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매트릭스 조직 안착, ‘원 신한’ 달성 판단-회복탄력성·디지털 생태계 등 지속 가능성에 초점
‘일류신한’ 새 기치 내건 조용병…회장 2기 전략 ‘FRESH 2020’ 의미는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일등’을 넘어 ‘일류’로 가는 새 도전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1월 2일 신년사를 통해 “‘일류신한(一流新韓)’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그룹은 그동안 ‘원 신한(One Shinhan)’을 통해 그룹 역량을 집중하는 데 집중해 왔다. 이를 위한 전략으로 2017년부터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아시아 리딩 금융그룹’을 향한 초석을 다졌다.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2020 스마트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20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최고경영자(CEO) 2기를 맞은 조 회장의 구상이 빠르게 구체화되고 있다.
◆ “일등 넘어 일류 향한 도전”

“일등은 남들과 경쟁하지만 일류는 자신과 싸워 이긴다. 일등을 넘어 일류를 향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야 할 때다.”

조 회장이 신한금융그룹의 새로운 비전인 ‘일류신한’을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해 9월 열린 창립 18주년 행사에서였다. 더 이상 ‘리딩 금융그룹’을 위한 자리싸움이 아니라 고객과 사회에 탁월함을 주는 금융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그가 수차례 강조한 것은 ‘고객’이었다. 그는 이날 “최근 금융권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논란 등을 접하면서 금융이 지향해야 할 모습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며 “‘일류신한’은 고객의 신뢰와 인정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납득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금융사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 그의 강조점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 13일 있었던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면접과 이사회에서도 ‘일류신한’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리딩 금융그룹을 위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신한을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좀 더 높은 차원의 목표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당시 조 회장은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신뢰·개방·혁신의 세 가지 축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고 상당히 정교하게 구성했다”며 “당장 실행 가능한 계획”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낸 바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지난해 9월 ‘일류신한’을 처음 언급하기 전부터 꽤 오랫동안 ‘원 신한’ 이후의 새로운 비전에 대해 고민하며 구체적 계획을 만들어 온 것으로 파악된다. ‘원 신한’은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전 회장이 2016년 처음 신한금융그룹 창립 15주년을 맞아 그룹의 핵심 전략으로 앞세웠던 키워드다. 한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 받은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직후 ‘원 신한’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2020 스마트 프로젝트’를 선포하며 지난 3년간 꾸준히 이를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신한금융그룹은 원 신한을 토대로 한 글로벌투자금융(GIB) 등 매트릭스 체제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오렌지라이프 인수 등 비은행 부문의 덩치를 키우는 등 상당한 성과를 냈다. 신한베트남은행 등을 통해 글로벌 이익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3년간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조 회장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새로운 슬로건이 필요했다. ‘원 신한’을 통해 리딩 그룹이라는 목표를 달성했으니 이제는 한 차원 높은 도약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조 회장의 의중이 ‘일류신한’이라는 슬로건에 잘 나타나 있다. 실제로 조 회장은 평소에도 ‘상대적인 숫자나 경쟁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자주 내비쳐 왔다. ‘일류신한’은 ‘원 신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목표와 포부를 담고 있는 셈이다. 남들과의 경쟁이 필요 없을 만큼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춘 ‘일류 금융그룹’을 향한 도전이다.
안정적으로 연임에 성공한 조 회장은 ‘일류신한’의 새로운 도전으로 전환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1월 2일 신년사엔 ‘일류신한’을 위해 신뢰와 개방성, 혁신의 필요성을 당부했던 조 회장은 직후인 1월 2~3일 개최된 ‘2020 신한 경영 포럼’에서 이를 보다 구체화했다. ‘무엇이 일류를 만드는가’를 주제로 펼쳐진 이번 포럼에서 조 회장은 ‘일류를 말하다’는 특강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그룹의 전략 방향 등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조 회장은 특히 이 자리에서 ‘일류신한’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FRESH 2020’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탄탄한 기초 체력(Fundamental)과 축적된 성공의 힘으로 조직의 혁신을 추구하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가지고 신한이 주도하는 디지털 생태계(Eco-system)를 구현하며 고객과 주주 등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과 상생하는 기업 시민(Sustainability)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가는 융·복합형 인재를 확보(Human-talent)해야 한다는 내용을 압축한 단어다.

◆“R은 R로 이겨야, 리더 역할 중요”

이 중에서 조 회장이 특히 강조점을 둔 부분은 회복 탄력성을 뜻하는 ‘R’이다. 조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R(경기 침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며 “하지만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있다면 이전보다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R의 공포를 ‘회색 코뿔소’에 비유했다. 2013년 다보스 포럼에서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인 미셸 부커가 비유한 것으로, 위험은 회색 코뿔소처럼 몸집이 커 멀리서도 눈에 잘 띄지만 막상 돌진해 오면 두려움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이른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위험 요인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런 신호를 무시하다가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의 의미다.

조 회장은 R을 R로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리더의 역할을 꼽으며 리더에게 결단·변화·결과·축적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일류신한’으로 도약하기 위해 디지털과 스타트업 육성에도 더욱 힘을 쏟을 전망이다. 신한이 주도하는 디지털 생태계(E)와 맞닿는 부분이다. 실제로 조 회장은 연임 후 곧바로 신한금융의 중·장기 혁신 금융 지원 플랜인 ‘트리플 케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한금융그룹은 2019년 3월부터 전 그룹사가 참여하는 ‘신한 혁신금융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2023년까지 혁신 기업에 2조1000억원을 직접 투자하는 ‘혁신 성장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트리플 케이 프로젝트’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으로, 2023년까지 스타트업 핵심 기업 2000개를 발굴하고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1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다면 누구든지 신한금융의 체계적인 혁신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상생(S)을 위한 전략도 구체화하고 있다. 조 회장의 연임에는 신한금융그룹에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경영을 정착시킨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투자자들과 만나 신한금융그룹의 ESG 경영을 설명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 왔다. 2018년에는 ‘에코(ECO) 트랜스포메이션 20·20’을 선포하기도 했다. 2030년까지 녹색 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친환경 경영 비전이다.

‘2기’를 맞은 조 회장이 공들이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성 평등’ 부분이다. 신한금융그룹은 현재 국내 주요 금융그룹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그룹 차원의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향후 여성 경영 리더 선발을 확대하고 여성 인재 풀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다.
vivajh@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