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 1256호 (2019년 12월 25일)

'간병 대국' 일본의 고민, 생애 '마지막 집'을 찾아라

기사입력 2019.12.23 오전 10:49

-간병 환자에게 딱 맞는 시설 찾아주는 매칭 사업 ‘블루오션’ 떠올라

'간병 대국' 일본의 고민, 생애 '마지막 집'을 찾아라


[도쿄(일본) =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 대학원 교수]간병 산업은 알짜 시장이다. 고령사회로 갈수록 간병 수요가 늘어나는 덕분이다. 급속도로 늙어가며 수명까지 연장되는 한국의 상황은 더 그렇다. 거대한 덩치의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고유병 비율 연령대 앞에 들어섰다. 간병 시장의 본격적인 개막이 예고된 것이다.


시장과 기업엔 탐이 날 수밖에 없는 거대 수요다. 정부도 앞으로 키워 나갈 내수 기반의 유력 후보로 대하면 나쁠 게 없다. 어떤 식이든 간병에 대한 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고 재정만으로 책임지기는 힘들다. 만약 간병 시장의 수급 매칭을 도모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불행 산업 ‘간병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


일본의 간병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수성을 위한 기존 업체의 수성과 신규 세력의 공격이 경쟁적이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도 본격적이다. 사실상 전국시대다. 급증하는 잠재 수요를 감안하면 당연하다. 일본의 베이비부머(1947~1949년생)는 곧 75세 문턱에 들어선다. 75세부터 유병 비율은 높아진다.


간병은 공포다.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생활의 질을 극도로 악화시킨다. 장수를 축복보다 재앙으로 여기는 이유 중 하나다. 간병 수요가 생겨나면 불편·불안·불만은 일순간에 부각된다. 그렇다면 해소 지점은 유력한 사업 기회다. 답답함을 풀어주는 데 소비하지 않을 리 없다.


관건은 구매력이지만 본인이 직접 간병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시장 수요는 충분하다. 고령 대국의 간병 사업이 무궁무진한 이유다. 일종의 불행 산업이긴 하지만 불가피한 시대 변화란 점에서 간병 시장의 잠재력은 크다. 

 
고령 인구(65세 이상) 28%를 넘긴 초고령사회 일본답게 간병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늙어 병들었는데 집에서의 생활이 어렵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간병 서비스의 활용이다. 돌봐줄 동거 가족이 없다면 더 그렇다. 이때 ‘마지막 집’으로 간병 시설은 불가피한 선택지다. 문제는 어디를 어떻게 고를 것이냐다. 수많은 시설 중 맞춤형 최적지를 고른다는 것은 어렵다.


문제는 미스 매칭이다. 간병을 둘러싼 수급 불일치가 의외로 심각하다. 간병 수요자가 체감하는 미스 매칭은 상당한 수준이다. 간병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지 오래인 일본에서도 미스 매칭은 현재 진행형이다.


여기엔 간병의 자기 책임화가 한몫했다. 재정 악화로 세금·복지의 일괄 개혁에 내몰린 일본 정부가 간병 정책을 ‘시설→재가’로 옮긴 게 컸다. 세금은 올리고 복지는 낮추며 간병의 자기 책임화가 강화됐다.


확대 중인 지역 포괄 케어 시스템도 고부담의 시설 간병에서 저부담의 재택 간병 차원에서 채택됐다. 재택 간병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만 연 10만 명에 달할 정도다. 간병 퇴직은 사회 문제로 부각됐다. 원하는 시설은 별로 없고 비용마저 부담되니 방법이 없다.


간병 수급의 미스 매칭은 다양하다. 공급 측면에선 간병인의 과부족이 심각하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돌봐줄 직원의 부족은 일상다반사다. 법으로 규정한 직원 규모를 갖추지 않고 운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인재 부족은 간병직 해외 노동자의 유입 장벽까지 낮췄다. 2025년 간병 직원이 38만여 명이나 부족할 것이란 정부 예측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다.


간병직으로 유입되는 동남아 출신자의 입국 행렬도 본격화됐다. 직원이 부족한 이유는 저임금·장시간의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이다. 그만큼 임금 대비 노동 강도가 세다. 지난해 간병노동안정센터에 따르면 간병 직원의 89%가 인원 부족을, 43%는 초과 근무의 괴로움을 호소한다.


