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부족한 수면을 슬립테크로 보충하고 업무 생산성 높여
[유성민 동국대 국제정보호대학원 외래교수] 사람에게 중요한 활동은 무엇일까. 호흡·식사·운동 등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수면을 빼놓을 수 없다. 잠을 자지 않고는 생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는 잠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에는 수면이 부족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슬립테크’…잠이 부족한 한국인에게 보약
시장 조사 전문 기관인 입소스(Ipsos)는 2018년 27개국 2만767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잠의 충분성에 관해 설문 조사를 했다. 세계 평균으로 56%의 응답자가 잠을 충분히 자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인도는 응답자의 70%가 잠을 충분히 자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인도 사람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어 세르비아(68%)·사우디아라비아(67%)·아르헨티나(65%)·미국(64%) 등의 순으로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 부족 개선으로 주52시간 근무 대처 가능
반면 한국 성인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34%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다. 세계 평균보다 22% 정도 낮다. 참고로 이러한 응답률은 뒤에서 2위다. 일본은 32% 응답자가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달리 말하면 한국은 잠이 둘째로 부족한 국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OECD는 33개국을 대상으로 일상 활동에 사용되는 시간을 조사했다. 수면·쇼핑·업무 등에 하루 평균 걸리는 시간을 조사했다. 수면 시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평균 553분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중국(542분)·에스토니아(530분)·인도(528분)·미국(528분) 등 국가의 평균 수면 시간이 높았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수면 시간이 낮다. 한국은 471분으로 둘째로 낮았고 일본은 442분으로 가장 낮았다. 한국은 세계 평균(507분)보다 36분 정도의 수면이 부족하다.

한국 사회는 충분한 수면을 필요로 한다. 부족한 수면이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이를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가 의료비용 부담 비중을 증가시킨다. 이는 개인의 수면 부족에 따라 발생하는 질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수면 장애는 기분 장애·비만·당뇨병·심혈관계 질환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

특히 기분 장애는 자살과도 연관이 있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 1999년 사우스플로리다대의 연구에 따르면 불면증 환자의 21%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그리고 스페인 오토노마대 연구는 불충한 수면과 자살의 관계가 서로 높으므로 함께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로 아이오와대에 따르면 불충분한 수면은 자살 위협률을 34% 정도 증가시킨다.

둘째는 인재(人災)를 유발한다. 불충분한 수면은 사람의 실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체르노빌 사건을 들 수 있다. 체르노빌 사건은 방사능 누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재앙을 가져 온 사건이다. 담당자의 수면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통사고 또한 수면 부족으로 발생한 경우가 많다. 경찰청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7560건에 달한다. 연평균 2520건이 졸음운전으로 발생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발생한 3년간 사망자 수는 336명에 이른다.

마지막은 업무 생산성 저하다. 경기연구원은 수면 부족으로 생산성 저하가 나타남에 따른 경제 손실 규모를 산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부족에 따른 연간 1인당 생산성 손실은 약 774시간이다. 이는 1인당 1257만원의 경제 손실을 유발한다. 전국적으로는 11조497억원이다.

수면 부족이 업무 생산성 저하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그런데 이를 달리 생각하면 수면 부족 개선이 업무 생산성을 향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기업 생산성 저하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주 52시간은 기존 노동시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는 근로 복지를 개선하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만 기업 생산성 감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수면 부족 개선은 임직원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주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생산성 저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숙면을 도와주는 ‘슬립테크’
충분한 수면은 국가 경쟁력에 도움을 준다.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생산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면 부족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수면 장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대응 방안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수면 장애는 숙면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수면 장애 개선은 많은 사람의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수면 장애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면 장애 환자 수를 조사했다. 2018년 수명 장애 환자 수는 56만8067명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수면 장애로 진료 받은 환자 수다. 다시 말해 진료를 받지 않은 수면 장애 환자도 있을 수 있으므로 해당 수치는 최소로 봐야 한다.

또한 수면 장애 환자 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수면 장애 환자 수는 41만5502명이었다. 2014년 대비 약 15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연평균으로는 8%로 증가했다. 그러면 수면 장애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답이 있다.

