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핀테크 CEO 3인의 혁신 성장 스토리]
- 신혜성 와디즈 대표 인터뷰
“상위 1% 인재보다 팀 플레이어를 채용합니다”
[허란·추가영 한국경제 기자]왜 지금, 기업 문화일까.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신혜성 대표는 성남시 판교 와디즈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과거에 만들어 놓은 방식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돈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 경제’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미래 시장을 주도할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재들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업한 이유”라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만큼 기존 기업 문화의 한계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기업 문화와 잘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다. “상위 1%의 스타 플레이어에게 집착하기보다 와디즈의 인재상에 맞는 팀 플레이어를 채용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몇 명의 스타 플레이어보다 최적의 팀워크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스타트업 창업자들 중에서도 조직 문화에 대한 고민을 유독 더 많이 하는 것 같아 눈에 띕니다.
“지금 시대에 ‘넥스트 빅 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어떤 기업을 원할지 고민했습니다. 이들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적당히 까라면 까는 조직 문화에선 견디기 어렵죠.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어야 상대방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실제 제가 창업한 이유죠.”

-왜 지금, 기업 문화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스타트업이 조직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 중 첫째는 ‘성장’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스타트업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죠.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신이 성장한 것을 증명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이직하면서 몸값을 높이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직을 선택하지 않고 회사에 남아준 이들이 스스로 성장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역할의 보상이 있습니다. 이때 조직 문화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일하느냐, 즉 일하는 방식의 측면이 상당히 중요하죠.
대기업은 한국이 먹고사는 문제로 고민하던 시기에 설립됐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은 부차적인 것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직원들은 회사가 주는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있었고 중산층이 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만났는데 과거의 조직 문화로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니까요.”

-기존 대기업에선 조직 문화를 혁신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네요.
“제가 회사를 나와 창업할 때 사람들이 ‘그 안에서 바꿀 수 없느냐’고 묻더군요. 그때 제가 대답했죠. ‘바꿀 수 있습니다. 당신이 거버넌스(governance :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면 가능합니다. 그런데 오너가 아닌 최고경영자(CEO)가 거버넌스를 바꾸기는 쉽지 않겠죠.’ 대기업의 경우 유일한 대안은 사내 벤처를 스핀오프(spin-off : 회사를 새로 만들어 분리)하는 정도일 것 같습니다. 결국 거버넌스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죠.”

-유독 채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가 있나요.
“좋은 조직 문화를 만드는 게 창업한 이유라고 했잖아요. 현실적으로 필요한 것을 다 할 수는 없었지만 작년까지는 채용에 ‘올인’했습니다. 인적자원개발(HRD)을 할 여력이 없으니 채용에서 조직 문화에 맞지 않은 사람을 걸러내지 못하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죠. 기능상 맞는 사람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인재상에 맞지 않으면 그 자리를 계속 비워 두고 갑니다.”

-어떤 인재가 와디즈 문화에 가장 적합한가요.
“넷플릭스는 ‘스타 플레이어만 데려 간다’가 기준인데 와디즈는 거기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와디즈 인재상에 맞는 사람을 데려간다는 문화죠. 저는 상위 10%의 ‘팀 플레이어’들이 1%의 스타 플레이어만 모인 집단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 플레이어는 어떤 사람을 말하나요.
“회사 전체의 목표가 자신 또는 자기가 속한 조직의 목표보다 우선인 사람입니다. 와디즈 인재상인 ‘진국이’의 핵심 3요소가 겸손(Humble)·갈망(Hungry)·영리함(Smart)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도록 겸손하고 일의 성취욕이 있으며 스마트한 관계를 맺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어디에서나 환영받는 ‘진국’ 같은 사람이죠.
그중 겸손이 팀 플레이(협력)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팀 플레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동료가 피드백을 주더라도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거든요. 겸손함은 회사에서 가르칠 수 없어요. 이건 성장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분이죠.”

-사실 ‘진국’ 같은 사람은 모든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아닌가요.
“대기업에도 그런 사람이 있죠. 그런데 과연 그들이 회사에서 귀중한 인재라고 평가 받고 합당한 보상을 받을까요. 진국 같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전문성과 능력뿐만 아니라 인격이 포함돼 있거든요.
전에 없던 아이디어를 얘기하고 실행하는 것은 조직 문화와 깊이 연관돼 있죠. 대기업이 아이디어가 없어 못하는 걸까요.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냈는데 ‘승진하고 싶어 저러나’, ‘자기가 공을 세우려고 그러나’와 같은 반응이 나오면 창의성이 다 무시돼요. 그렇기에 좋은 팀워크로 일할 때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떤 사람이 스타트업에 딱 맞는 인재인가요.
“성장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한가, 또 성장이 정체됐을 때 피드백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에 맞는 인재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합니다. 개인의 성장 속도가 기업의 성장 속도보다 높은 사람은 입사 1년 뒤 팀장 그리고 1년 뒤 실장이 되는 구조로 가요. 개인의 성장 속도가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때에 회사는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밖에 없어요. 그때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갈려요. 전자는 다시 성장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하고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지만 후자는 아쉽게도 회사를 떠나게 되죠.”

-기업 문화 원칙에 따른 승진과 보상이 실제 작동하고 있나요.
“와디즈는 핵심 가치를 전파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보상하고 있습니다. CEO가 없어도 이 사람과 같이 일하면 와디즈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알 수 있죠.
리더십의 시작은 사람을 알아보고 발굴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그가 운동장이 아닌 경기장에서 뛰어 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죠. 사람을 키우지 못하면 리더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담당자 이상의 역량이 없는 거죠. ‘자기 업무를 떼어 주면 자기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인데, 짧은 생각이죠.”

-기업의 비전이나 미션은 공허하게 들리기 일쑤입니다. 어떻게 해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업 문화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을까요.
“매달 초 열리는 ‘임팩트 포럼’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 직원에게 한 달 동안 우리가 5원칙에 따라 무엇을 잘했는지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입니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펀딩 모집액 등 KPI를 발표하며 회사가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보여주고요. ‘급변의 물살을 즐기며 앞서 나간다’는 원칙에 따라 일하는 사람을 부서별로 추천 받아 내부 심사를 통해 ‘와디즈 서퍼(surfer)’로 선정합니다. 또 ‘팀원 간의 필요를 채워준다’는 원칙에 따라 직원들끼리 ‘칭찬 릴레이’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옳은 일을 한다’는 원칙에 따라 회사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만들었는지 공유합니다. 막상 회사에 들어와 일하다 보면 역할이 세분화돼 있기 때문에 초심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더라고요. 그래서 창업 스토리, 우리의 원칙,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에 대해 더 자주 얘기하려고 합니다.” why@hankyung.com

[이 글은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publy.co)에서 발행한 '파워풀한 팀은 무엇이 다른가: 기업문화 파헤치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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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2호(2019.11.25 ~ 2019.12.01)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