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 R&D 기술력 바탕으로 품질 개선…‘파우치죽’과 ‘용기죽’으로 시장 양분화 주도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대형마트 등에서 흔히 구매할 수 있는 ‘상품 죽’ 시장은 30년 가까이 별 변화가 없었다. 점유율 측면에서 동원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온 것이다.

이런 죽 시장에 최근 ‘지각변동’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이 상온 파우치 형태의 ‘비비고 죽’ 출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동원을 바짝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죽 시장의 판도를 바꿔 나가는 주인공으로 주목 받고 있다.

◆론칭 1년 만에 ‘1위’ 바짝 추격


그간 상품 죽이라고 하면 동그란 ‘용기 죽’이 대부분이었다. 이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이 가정간편식(HMR) 상온 파우치 형태로 내놓은 비비고 죽은 순식간에 히트 제품 반열에 올랐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비비고 파우치 죽은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출시 약 1년을 맞은 가운데 비비고 죽은 10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2000만 개,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시장 점유율은 9월 말 닐슨 데이터 기준 35.7%로 1위(42.8%)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비비고 죽이 새롭게 형성한 파우치 죽 카테고리에서의 성과는 더욱 돋보인다. 파우치 죽 시장 내 비비고 죽 점유율은 현재 80% 정도로 집계된다.

또한 비비고 죽 출시 전 전체 상품 죽 시장의 6%에 불과했던 파우치 죽 카테고리 비율은 비비고 죽 판매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기준 36%로 6배 늘어났다.

비비고 죽이 인기를 끌자 용기 죽만 생산하던 업체들도 최근 잇달아 파우치 죽 제품을 내놓고 있다.

비비고 죽으로 시작된 파우치 죽 시장 확대는 소비자들이 상품 죽 먹는 방식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상품 죽은 1인분 용기형 위주인 만큼 편의점이나 소규모 마트에서 많이 판매됐다. 올해 들어 비비고 죽과 같은 1~2인분 형태의 파우치 죽이 인기를 끌며 대형마트나 체인 슈퍼 등에서 상품 죽을 구매하는 비율이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조사 결과 지난해 대형마트와 체인 슈퍼 경로에서의 상품 죽 판매 비율이 전체 시장의 약 30% 정도였지만 올해 1~2분기에는 45% 정도로 높아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기존에는 편의점 용기 죽을 구매해 간단히 요기하거나 전문점에서 죽을 포장해 갔는데 이제는 마트에서 파우치 죽을 구입해 가정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것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죽 시장의 페러다임을 변화시킨 비비고 죽의 흥행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CJ제일제당은 상품 죽 시장 후발 주자로 진입한 만큼 출시 과정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제품을 내놓았다.

◆소비자 니즈 파악해 제품 개발


상품 죽에서 소비자가 바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소비자 시각에서 사전 조사하고 분석해 이를 토대로 차별화된 상품을 기획한 것이다.

우선 시장 조사 과정에서 CJ제일제당은 소비자들의 입맛이 점차 까다로워지며 외식 전문점 죽 수준의 요리와 제품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때마침 HMR 트렌드가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자 ‘제대로 만들어 그대로도 맛있는 비비고 죽’이라는 콘셉트를 잡고 전문점 수준의 맛을 담은 파우치 형태의 죽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이후 비비고 죽 론칭팀을 만들어 일본 등 해외 시장도 면밀히 조사하고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제품들을 분석했다.

그 무엇보다 연구·개발에 가장 집중했던 것은 ‘쌀’이었다. 죽 본연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원재료인 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즉석 밥의 대명사인 ‘햇반’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했다. 쌀알의 식감은 쌀을 어떻게 보관하고 도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죽에서도 햇반과 동일하게 접근한 것이다.

우수한 품질의 쌀을 선별해 건조·보관·도정 등을 철저히 관리한 뒤 비비고 죽에 사용했다. 죽 각각의 메뉴마다 특색 있는 맛을 구현해 내기 위해 원물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육수에도 연구를 집중했다.

예를 들어 전복죽에는 전복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전복과 어우러진 해물 육수를 사용하고 쇠고기죽은 진한 풍미의 쇠고기 육수를 가미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다
쌀·육수와 함께 비비고 죽을 완성해 줄 고형물은 죽 메뉴별로 적합한 원물을 더해 보다 특색 있는 맛을 구현해 냈다.

죽 메뉴마다 어울리는 고형물의 종류, 양과 크기, 특유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김 가루나 참기름 등 별도의 조미 첨가 없이 제품 본연의 맛을 살리는 품질을 확보해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쌀·육수·고형물 등 세 가지 기본에 충실한 비비고 죽은 CJ제일제당의 독보적 상온 HMR 기술력이 더해져 시장에 나온 것”이라며 “내부에서 다소 회의적이었던 시각도 있었지만 빠르게 안착하며 이런 우려들을 단숨에 불식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호주·싱가포르 등 20개국에 진출해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은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죽 문화가 발달한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서의 판매 증대를 목표로 현지 입맛에 맞는 파우치 죽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1호(2019.11.18 ~ 2019.11.24)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