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정치인]
- 정치 전문가와 여야 전략통 의원, 보좌관들의 평가
- “강점·기회 살리고 단점 보완·위협 제거해 ‘성공한 대통령 조건’ 충족하는 게 관건”
[한경비즈니스 = 홍영식 대기자] 새해 여야 대선 주자들은 1차 시험대에 오른다. 1차 관문은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다. 유력 주자들이 총선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느냐에 따라 대선으로 가는 길이 넓어지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결정된다. 대선의 명운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 총선을 대선 주자들의 ‘대권 터전’을 넓혀주는 기회로 활용할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 일부 대선 주자들에겐 자신을 둘러싼 법적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판나느냐가 대선의 향방을 결정짓게 된다.

총선이 지나면 대선은 2년 정도 남게 된다. 대선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시점이다. 역대 대선 모두 그랬다. 각 캠프는 이미 기업 경영 전략인 ‘스와트(SWOT)’ 분석을 통해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찾아내는 작업에 들어갔다. 강점은 더 살려 나가고 약점은 보완하며 기회는 적극 활용하고 위협은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다. 고치고 부수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성공한 대통령 조건’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정치 평론가인 서성교 건국대 초빙교수, 여야 전략통으로 꼽히는 국회의원과 보좌관 등의 도움을 받아 각 대선 주자들에 대해 SWOT 분석을 해봤다. 공통점은 아직까지 어떤 주자들도 제1의 대통령 성공 조건인 ‘국민을 어떻게, 무엇으로 먹여 살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주자들이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들이 각기 보여줬던 자기만의 스토리가 부족한 것도 단점으로 지적됐다. 배 소장은 “새해 각 대선 주자들이 이런 부족한 부분을 얼마만큼 채워 넣느냐가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대선주자 SWOT 분석 … “자신만의 스토리 · 국민 먹여 살릴 답 안 보인다”
◆‘이낙연 브랜드 파워’ 만들어 내는 게 과제

약 2년 8개월간의 총리직을 수행한 뒤 민주당으로 돌아와 총선을 지휘할 이낙연 전 총리 앞에는 올해 기회와 위협이 공존한다. 서울 종로에 출마하든, 비례대표를 맡아 선거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든 그에겐 총선 결과가 곧 대선 예비시험의 승패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전 총리의 강점으로 경륜과 안정감을 꼽았다. 20여 년간의 신문사 기자, 국회의원(4선)에 행정 경험(전남도지사·총리)이 큰 정치적 자산이다.

이 전 총리의 약점은 당내 확고한 지지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친문재인)이 아니다. 세대적인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서 교수는 “절대 지지층이 약하고 호남 출신에 선명한 정치적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등이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이 전 총리가 대세론을 살리려면 중도층, 수도권, 30~40대에서 지지율 30% 이상 나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총선을 승리로 이끌 땐 친문을 비롯해 강력한 당내 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기회 요인이다.

역으로 패배 땐 그 책임을 고스란히 지면서 대선 가도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정 2인자 때와 달리 자기 목소리를 담은 ‘이낙연 브랜드 파워’를 얼마만큼 만들어 내느냐도 숙제다. 뚜렷한 친노·친문 대선 주자들이 보이지 않는 것은 기회 요인이지만 명확한 자기 정치관 수립이 과제라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그는 개발 이익을 환수한 뒤 공공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자는 ‘부동산 국민 공유제’ 실시, 종부세 3배 인상 등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중앙 정부의 권한을 지자체장이 직접 초강경 목소리로 언급한 것은 약점으로 꼽히는 답보 상태의 지지율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박 시장은 ‘소통령’이라고 불리는 서울시장을 재선한 것은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여권 내 비주류로서 지지 기반이 취약하고 서울시장으로서의 업적이 뚜렷하지 않으며 정치적 비전이 불명확하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총선에서 지역구(대구 수성갑)를 사수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두 번 도전 끝에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적지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당선됐지만 현재 여당에 대한 이 지역 정서가 좋지 않다. 합리적이고 온건한 이미지는 강점이 될 수 있지만 비주류로서 당내 확장성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심에서 ‘친형 강제 진단’ 사건에 대한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벌금 300만원이 선고돼 도지사직 상실 위기에 놓여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출직 공무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는 최대 위협 요인이다. 반면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경험, 선명한 정치 이념을 바탕으로 한 지지층의 강한 결집력은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친형과의 갈등 과정에서 보여준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인격 문제, 포퓰리즘 논란, 친문 진영의 거부감 등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보수 통합 성공 여부는 기회·위협 요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총선에서 선거를 지휘한다. 또 자신도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개인의 당락과 당의 총선 성적표 둘 가운에 어느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치명적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기회와 위협 요인을 모두 안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의 강점으로 총리와 법무부 장관을 지낸 행정 경험, 성실한 모범생 이미지, 확고한 보수 이미지 등을 꼽았다.
정치적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약점이다. 유능한 참모가 잘 보이지 않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공동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단점이다. 보수 통합을 성공시키느냐의 여부는 기회와 위협 요인이다.

서 교수는 “아직 황 대표와 필적할 만한 보수 후보가 보이지 않는 것은 기회 요인이지만 관료적 행정 마인드에서 정치적 리더로 완전하게 변신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각자도생하고 있는 보수를 하나로 묶어낼 정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보수 후보로서 우뚝 서려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선명한 정치적 투쟁성, 높은 인지도,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내는 등 풍부한 정치 경험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모래시계 검사’라는 타이틀도 장점이다. 지난 대선 이후 2년 넘게 여의도 정치권을 떠나 있는데 따른 당내 조직 기반 약화, 특유의 강한 화법 등은 약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역임해 ‘차세대 지도자감’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패에 대한 책임은 그를 따라 다니는 정치적 족쇄다. 정치를 오랫동안 떠나 있어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도 과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벤처기업인 출신의 참신성과 높은 인지도, 4차 산업혁명 이미지, 중도 정치에 대한 기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58세) 등이 강점이다. 특정한 계파와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확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확고한 기지 기반’ 취약을 의미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느슨한 조직력, 그가 내세우는 극중주의의 모호성 등은 약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 전 대표가 지난 대선후 독일과 미국에서 쌓은 ‘내공’을 풀어 놓을 경우 미래 지도상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것은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안철수 현상’은 여전히 기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보수 야권 통합이 성사되느냐 여부는 그에게 기회와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안 전 대표가 통합에 불참한 채 성사된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반대로 통합이 안 된다면 중도 보수층으로 지지세를 확장할 기회가 된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은 뚜렷한 보수 개혁 이미지와 경제학자 출신의 정책 전문성 이미지는 강점이다. 보수 통합을 주도하면서 범보수 대안 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기회 요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찬성에 따른 ‘배신’ 이미지는 TK 지역과 친박(친박근혜)계의 반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그는 지역구(대구 동을) 사정이 좋지 않아 수도권 출마론도 나오는 실정이다. yshong@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59호(2020.01.13 ~ 2020.01.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