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율 46%’ 차지한 마스타자동차·쎄미시스코·대창모터스…공공기관·기업 수요 공략 성공
초소형 전기차 시장 주도하는 토종 중견기업 3사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들의 안전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2019년 초소형 전기차 1000대를 도입하고 시범 운영 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 1만5000여 대에 달하는 기존 우편집배용 오토바이 중 1만 대를 초소형 전기차로 대체할 방침이다.

풀무원의 신선음료 브랜드 풀무원녹즙도 친환경 추세에 발맞춰 초소형 전기차 3대를 2019년 9월부터 도입했다. 현재 일부 배달 지역에서 초소형 전기차를 활용한 녹즙 배달을 시범적으로 운행 중이다. 풀무원은 테스트 결과에 따라 향후 초소형 전기차를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다.

이렇듯 공공 기관과 대기업이 초소형 전기차를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으로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2019년 12월까지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은 한 해 약 2760대로 집계돼 전년(약 1950대) 대비 41% 정도 늘었다. 국내에 처음 초소형 전기차가 도입된 2017년(약 640대)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무려 4배 넘게 증가했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 주도하는 토종 중견기업 3사
특히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흥미로운 이유는 다소 낯선 이름을 가진 토종 기업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르노삼성의 트위지가 약 50%를 차지한다. 나머지 절반의 시장은 마스타자동차· 쎄미시스코·대창모터스 등 3사가 나눠 갖고 있다.

◆트위지 단점 보완한 국산 초소형 전기차


이들 업체들은 2019년 뛰어난 제품력을 입증한 끝에 우정사업본부의 초소형 전기차 수주전에서 승리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1000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마스타자동차(450대)·대창모터스(300대)·쎄미시스코(250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구입했다. 그간 초소형 전기차 시장을 주름잡았던 트위지의 단점을 보완하며 제품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

이들 업체들이 만든 초소형 전기차는 모두 트위지에 탑재되지 않은 냉난방 기능을 기본적으로 갖췄다. 또 운송 과정에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 승용차와 함께 픽업트럭 버전으로도 제품을 선보였다.

이를 토대로 최근에는 개인 사업자와 배달 사업을 하는 기업들로 판매 영역을 확대하며 향후 국내 초소형 전기차 시대를 이끌어 갈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르노삼성에 이어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마스타자동차는 1986년 설립된 자동차 종합 서비스 기업이다. 전국에 2400여 개의 애프터서비스(AS) 네트워크를 갖추고 긴급 출동과 차량 정비, 방문 수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마스타자동차가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마스타전기차’를 자회사로 설립하고 충남 천안에 생산 공장을 마련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업계의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일반적인 초소형 전기차 모양의 ‘마스타 미니’를 비롯해 넉넉한 적재 공간을 탑재한 ‘마스타 PU’, ‘마스타 밴’ 등 총 4종의 초소형 전기차 모델을 출시했다.

최대 강점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다. 2000여 개가 넘는 AS 망을 활용해 전기차 판매뿐만 아니라 확실한 사후 관리까지 보장한다는 설명이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 주도하는 토종 중견기업 3사
우정사업본부에 판매한 차량은 ‘마스타 밴’으로 200kg까지 우편물을 적재할 수 있다.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100km(시속 40km 정속 주행 시)다.

2000년에 설립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업체 쎄미시스코는 2017년 초소형 전기차 ‘D2’를 선보이며 제2의 도약을 준비해 왔다. 다만 D2는 중국 전기차 업체인 ‘즈더우(Zhidou)’가 현지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입한 뒤 국내 상황에 맞게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쎄미시스코는 하이테크 장비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왔던 기술력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매진했다. 그 결과 자체적으로 초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다. 2019년 내놓은 ‘D2C’가 그 결과물이다.

◆올해도 판매 확대 이어질 전망


D2C는 기존 D2에 적재함을 추가한 형태다. 쎄미시스코가 우정사업본부에 납품한 게 이 모델이다. 100kg 이상을 적재함에 실을 수 있고 1회 충전으로 153.5km(우정사업본부 우체국 차량 인증 모드)까지 주행할 수 있다. 최근 출시된 초소형 전기차 중 주행 거리가 가장 길다.

D2C는 세종시에 있는 쎄미시스코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 만든다. 하루 생산 가능한 차량은 최대 40대, 월 1000대다. 향후 공장을 증설해 월 2000대 수준으로 생산 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대창모터스는 2010년 설립된 전기차 기업이다. 설립 이후 약 1년 뒤 전기를 활용한 골프카트 양산에 돌입하며 첫 출발을 알렸다.

2014년 한국야쿠르트에 신형 전동카트를 납품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에 이름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2차전지(리튬이온전지) 개발을 완료해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등 국내 초소형 전기차 기업들 중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창모터스는 2017년 ‘다니고’라는 이름의 초소형 전기차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후 2018년에는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다니고 2세대 모델을 내놓았다.

2019년에는 픽업트럭과 밴 형태의 다니고 3세대 모델까지 판매에 돌입했다. 이 중 다니고 3세대 밴 모델이 우정사업본부의 초소형 전기차로 선택받았다. 완충 시 120km를 주행할 수 있고 100kg을 실어 나를 수 있다.

2020년 초소형 전기차 판매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 업체들 역시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초 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우정사업본부가 2020년 5000여 대의 초소형 전기차를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개인과 기업의 초소형 전기차 구매 또한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관계자는 “새해부터 보조금이 축소되는 일반 전기차와 달리 초소형 전기차는 기존의 보조금이 그대로 유지된다”며 “계속해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친환경차 바람을 타고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돋보기
초소형 전기차는…


초소형 전기차는 전장 3.6m, 전폭 1.5m, 전고 2m 이하 크기에 최고 정격 출력이 15㎾ 이하인 전기차를 의미한다. 출고가는 약 1500만~2000만원이지만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으면 500만~1000만원 사이에 구입할 수 있다.

이름처럼 일반 전기차와 비교하면 크기가 훨씬 작다. 하지만 이것이 최대 무기다. 오토바이보다 훨씬 안전한데다 음식 배달과 같은 단거리 물류에서 용이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 개인이 타더라도 좁은 골목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교통이 복잡한 도시에서 효율적인 이동 수단으로도 꼽힌다.

특히 미세먼지 등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것도 공공 기관과 기업이 운송 수단으로 초소형 전기차를 도입하는 배경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전기차 충전 시설 등이 부족해 이를 대규모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우려의 시각도 많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8호(2020.01.06 ~ 2020.01.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