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김태기의 경제돋보기] 사람 잡는 ‘사람 중심 경제’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일가족의 비극이 최근에는 의정부, 얼마 전에는 시흥, 지난 3월에는 양주화성부산에서 터졌다. 경제문제로 자살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외환위기 때처럼 스산하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가 갑자기 쓰러지고 부채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었던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때로 돌아간 듯하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경제 위기가 이미 발생한 셈이다.

경제 위기라고 절규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부가 ‘사람 중심 경제’라고 큰소리쳤지만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은 사람 잡는 일만 일으켰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었다고 자랑하지만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이 야금야금 올라 실제로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고용이 늘었다고 선전하지만 일자리다운 일자리는 감소하고 실업률은 치솟았다. 생활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사람 중심 경제는 거리가 멀었다.

외환위기는 일시적인 외환 부족에 기인했다. 충격이 대기업에 집중되고 저축했던 돈으로 버티는 사람이 많았기에 그나마 지금보다 나았다. 지금의 경제 위기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초래됐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매출이 줄고 인건비는 폭등하며 부채만 쌓이게 했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구조조정이었지만 정부는 아무런 대책도 세워 놓지 않았다. 삶의 절벽으로 몰아놓고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달래기 바빴다.

사람 중심 경제는 재정 의존 경제가 아니다. 재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발상은 성장과 고용을 악화시켰다. 소비와 투자에 들어갈 돈을 정부가 가져갔지만 탕진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과 소상공인이 휘청거리자 일자리안정 자금을, 고용이 악화하자 공공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급조했다.

게다가 아동수당 등 전면적으로 무상복지를 한다면서 돈을 뿌렸다. 하지만 중산층의 핵심인 자영업은 최하위 소득 계층으로 전락했고 복지 지출 혜택은 최상위 소득 계층에 집중됐다.

사람 중심 경제는 정부 마음대로 시장을 통제하는 경제가 아니다. 정부가 주역이 되는 사람 중심 경제는 사회주의 경제다. 사회주의 경제는 빈부 격차를 키우고 필연적으로 붕괴한다는 것은 세계경제 역사가 보여준다.

지난 2년 동안 한국의 경험도 그랬다. 사람 중심 경제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격감시켜 일자리를 고갈시켰고 소득이 감소한 노동자는 치솟는 생활 물가에 지갑을 닫고 빈곤화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 구호로 사람 우선을 내세웠다. 사람을 인적 자본의 주체로 보고 인적 자본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다. 생산성이 급증하고 경제가 성장해 신경제라는 단어가 생겼다.

성공의 핵심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창의성을 발휘하며 그렇게 하도록 기회를 만들고 다른 사람과 협력을 촉진하는 데 있었다. 한국의 사람 중심 경제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사람 중심 경제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물고기 한 마리 잡아주는 사람 중심 경제가 아니라 물고기 잡도록 도와주는 사람 중심 경제를 하라고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저소득층이 중산층이 되고 중산층이 고소득층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사람 잡는 사람 중심 경제는 폐기하고 사람 키우는 사람 중심 경제로 나아가야 생활고로 일가족이 자살하는 비극도 막을 수 있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27호(2019.06.03 ~ 2019.06.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