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Ⅱ]
-신세계·롯데·CJ, 조 단위 투자 경쟁 나서…체험과 쇼핑·콘텐츠 결합에서 미래 찾기
‘화성·어드벤처 부산·라이브시티’…테마파크로 한판 붙는 유통 기업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유통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경기 화성 테마파크 사업에 4조6000억원을 투입해 아시아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CJ그룹은 1조8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한류월드 부지에 ‘CJ라이브시티’를 조성한다. 롯데그룹은 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5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대 규모의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을 연다.

유통 기업들이 잇달아 테마파크에 거액을 베팅하는 이유는 신사업에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으로 백화점·대형마트 등 기존 유통 시장이 침체의 길을 걷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놀이’와 ‘쇼핑’을 결합한 복합 테마파크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견한 기업들을 살펴본다.
‘화성·어드벤처 부산·라이브시티’…테마파크로 한판 붙는 유통 기업들


◆ ‘세상에 없는 테마파크’…신세계 4.6조 투자


“더 이상 우리의 경쟁자는 쇼핑 업체가 아니다. 에버랜드·롯데월드·야구장과 같은 테마파크와 경쟁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그동안 놀이와 쇼핑을 결합한 쇼핑 테마파크를 꿈꿔 왔다. 그 결과 2016년 쇼핑·여가·레저를 함께 즐기는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이 탄생했다. 스타필드 등 체험형 쇼핑몰로 자신감을 얻은 정 부회장의 눈은 이제 테마파크를 향하고 있다.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화성 송산그린시티에 418만㎡(약 127만 평) 부지에 총
4조600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으는 글로벌 테마파크를 구축한다.

이곳은 △최신 정보기술(IT)이 접목된 놀이기구 중심의 ‘어드벤처월드’ △사계절 휴양 워터파크 ‘퍼시픽 오딧세이’ △화성 공룡알 화석지와 연계한 공룡 테마 ‘쥬라기월드’ △장난감과 캐릭터로 꾸민 키즈 파크 ‘브릭&토이킹덤’ 등 4가지 콘셉트로 구성된다.

또 호텔·쇼핑몰·골프장 등을 집약해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글로벌 복합 테마파크로 조성할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화성 국제테마파크 사업 현장에서 지난 11월 21일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사업 역량을 쏟아부어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화성 국제테마파크 부지를 찾아 “이번 투자로 약 1만5000명의 직접 고용, 11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 70조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테마파크 산업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산업이자 관광 분야의 유망산업이다. 전 세계 상위 10개 테마파크 그룹 방문객이 5억 명을 넘어섰고 2023년까지 연평균 방문객은 3.6%, 지출액은 6.3%의 가파른 상승세가 전망된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는 정부 3단계 기업 투자 프로젝트의 대표 과제이자 경기도의 숙원 사업이다. 앞서 경기도는 2007년 유니버설스튜디오의 한국판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두 차례에 걸쳐 사업이 무산됐다. 그러다 신세계프라퍼티 컨소시엄과 2019년 7월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사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화성 국제테마파크를 통해 예상되는 일자리는 1만5000여 개다. 연간 19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는 국내 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6년 1차 개장을 시작으로 2031년 완전 개장을 목표로 한다.
‘화성·어드벤처 부산·라이브시티’…테마파크로 한판 붙는 유통 기업들

◆ CJ는 케이팝 공연장·롯데는 초대형 공세


CJ그룹은 1억8000억원을 투자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 한류월드 부지에 케이팝 기반의 테마파크 ‘CJ라이브시티’를 짓는다.

2만 석 규모의 공연장을 보유한 테마파크로 2024년 완공할 계획이다. 다른 테마파크와 차별화 포인트는 CJ의 문화 콘텐츠 역량과 세계 1위 아레나 사업자인 미국 AEG 노하우가 결집된 테마파크라는 점이다.

CJ라이브시티 조성 사업은 한동안 인허가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다가 2018년 11월 인허가 통과 이후 2019년 2월 경기도·고양시·(주)CJ라이브시티 간 ‘한류 콘텐츠 산업 육성과 관광 단지 활성화를 위한 지역 발전 상생 협약’ 체결을 통해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CJ라이브시티는 총 4가지 시설로 구성된다. 다양한 채널의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제작할 수 있는 ‘체험형 스튜디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최첨단 공연장’, 다양한 콘텐츠 기반의 라이드·어트랙션, 식음료(F&B)·머천다이즈(MD) 시설이 구성된 ‘콘텐츠 놀이 공간’, ‘한류천 수변공원’이다.

‘체험형 스튜디오’는 드라마·예능, 음악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공간으로, 단순한 제작 시설을 넘어 고객이 직접 특수 효과나 제작 체험 같은 콘텐츠와 관련한 생생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설계될 예정이다.

