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재테크 기상도]
- 경제 지표에서 나타나는 ‘D’의 공포
-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투자·고용 감소 악순환
내년 성장률 2%도 ‘간당간당’…막막한 재테크 암흑기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국내 경기 부진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갈수록 재테크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 대세 상승을 부르짖던 부동산은 정부의 연이은 규제로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사상 최고치를 노리던 주식 시장은 이미 꺾인 지 오래다. 세계 각국의 자국 보호 무역 정책 확산과 한국·일본 경제 전쟁, 수출 기업 실적 악화, 바이오주 몰락, 내수 불황 등과 함께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분위기는 2020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무엇을 하나 콕집어 ‘이것만은 좋아질 것’이라는 호재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외 주요 기관들과 국내 은행·증권사들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2%대 초반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들 기관들이 지난해 연말 내놓았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 중·후반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더 우울한 상황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이제 저성장 기조가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2017년 3.1%를 기록했던 경제성장률은 2018년 2.7~2.8% 전후로 둔화된데 이어 2019년엔 2% 달성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2019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내놓은 국내외 주요 기관과 민간 연구소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4~2.8%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급기야 국책 은행인 한국은행은 올해 4차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며 2.0%까지 끌어내렸다.

◆ 2020년 경제성장률 평균 2.07% 예측

올해 들어 수출 부진과 국내 투자 및 소비 둔화가 중첩되면서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 경제는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위기 이듬해인 2010년만 해도 6.8%의 성장률을 기록했던 한국 경제는 그래도 이후 3%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게 됐다.

그런데 내년 상황은 더 암담해 보인다. 국내외 주요 기관과 민간 연구소 15곳(경제협력개발기구·국제통화기금·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산업연구원·자본시장연구원·금융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삼성증권·LG경제연구원·하나금융경영연구소·현대경제연구원·국가미래연구원·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모건스텐리)의 2020년 전망치를 취합해 살펴본 결과 최저 1.6~2.3% 사이를 예측하고 있다. 이들의 전망치 평균값은 2.07%다.

우선 국외 기관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 국제통화기금(IMF)은 2.2%다. 국내 기관 중에서는 한국은행과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그리고 산업연구원이 2.3%로 전망치를 발표했고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은 2.2%로 내다봤다. 즉, 정부 관련 기관과 국제기구들은 2% 초반의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국내외 민간 기관들의 전망치는 엇갈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삼성증권 등은 정부 기관의 예상치와 비슷한 2.3%를 전망한 반면 한국경제연구원(1.9%)·하나금융경영연구원(1.9%)·LG경제연구원(1.8%)·국가미래연구원(1.78%) 등은 정부 기관보다 낮은 예상치를 내놓았다.

해외 민간 기관 역시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1.6%로 국내외 주요 기관의 전망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내놓았고 모건스탠리 역시 1.7%로 예측했다.

이들 기관의 전망치가 차이가 나긴 하지만 대체적인 컨센서스는 경제 성장세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확대 등 정부 정책 효과를 제외하고 대내외 여건상 새해 한국 경제를 개선할 만한 긍정적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 경제는 사이클상 예상보다 빠르게 정점을 찍고 하향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또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는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는 등 악재가 널려 있다.

김영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2020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생산가능인구 급감, 투자 부진 장기화,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글로벌 분업 체제 약화 등과 같은 요인이 더해지면 성장률 2%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각종 지표 악화에 내년 경제 전망 어두워

한국의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의 악화도 내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GDP 디플레이터가 외환 위기 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GDP 디플레이터(전년 대비)는 마이너스 1.6%로, 외환 위기 직후인 1999년 2분기(-2.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 성장률과 실질 GDP 성장률의 격차로, 소비재·생산재·자본재 물가까지 모두 포함해 국민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 요인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물가지수다. 또한 기업·개인·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들이 생산하는 재화·서비스의 부가가치의 가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GDP 디플레이터의 하락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를 더욱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저성장·저물가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지만 교역이 주된 먹거리인 한국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투자·고용이 감소되고 이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더욱 옥죄게 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한국 경제 곳곳에서 나타났다. 우선 국내 기업들의 평균 성장성(매출·자산)과 수익성(영업이익)이 모두 나빠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2018년 기업 경영 분석’에 따르면 총 69만2726곳의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2018년 매출액 증가율은 4.0%로 2017년(9.2%)과 비교해 5.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매출액 증가율이 같은 기간 9.0%에서 4.0%로 줄었다. 이는 반도체·휴대전화·디스플레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부문(20.4%→3.4%)의 매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비제조업도 건설과 도·소매 부문을 중심으로 9.3%에서 4.0%로 하락했다. 전체 산업의 총자산 증가율은 7.6%에서 5.8%로 하락했다. 제조업(6.5%→5.1%)과 비제조업(8.4%→6.3%) 부문 모두 전년보다 부진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6.1%에서 5.6%로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기업이 1000원어치를 팔아 56원을 남겼다는 뜻이다.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6.1%에서 5.3%로 낮아졌다. 제조업은 석유 산업 정제 마진 하락과 자동차 부진으로 7.6%에서 7.4%로 둔화됐다.

비제조업에서는 전기가스업과 도·소매 경쟁 심화의 영향으로 2.8%에서 2.6%로 떨어졌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7.6%에서 7.2%, 중소기업은 4.0%에서 3.5%로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 심해진 상황이지만 아직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고용 시장 역시 타격을 받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10월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정규직 노동자 수는 1307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35만3000명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은 748만1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6만7000명 증가했다. 비정규직 수가 700만 명을 넘은 것은 200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비정규직 증가는 고용의 질 저하를 의미한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은 노인 일자리 같은 단기 일자리를 빼면 민간 부문에서 제대로 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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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5호(2019.12.16 ~ 2019.12.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