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레전드’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 연초 보고서 ‘10 서프라이즈’에서 전망
S&P 지수 3500 돌파 후 급락 가능...구글 등 거대 기술 기업, 정치·사회적 도전 직면
[뉴욕(미국) = 김현석 한국경제 특파원] 매년 1월 초가 되면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10 서프라이즈(올해 투자자를 놀라게 할 10가지)’ 리스트를 기다린다. ‘월가의 레전드’로 통하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이 1986년부터 매년 초 내놓는 리포트다. 1965년 애널리스트로 월가에 첫발을 내디딘 그는 모건스탠리 수석투자전략가로 일하던 당시 이 보고서를 발표해 유명해졌다.

빈 부회장은 2019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의 전환 △뉴욕 증시 15% 상승 △기업 투자는 실망스러울 것 △달러는 안정될 것 △성장주가 주도한다 등 6가지 이상을 적중시켰다.

빈 부회장은 정밀한 자신만의 경제 모델을 갖고 있다. 여기에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 등 수많은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수집한 뒤 ‘10 서프라이즈’를 만든다. 매년 초 투자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투자 지침으로 꼽히는 이 보고서를 소개한다.

◆올해 미국 경제 “예상보다 실망스러울 것”

❶2020년 미국 경제는 월가의 예상보다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는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연 1%(현재 1.50~1.75%)까지 추가로 내릴 것이다. 포괄적 미·중 무역 합의는 어렵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침체를 막고 경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모든 행정적 권한을 최대한 쓸 것이다. 그는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급여세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

❷대선을 앞두고 불평등 문제, 기후 변화가 중요한 이슈가 되지만 결국은 중도적 아이디어가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을 상원으로 보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하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정보가 드러나면서 일부 트럼프 지지자나 무당파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 있다. 그 결과 민주당이 11월 선거 때 상원을 차지할 수 있다.

❸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바꿀 수 있는 포괄적 2단계 무역 합의는 없을 것이다. 기술 전쟁이 더욱 심화되면서 기술의 발칸화(분열)가 나타날 것이다. 5G 기술이나 다른 하드웨어의 표준화가 미국과 중국 등 각국별로 각각 이뤄지면서 세계 경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 같은 ‘디커플링’은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을 진행할수록 더 추진력을 얻을 것이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 의존도는 지속적으로 약화될 것이다. 홍콩의 시위 사태는 미·중 양국이 손을 대지 않고 놓아 두면서 자체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❹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달리는 시기는 점점 더 뒤로 미뤄진다. 시험 주행 사고가 잇따르면서 몇몇 주요 제조사나 기술 회사들은 더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❺이란은 경제 제재의 고통이 심화되면서 더욱 대담해진다. 미국이 중동에서의 고립주의를 지속하는데 힘입어 이란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적대적 행위를 확대할 것이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배럴당 70달러를 웃돌 것이다.

◆여전히 위험하지만 ‘임박한 위험’은 아닌 북한

❻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는 지적 속에서도 올해 한때 3500선을 돌파할 것이다. Fed의 통화 정책이 완화적으로 유지되고 투자자들은 금리가 매우 느리게 오른다는 사실을 편안하게 느낄 것이다. 증권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올해 몇 차례 5% 이상의 조정을 겪게 될 것이다.

❼거대 기술 기업들은 정치적 역풍과 사회적 반발에 직면한다. FAANG(페이스북·아마존·애플·넷플릭스·구글) 주식은 시장 대비 저조한 성적을 보일 것이다. 큰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해체하고 이에 대해 정부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는 계획이 제안되고 인기를 얻을 것이다. 이는 미국인들의 광범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고 과거 미 행정부의 애플·마이크로소프트·IBM에 대한 반독점 규제 노력보다 큰 성공을 거둘 것이다.

❽괜찮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딜을 얻어낸 영국은 유럽연합(EU)과의 결별에서 승자로 떠오른다. 영국 증시는 상승하고 파운드화는 랠리를 벌일 것이다. 영국은 장기간의 브렉시트 이행 기간을 통해 혜택을 누릴 것이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외국인 직접 투자가 재개되고 경제성장률은 2%를 넘어설 것이다. EU의 경제는 여전히 부진하고 영국 이외의 유럽 시장은 미국과 아시아보다 성장률이 저조할 것이다.

❾미국 채권 시장의 거품이 조금씩 꺼지기 시작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2.5%에 근접하고 수익률 곡선은 가팔라질 것이다. 일본과 중국 투자자들은 이런 미 국채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다. 미국의 국채 금리 상승은 경제 펀더멘털 호조나 인플레이션에 기반하기보다 공급과 수요에 의해 올라갈 것이다. 다만 해외 주요국에서는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

❿보잉의 ‘737 맥스’ 사태가 해결되고 항공기 인도가 재개된다. 항공사들의 영업이익이 개선되면서 항공주가 각국의 증시를 선도할 것이다.

동시에 빈 부회장은 ‘10 서프라이즈’ 외에 몇 가지를 덧붙였다. 이뤄질 가능성이 ‘10 서프라이즈’만큼은 크지 않지만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11. 인도의 경제 위기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개선된다. 이머징 마켓의 국가별로 투자 수익률에서 지속적으로 차별화될 것이다.

12. 인공지능(AI)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 있다. AI에 따른 인간 직업의 종말은 오지 않는다. 제조업은 벌써 대부분 자동화됐고 서비스업은 AI로 대체하기가 매우 어렵다.

13.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심화되고 사회적 불안이 커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위기에 처하면서 중국과 더욱 가까워진다.

14. 포퓰리즘과 고립주의는 세계적으로, 특히 신흥 시장에서 계속 확산된다. 무정부 상태와 국내적 혼란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난기류를 발생시킨다. 투자자들은 신흥국의 통화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헤지를 늘리고 이는 달러화와의 스프레드를 확대시킨다.

15.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또 한 번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핵 프로그램 중단에 동의하지만 기존 비축분은 포기하지 않는다. 다만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중단한다. 북한은 계속 위협으로 남지만 임박한 위험 요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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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