CJ라이브시티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 우수한 젊은 창작자들이 서로의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교류하고 미래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을 일궈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영 크리에이터도 육성할 계획이다.

‘최첨단 공연장’은 한류 콘텐츠의 중심인 케이팝의 대표 공간은 물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최첨단 전문 라이브 공연이 가능하도록 건설될 예정이다. 특히 공연장 내부와 외부를 연계해 관람객과 단지 방문객들이 함께 콘텐츠를 즐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놀이 공간’에서는 다양한 콘텐츠와 최신 IT를 접목한 CJ라이브시티만의 어트랙션과 라이드가 배치된다. 한국 특유의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중심으로 개발된 다양하고 독특한 F&B와 MD 상품을 즐기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한류천 수변공원’은 단지를 가로지르는 중심 시설로, 수변 영화관과 야외 공연장 같은 고객 친화 시설을 배치해 국내 대표 친수 공간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김천수 (주)CJ라이브시티 대표는 “CJ라이브시티는 글로벌 문화 기업인 CJ의 비전이 구체화돼 만들어지는 세상에 없던 놀이 문화 공간”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공간으로서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도 반드시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장소로 만들어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는 테마파크 완공 후 연간 20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방문해 10년간 13조원의 경제 효과와 9만 명의 고용 창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그룹도 부산 오시리아관광단지에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을 2021년 개장 목표로 조성 중이다. 잠실 롯데월드 4배(약 50만㎡)가 넘는 초대형 놀이공원으로, 토지비용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테마파크 안에는 롯데월드·스카이라인 루지·쇼핑몰·호텔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 측은 테마파크 완공 시 연간 400만 명 방문, 2200명의 고용 창출을 예상하고 있다.
‘화성·어드벤처 부산·라이브시티’…테마파크로 한판 붙는 유통 기업들


◆ ‘한국형 디즈니랜드’ 성공하려면…


유통 기업들이 잇달아 테마파크 조성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국내에는 2021년을 기점으로 3개 이상의 테마파크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삼성 에버랜드와 잠실 롯데월드는 해마다 100만 명의 방문객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테마파크엔터테인먼트협회(TEA)와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아에콤(Aecom)이 올해 6월 공동 발표한 ‘2018년 세계 놀이·테마파크’ 명단에 따르면 2018년 세계 테마파크 순위(입장객 기준)에서 15위권 안에 디즈니랜드(10위)와 유니버설스튜디오(3위)의 콘텐츠를 활용한 곳이 총 13곳으로 나타났다.
‘화성·어드벤처 부산·라이브시티’…테마파크로 한판 붙는 유통 기업들
2006년에는 국내 대표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각 10·15위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롯데월드 17위, 에버랜드 19위로 밀려났다.

이처럼 세계 테마파크 시장은 디즈니월드·유니버설스튜디오와 같은 콘텐츠 기반의 다국적 테마파크가 주도하고 있어 신세계·CJ·롯데의 신생 테마파크의 흥행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 테마파크이자 일본·중국 등 인접 국가에 있는 테마파크를 넘어설 ‘한국형 디즈니랜드’가 성공하려면 한국형 테마파크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글로벌 콘텐츠의 부재가 해결 과제다. 디즈니월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의 성공 비결의 80%는 미키마우스나 슈퍼 히어로 캐릭터와 같은 메가 콘텐츠의 힘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한국형 슈퍼 히어로 캐릭터 만들기에 이미 착수한 상태다.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소재로 한 한국형 히어로 영화 제작에 투자해 2020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세계가 일렉트로맨 관련 영화 제작에 나선 이유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야말로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고객들과 공감을 통해 고객이 우리를 찾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는 정 부회장의 콘텐츠 실험이 테마파크로도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화성·어드벤처 부산·라이브시티’…테마파크로 한판 붙는 유통 기업들
테마파크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나야 수익 구조에 도달할 수 있는 만큼 사업을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인허가 절차로 발목이 잡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화성 국제테마파크·CJ라이브시티·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등도 부지 선정 절차에서부터 사업 계획 또는 사업자 변경·인허가 문제 등으로 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10여 년간 표류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주52시간 근무제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정착으로 여가 시간이 길어지고 중요성이 커지는 추세에 따라 테마파크 산업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견해도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1인당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주52시간 근무제 확산으로 일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놀이 산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체험과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해 콘텐츠를 만들면 디즈니나 유니버설과 직접 경쟁하는 시장 구도와는 또 다른 새로운 포지셔닝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한류나 체험형 콘텐츠 등 우리만의 명확한 콘셉트를 구축하는 것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4호(2019.12.09 ~ 2019.12.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