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하나라도 걸려라’는 투망식·산탄식 규제
- 비규제 지역 갭 투자자 타격 클 듯
12·16 조치 후 ‘양극화’ 가속…‘중고가 지역 강세, 저가 지역 약세’ 예상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정부의 바람과 달리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는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한정적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현행 서울 8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용산) 27개 동에서 서울 13개 구(강남·서초·송파·강동·영등포·마포·성동·용산+동작·양천·중구·광진·서대문)와 정비 사업 이슈가 있는 지역 일부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시장에 공급을 줄이겠다는 것과 동의어다. 이 때문에 서울과 같이 공급 부족 지역에는 집값 부양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에 큰 영향
12·16 조치 후 ‘양극화’ 가속…‘중고가 지역 강세, 저가 지역 약세’ 예상
분양가 상한제 실시가 발표되고 12·16 조치 발표 때까지 5주의 기간 동안 시장의 반응은 정부의 의도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분양가 상한제 적용 8개 자치구는 1.31% 상승한 반면 미적용 지역 17개 자치구는 0.84% 상승에 그쳤다.

12·16 조치 발표 후 지금까지 상승률을 살펴봐도 13개 적용 지역은 0.60% 상승한 반면 미적용 12개 지역은 0.40% 상승에 그쳤다. 12·16 조치 이전이나 이후 모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더 올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추가 지정이라는 대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12·16 조치와 별개로 올해부터 바뀌는 대책 중 가장 영향력이 큰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인상이다. 기존의 3주택 이상 소유자가 올해부터 한 채를 더 살 때 취득세가 크게 올라가게 된다.

작년까지는 실거래가 6억원 이하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사면 취득세와 교육세를 합해 1.1%의 세금만 내면 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4.6%로 대폭 인상된 것이다. 그런데 기존에 3.5%의 취득세를 냈던 9억원 초과 대형 주택의 경우도 4.6%로 인상된다. 다시 말해 대형 고가 주택의 취득세 인상 폭은 1.1%포인트에 그치는데 소형 저가 주택의 취득세 인상 폭은 3.5%포인트나 된다.

이러한 조치는 비규제 지역 중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KB국민은행 통계 기준으로 전국에서 전셋값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로 84.8%에 이른다. 이는 전용면적 60㎡(24평형) 기준으로 1377만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전셋값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강남구는 전세를 끼고 산다고 해도 6억3186만원이 있어야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살 수 있다. 다시 말해 강남구에서 아파트 한 채 살 돈이면 청주 상당구에서 37채를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청주는 비규제 지역이라 다주택자도 일반 과세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갭 투자가 난무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갖춘 지역이다. 그런데 이번에 취득세가 대폭 오르게 되면서 수익률이 급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용면적 60㎡(24평형) 기준으로 1377만원만 있으면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다고 했지만 취득세가 작년까지 96만9000원이 나왔다면 올해부터는 405만1000원이 나오게 된다.

이는 (변화가 없는 다른 거래 비용은 감안하지 않더라도) 취득 원가가 1474만원에서 1783만원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수익률이 17.3% 떨어진 것이다. 이번에는 같은 방법을 강남구의 대형 아파트에 적용해 보면 수익률은 1.9% 하락에 그친다.

◆ 수도권 강세 현상은 2020년에도 지속

더구나 강남구와 같은 규제 지역은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기 때문에 주택 수를 늘리는 갭 투자 방식이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취득세 인상 조치는 비규제 지역의 갭 투자자를 정조준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8·2 조치가 규제 지역 갭 투자에 대한 견제라고 하면 비규제 지역의 갭 투자에 대한 견제 조치가 바로 이번 취득세 인상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12·16 조치를 평가하자면 투망식 또는 산탄식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내놓고 그중에서 한두 개라도 걸려들면 다행이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세수 확보라는 차선의 효과를 노린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12·16 조치까지 감안해 2020년 주택 시장은 크게 오르기도 어렵지만 집값이 내려가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국 기준으로 2019년 아파트 매매가는 0.30% 하락했지만 올해는 상승 전환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의 상승률 3.02%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전국 전 지역이 같은 비율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도 차별화·양극화는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별화·양극화 현상이 2019년과 같이 ‘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라는 도식으로 나타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 5분위 배율이라는 것이 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가 아파트의 가격을 하위 20%에 해당하는 저가 아파트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이 5분위 배율이 2019년 12월 기준으로 6.83배에 달한다.

고가 아파트 한 채를 팔면 저가 아파트 여섯 채 이상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양극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역사상 평균치가 5.67배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은 상당히 양극화돼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수치가 올해에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8·2 조치나 이번 12·16 조치의 상당수 그리고 다주택자 취득세 인상 조치가 양극화를 가속화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작년이 수도권 강세, 지방 약세라는 지역적 양극화라고 정의한다면 올해는 지방에서도 분화가 일어나면서 중고가 지역은 강세, 저가 지역은 약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지방도 작년의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강세 현상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조치가 나왔지만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라는 핵심이자 원론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조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1호(2020.01.27 ~ 2020.02.0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