◆간병 환자는 늘어나는데 시설 찾기 쉽지 않아


간병 서비스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품질의 악화다. 직원을 뽑더라도 정규직보다 저임금의 단기·비정규직 위주여서 전문성이 떨어진다. 고만고만한 곳이면 차라리 집에서 돌보는 게 낫기에 ‘노노간병’은 줄어들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인 것은 간병 시설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품질이 낮으니 간병보다 통제가 먼저고 관련한 사건 사고도 반복된다. 블랙 시설이 상존한다. 노인 홈에서의 관련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신체 학대부터 입주자를 볼모로 한 부정 청구 등 수익 극대화에 꽂힌 운영 시설은 여전하다. 현장 직원의 내부 고발 없이 적발하기 힘들어 수면 아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수요가 많으니 시설은 증가세다. 최근엔 초저가 유료 노인 홈까지 가세한다. 입소 보증금만 수천만 엔대로 부자 시설이란 이미지가 강했던 과거보다 선택지가 넓어졌다. 보증금이 몇 달 치 월 이용료로 갈음되기도 한다.


그래도 미스 매칭은 풀리지 않는다. 서비스와 계약 내용의 불완전 설명이 그렇다. 불필요한 서비스로 환자 상태와 간병의 방침이 마찰을 빚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즉 약 처방과 통원만으로 충분한데 의사가 상주하는 시설이면 일상생활을 막아 질환을 악화시킨다. 병을 키우는 구조다. 정확한 진단 없는 불필요한 서비스의 한계다. 당연히 필요 이상의 거액비용이 요구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프기 전에 시간을 갖고 신중히 골라 보려는 예비 수요도 많다. 건강할 때 최후의 집을 찾자는 의도다. 혹은 가벼운 질환일 때도 적용된다. 이는 기존의 특별 요양 노인 홈(특양), 유료 노인 홈, 간병 노인 보건 시설(노건) 등에 더해 2011년 서비스 부가 고령자 주택이 시작되면서 확산됐다.


2006년 총량 규제 후 입소 대기가 늘자 규제에서 비켜선 전용 임대 주택도 가세했다. 후자로 갈수록 건강한 액티브 시니어의 마지막 집과 연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 닥칠지 모를 간병 수요는 단계별로 커버한다. 의사 상주가 아니라도 문제가 발생할 때 관련 서비스가 연계·제공되도록 내재화한다.


가령 액티브 시니어가 타깃인 ‘스마트커뮤니티이나게’는 주목받는 모범 사례다. 일본판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의 선행 모델답게 분양 맨션을 단지화해 생활과 간병을 일체화했다.


한쪽에선 간병 폐업도 심각하다. 이유는 부족한 직원 수가 압도적인 가운데 경쟁 격화가 거론된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간병 사업자 중 2019년 상반기 도산 건수는 55건이다. 간병 보험이 시작된 2000년 이후 최다 기록이다.


노동자 1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자가 80%로 대부분이다. 선행 투자는 했지만 환자와 직원 모집에 난항을 겪은 결과다. 고만고만한 간병 보수도 악재다. 2015년 마이너스(-2.27%) 개정 이후 도산 업체가 늘었다. 2018년 0.54%와 2019년 10월 0.39%를 올렸지만 기대치엔 못 미친다. 인건비 인상 압박도 문제다. 최근 경기 호조로 간병 취업보다 나은 일자리가 늘면서 인재 유출이 잦다.


그럼에도 현실은 안타깝다. 대부분 간병해야 하는 환자가 생긴 후 당황하며 시설을 찾는다. 적당한 곳을 고를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없으니 미스 매칭이 발생한다. 그래서 환자와 시설을 연결해 주는 매칭 사업이 부각된다. 미스 매칭을 중개해 최적의 카드를 제안하는 식이다. ‘유료노인홈입주지원센터(사)’는 1300여 간병 시설을 독자적인 기준으로 전수 조사해 평가·소개한다.


시설로부터 매칭비용을 받지 않아 중립적인 시각에서 엄밀한 잣대를 적용한다. 희망자의 조건과 생활 방식에 맞게 최적의 후보가 나올 때까지 제안한다. 신체 건강부터 치매 환자까지 5단계로 나눠 상태·희망별로 후보지를 탐색한다. 지역·가족·예산 등도 검토 대상이다. 견학부터 입주 지원과 향후 관리까지 담당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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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9-12-24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