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재정부가 6월 11일 발표한 ‘월간 재정 동향’에 따르면 올해 1~4월 통합재정수지와 관리재정수지는 모두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의 모든 수입과 지출의 차를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가 25조9000억원 적자,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성 기금까지 고려해 더 실질적인 재정 현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38조8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최근 2년과 비교하면 관리재정수지는 적자 폭이 크게 확대됐고 통합재정수지는 흑자에서 적자 전환됐다.
올해 1~4월 세수진도율은 작년 대비 3.91% 포인트 감소한 37.1%다. 양도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 등이 많이 감소한 결과다. 연이은 반시장적 정책으로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들의 경제활동도 위축돼 세수 감소의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슈퍼 예산안’ 470조원에 이어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의 막대한 재정지출이 가능했던 것은 세수 잉여가 발생했기 때문이지만 올해는 파격적으로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할 세수 확보가 가능할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의 적정성에 관한 논쟁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재정지출을 더욱 팽창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40%를 초과하고 2022년에는 45%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제까지 고수했던 재정 건전성이 타격을 입게 됐다.
경기가 나빠질 때 정부가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출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이것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개념의 지출이라는 전제하에서 바람직하다. 정부의 확장적 지출 내역을 보면 이런 생산적 지출과는 거리가 멀다.
대부분이 현금 살포에 가까운 일회적 소모성 지출이다. 각종 지원금이라는 명목하에 눈먼 돈들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보장도 없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무상교육 지원, 114조원을 쓰고도 악화하는 일자리,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정책 실패를 무마하기 위한 세금 지원 등은 지출의 효율성을 낮춘다.
재정지출의 근거와 요건이 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어 감축하기 어려운 복지 의무지출의 비율은 급속한 고령화로 50%를 넘어섰다. 2018년 기준으로 이미 정부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국가 채무 비율이 42.5%,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국가 채무 비율이 60.4%에 이르렀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립금이 소멸해 재정 지원을 하고 있고 2022년 장기요양보험, 2026년 건강보험의 적립금이 소진될 전망이어서 막대한 재정지출이 예상된다.
내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인 선심성 재정지출은 자제해야 한다. 오히려 장기적 성장 잠재력과 경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재정지출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생산성이 낮은 공공 부문을 확장해 민간 부문을 위축시키는 데 재정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세율을 낮춰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기술혁신을 위한 투자를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면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노동시장 개혁과 경쟁력 없는 기업이 구조조정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써야 한다. 재정의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는 마구잡이 지출은 다음 세대에게 모든 부담을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동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0호(2019.06.24 ~ 2019.06.30)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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