슬립테크(SleepTech)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숙면을 도와주는 기술이다. 사용자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수면을 취할 수 있게 함으로써 수면 만족도를 높여 준다. 슬립테크 산업은 인간의 기본 활동인 수면을 도와주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슬립테크 시장은 27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슬립테크는 여러 방식으로 사용자의 숙면을 돕는다. 숙면 패턴을 분석해 사용자에게 조언하는가 하면 사용자 숙면을 유도하는 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다. 제공 방식도 다양하다. 웨어러블 기기 형태로 제공하는가 하면 침대에 슬립테크 기능을 장착해 숙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슬립테크 서비스 사례를 살펴보자.
‘슬립테크’…잠이 부족한 한국인에게 보약
갤럭시 핏은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로, 수면 현황을 분석하는 기술을 제공한다. 갤럭시 핏은 심장 박동 수를 측정해 수면 상태를 파악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면을 취했는지 보여준다. 이러한 기능은 사용자가 수면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보스(Bose)는 숙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이어폰 형태의 스피커를 출시했다. 보스는 숙면에 적합한 소리를 들려줌과 동시에 외부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숙면을 도울 수 있다.

뇌파 분석을 활용한 슬립테크도 등장했다. 드림헤드밴드는 사용자의 뇌파를 읽어 수면 정도를 분석한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시간대에 따른 수면 정도를 분석한다. 그리고 적절한 수면 방법에 관해 조언한다. 독특한 점은 수면 전문가가 직접 조언해 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뇌파를 이용해 좀 더 독특하게 수면을 돕는 슬립테크도 있다. 어고나이트(Urgonight)는 사용자의 뇌파를 분석하고 숙면에 적합하도록 뇌를 훈련시키는 기술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어고나이트 제품을 착용하고 스마트폰에 연동된 화면을 보면서 하루에 20분간 뇌 훈련을 할 수 있다. 어고나이트에 따르면 한 달 동안 이를 훈련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뉴로비트(NeuroBeat)는 슬립테크를 위한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판이다. 뇌파 분석기, 웨어러블 밴드, 조명 스피커를 패키지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뇌파 분석기는 사용자의 뇌파를 읽어 사용자의 숙면 상태를 파악한다. 웨어러블 밴드에서 또한 심장 박동 수를 분석해 사용자의 숙면을 분석한다.

그리고 뇌파 분석기에 있는 이어폰을 통해 적절한 사운드를 보내 숙면을 돕는다. 그리고 고글의 명암을 조절해 사용자의 숙면을 돕는다. 그뿐만 아니라 조명 스피커는 조명과 음향을 틀어 숙면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코웨이는 침대에 슬립테크 기능을 넣어 사용자의 숙면을 돕는 기술을 선보였다. 코웨이는 침대에 심장 박동 수와 움직임·호흡 등을 통해 사용자의 수면 현황을 파악하도록 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체형과 체압에 따라 매트리스 공기 주머니를 조절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수면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했다. 참고로 공기 주머니를 통해 매트리드의 경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에몬스가구 또한 침대에 슬립테크를 접목한 기술을 선보인 바 있다. 에몬스가구는 침대에 1600개의 센서를 부착해 개인 체형을 분석하고 호흡 수, 코골이, 심장 박동 수, 움직임을 등을 분석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파악하다. 그리고 수면에 따라 침대가 자동으로 움직여 자세를 바로잡아 준다.

숙면 향상 정도가 기술 경쟁의 핵심
슬립테크의 목적은 숙면을 돕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말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슬립테크가 등장하고 있다. 구현 방법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슬립테크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3가지 부분에 초점을 둬야 한다.

첫째, 숙면 향상 정도다. 슬립테크는 숙면을 위한 기술이다. 당연히 숙면 향상 정도가 중요하다. 그런데 일부 해외 언론에서는 슬립테크가 오히려 숙면을 방해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는 기기 착용으로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준다. 숙면 최적화해 주는 기능은 오히려 사용자의 숙면을 방해하게 하기도 한다.

둘째,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다. 숙면 데이터의 정확도 분석에도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끝으로 개인 정보 보호 문제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숙면 정보가 개인 정보 침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6호(2019.12.23 ~ 2019.12.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