 방식, 체질 변화도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 Digital Transformation)이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수단이자 우리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필요한 변화 중 하나일 것”이라고 역설하며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DT’ 전략을 집중 논의했다.

이에 따라 LG는 올 들어 디지털 인재 육성과 정보기술(IT) 시스템 전환 등을 통해 DT를 강화하고 있다. LG의 DT는 디지털 시대의 고객과 기술 변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소통 방식과 일하는 방식 등을 변화시켜 궁극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혁신해 나가는 것이다.

재계 모범생 LG의 공격 경영…‘구광모 체제’ 확 달라진 기업문화
◆ 구광모 시대, 생존 위해 기업 문화도 변화


또 최근 LG 계열사에선 오픈 이노베이션 움직임이 전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구 회장 체제 들어 고객 가치 창출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읽고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외부 트렌드 센싱 체계를 활성화하고 내·외부 아이디어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개방형 혁신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분기별로 400명이 모여 개최하던 임원 세미나를 100명 미만 규모의 월별 포럼 형태의 ‘LG 포럼’으로 전환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LG화학·LG유플러스·LG CNS 등 5개사가 출자해 펀드를 운영하는 실리콘밸리 소재 기업 벤처캐피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신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테크 페어를 열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고 있다.

기업 문화에도 역동성이 깃들고 있다. 구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요청해 회사에서는 ‘대표’로 불리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 전반에도 불필요한 형식과 격식을 배제하고 창의와 자율이 넘치는 수평적이고 역동적인 조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직위가 아닌 직무 중심의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각 계열사별로 직급을 기존 5단계(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에서 3단계(사원-선임-책임)로 간소화했다. 올해 6월에는 역동적인 조직 문화를 강화하기 위해 서초 R&D캠퍼스에 소속과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과 지식을 공유하며 소통하고 문화 활동도 즐길 수 있는 ‘살롱 드 서초’를 열기도 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0호(2019.11.11 ~ 2019.11.17)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