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청와대에선]
-강한 성격·돌파력, 부담스러운 면 있지만 검찰 개혁 시급한 지금 상황에서는 ‘강점’ 판단
문재인 대통령, 추미애 법무장관 카드 뽑은 사연은
[김형호 한국경제 기자] “대표님, 의원들 사이에서 주변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재인계로 꼽히는 한 의원은 추미애 의원이 당 대표를 맡고 있을 때 이 같은 조언을 전했다. 당시 추 대표가 친문계의 적극 지지로 당 대표에 오른 터라 나름의 충언이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추 대표는 웃으며 “제가 당 대표이고 판사 출신인데 제 말을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반 농담성 답변을 했다고 한다. 해당 의원은 “말로만 듣던 추 대표의 스타일을 직접 경험한 사례였다”고 회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월 5일 추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국 사태’ 이후 여당과 검찰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구원투수로 ‘추미애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평상시였으면 문 대통령이 추 의원을 낙점하지 않았을 것이고 당 대표까지 지낸 추 의원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여권에서는 최근의 상황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때론 고집스럽다는 평가까지 받는 추 후보자 특유의 돌파력이 낙점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대표와 이견이 발생하면 다른 최고위원들의 얘기를 다 들어준다. 하지만 결정은 대표 생각대로 한다. 판사가 검사와 변호사의 얘기를 듣고 자기 의중대로 결정하는 것 같았다.” 추 후보자의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낸 민주당 중진 의원의 전언이다.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당시에는 캠프 인사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인사 발표를 지연시켜 가면서 결국 본인의 의중을 관철시켰다. 당시 추 대표의 고집에 캠프 사람들도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한양대 후배인 임종석 비서실장과 청와대 비서진 인사 후유증으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결국 임 실장이 꽃을 들고 ‘우리 대표님’이라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 끝에 일단락됐다. 직설적 화법과 목표를 향해 밀어붙이는 저돌적인 스타일로 여러 번 평지풍파를 일으켰다.

◆ “정치 인생 22년 동안 당적 한 번도 바꾸지 않아”

2009년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에는 복수 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 지급 기준을 정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의 내용을 두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자 회의장 문을 걸어 잠근 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과 중재안을 만들어 통과시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때 통과된 ‘추미애 중재안’은 1년 6개월의 준비 기간을 두고 복수 노조를 시행하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는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10년부터 적용하는 내용이었다. 상임위 통과 직후 민주당 내에서 ‘출당시켜야 한다’ 등의 갖은 성토가 쏟아졌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강단을 보였다.

민주당 대표 중 처음으로 2년 임기를 채우고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추 후보자가 당내에서 인색한 평가를 받은 것은 이런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추 후보자는 1995년 김대중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권유로 정치에 입문했다. 대구 출신의 똘똘한 여성 판사가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김 전 대통령은 영남권 표심 공략을 염두에 두고 추 후보자를 영입했다고 한다.

1997년 15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그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고향인 대구에서 고질적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며 ‘잔다크르유세단’을 만들어 김 전 대통령 지원 유세를 펼쳐 ‘추 다르크’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추 후보자는 2003년 친노 그룹의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고비를 맞기도 했다. 함께 잔류했던 새천년민주당 내 동교동계 의원들이 2004년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면서 탄핵 후폭풍을 맞아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찾아 탄핵을 반성하는 ‘삼보일배’를 이틀 동안 하면서 성난 민심을 달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때 후유증으로 지금도 무릎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여러 곡절에도 불구하고 추 후보자는 “22년 정치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당적을 바꿔본 적이 없다”는 점을 정치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

◆ “지금까지 보지 못한 유형의 법무장관”

추 후보자가 내정된 직후 여권의 한 인사는 “검찰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스타일의 법무부 장관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일각에선 여성이라는 점을 들어 2003년 노무현 정부의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정치권에선 “체급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기수를 중시하는 법조계에서 사법연수원 13기인 강 전 장관은 10기 선배이자 연배도 많은 송광수 검찰총장을 맞상대해야 했다. 임명 초기부터 검찰 내 반발로 리더십 발휘가 여의치 않았다.

반면 추 후보자는 14기로 23기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9기 선배이고 연배는 두 살이 많다. ‘개혁 성향의 판사 출신’이라는 점 외에는 두 사람 사이의 공통점을 찾기 쉽지 않다. 여당 대표를 지냈고 지역구에서 유일하게 5번 당선된 여성 중진 의원이라는 점은 향후 추 후보자의 행보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추 후보자는 12월 5일 윤 총장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문제로 중요하지 않다”고 단호한 의견을 밝혔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대상이지 개인적 호흡을 맞추는 상대가 아니라는 기본적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판사 출신 특유의 검사 조직에 대한 인식도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에 대한 일종의 기선 제압 성격의 메시지로 읽힌다. 추 후보자는 12월 9일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처음 출근하면서 “후보자로 지명 받은 이후 검찰 개혁을 향한 (국민의) 기대와 요구가 더 높아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 소강 국면에 접어든 검찰 개혁의 불씨를 살려 고강도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다. 문 대통령이 12월 11일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로 송부함에 따라 인사청문회는 12월 31일 이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인사청문회법은 인사청문요청서의 국회 송부 이후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열도록 규정하고 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열리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날짜를 지정해 재송부를 요청하고 그럼에도 보고서가 오지 않으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통상 재송부 기한이 5일 이내인 점을 고려하면 1월 첫째 주에는 추 후보자의 장관 취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 추 후보자는 검찰 조직 다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당장 여섯 자리의 지검장 자리가 비워 있는 만큼 정기 인사를 앞당겨 1월께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당 대표 경험을 통해 인사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만큼 “인사가 만사다”라는 여의도 정가의 통설을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과의 향후 관계가 가늠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 추 후보자를 오랫동안 알아 온 한 의원은 “추 후보자는 때론 독선적이라고 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돌파력이 강하다”며 “검찰과의 관계 설정에서도 초반부터 자신만의 스타일 구축에 나설 텐데 이 과정을 어떻게 풀어 갈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hsan@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