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 누구나 배송 운전사 될 수 있는 ‘퀵 서비스계의 우버’…실시간 배송 추적·평점 관리 등 강점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더 빨리’ 물건을 전달하는 ‘배송 경쟁’이 치열하다.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서비스가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라우드 소싱 기반의 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버(Dver)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디버는 LG유플러스 사내 벤처 1기로, 최근 스핀 아웃(기업의 여러 부서 가운데 어떤 사업 분야에 특화된 부서를 독립된 사업체로 분리)을 통해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새벽 퀵 배송 시장 연 ‘디버’…LG유플러스 사내벤처로 출발해 독립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부문에서 사내 벤처로
디버는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부문의 직원 세 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퀵 서비스 플랫폼이다. 2018년 8월 LG유플러스가 자사 사내 벤처 1기를 모집하면서 물류 시장 혁신의 일환으로 아이디어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장승래 디버 대표는 “사내 벤처를 모집할 때 몇 가지 사업 추천 분야가 있었고 시작은 퀵과 택배의 중간 형태의 당일 배송 모델이었다”며 “네트워크 부문은 현장 중심의 엔지니어 조직으로 다른 부문에 비해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어 벤처가 탄생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었지만 단기간에 빠르게 다듬어지면서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임직원들이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해 사업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1년간 별도 태스크포스(TF) 조직으로 발령을 냈다. 사내 벤처에는 팀당 최대 1억7000만원 예산 지원,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별도 업무 공간 마련, 사내 벤처 기간 동일한 급여와 복리후생·성과급 지급 등을 통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디버는 2019년 8월 ‘오늘 만나는 똑똑한 배송’으로 퀵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했다. 주부·직장인·퇴직자 등 누구나 퀵 서비스 운전사로 일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해당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배송 운전사로 등록하고 물량을 지정받는 방식이다. 스스로 자신을 고용하는 ‘긱 경제’의 한 형태로, 퀵 서비스계의 우버인 셈이다.

최근 배송 시장에서 일반인이 택배나 음식을 배달하는 쿠팡플렉스·쿠팡이츠·배민커넥트 등 비슷한 플랫폼들이 있다. 퀵서비스 시장에는 이와 같은 플랫폼이 부재했다. 장 대표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즉시 배송 즉, 퀵 서비스라는 판단 아래 택배와 퀵 서비스를 병행했던 초창기 모델에서 일종의 피봇(사업 전환)을 통해 퀵 서비스로 특화했고 단 1명의 직영운전사 없이 플랫폼화했다”고 말했다.

퀵 서비스 시장에서 디버의 차별점은 가격이다. 지금까지 퀵서비스는 배송 물품에 따라 오토바이 또는 경상용차로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물품의 부피가 크면 경상용차를 이용하게 돼 같은 거리라도 요금이 비싸졌다.

반면 일반인들이 운전사로 참여하는 디버는 자가 승용차를 활용하는 이가 많아 경상용차 대비 요금이 저렴하다. 예를 들어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서 강동구 상일동으로 약 43km 배송 시 경상용차 요금은 4만원이지만 디버의 승용차 요금은 2만8000원으로 1만2000원 저렴하다. 디버에 따르면 평균 약 15% 이상 배송비를 절감한다.

또한 배송 운전사가 중개 업체에 내는 중개 수수료가 타사(약 23%)보다 더 적다. 디버의 중개 수수료는 10%로 같은 물량 대비 운전사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보장한다. 2018년 말 기준 4300명이 디버에 배송 운전사로 등록했고 많게는 하루 18만원 수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박규태 디버 개발팀장은 “고객이 배송 운전사에게 주는 평점 관리를 통해 서비스 친절도 측면에서도 기존 퀵 서비스 대비 강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불친절하거나 배송이 지연돼 낮은 평점을 받은 운전사에겐 배송 기회를 줄이고 반면 좋은 평가를 받을수록 배송 횟수나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식이다. 이용자들은 실시간 배송 추적 시스템으로 웹을 통해 실시간 위치와 소요 시간, 정산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새벽 퀵 배송 시장 진출한 디버
플랫폼 출시 이후 시장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배송 운전사 수가 목표 대비 빠르게 늘어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법인 고객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연구원·위워크코리아 등에서 디버의 퀵 서비스를 이용한다. 수도권 전역에서 물건이 등록되면 1분 이내에 운전사가 배정되고 배송 추적과 운전사 평점 등을 통해 서비스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점에서 디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디버는 ‘새벽 퀵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밤 11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상품을 가져다주는 새벽 배송은 일부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새벽 배송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존 직영 시스템으로는 쏟아지는 물량을 다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디버가 파트너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새벽 퀵 배송을 시작하면서 실적 규모도 크게 늘어나 2018년 12월 기준 월평균 1억원의 매출액을 돌파했다.

디버는 현재 LG유플러스의 품을 벗어나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디버는 법인화를 추진했고 장 대표를 비롯한 주요 멤버는 2018년 말 퇴사를 선택했다. 안정적인 연봉과 복리 후생 등을 포기하고 퇴사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이 시장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해서다.

LG유플러스는 사내 벤처들이 안정적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2년 내 복귀’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장 대표는 “사내 벤처는 시장 개척을 비롯해 모든 업무를 경영진의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며 “회사에서도 장수로 싸웠던 경험을 통해 조직에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를 비롯한 디버는 ‘파부침주’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싸움터로 나가면서 도망가지 않고 결사의 자세로 싸운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장 대표는 “연매출 3조원의 퀵 서비스 시장을 크라우드 소싱 배송 플랫폼으로 주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돋보기] 사내 벤처가 기업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기업들이 사내 벤처 제도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디버와 같은 사내 벤처가 기업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장승래 디버 대표는 “내부 교육을 통해 얻은 피드백은 ‘우리 안에서도 혁신을 일으킬 수 있구나’와 같은 긍정적인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데이콤에서 사내 벤처 1기를 통해 배출된 기업이 지금의 인터파크다. 장 대표는 “사내 벤처라고 할 때 그런 성공 사례가 또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고 디버가 점차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다른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의사결정 과정과 수평적인 조직 문화에 영감을 주는 부분도 있다. 디버 플랫폼이 출시되기까지 약 10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일반적인 대기업 조직에선 2~3년에 걸쳐 진행될 과정이었지만 사내 벤처에서는 단기간에 결정되고 실행됐다.

장 대표는 “상사가 미션을 전달하고 팀원들이 최선을 다해 달성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리의 미션을 우리가 스스로 만들고 자율적으로 일하는 점이 기존 조직과 다르다”며 “중간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오류를 발견했을 때도 복잡한 보고 체계 없이 빨리 운전대를 돌리는 합의를 이뤄내면서 고객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7호(2019.12.30 ~ 2020.01.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