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62호 (2020년 02월 05일)

중국 ‘초대형 공룡’ CSG 탄생, 한국 조선업의 운명은?

기사입력 2020.02.03 오후 03:44

[비즈니스 포커스]
-中·日 합종연횡으로 세계 1위 한국 맹추격…전문가들 “대형화와 기술력은 별개”



2019년 3월 중국 장쑤성 난퉁항에서 열린 중국 최초 극탐험 크루즈선 진수식. /연합뉴스

2019년 3월 중국 장쑤성 난퉁항에서 열린 중국 최초 극탐험 크루즈선 진수식.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글로벌 조선업의 대형화 바람이 거세다. 특히 세계 조선업의 핵심인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의 조선사들은 최근 굵직한 합병을 이어 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기업 결합 심사를 주요국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은 최근 자국 1·2위 조선그룹을 합병한 초대형 조선사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공식 출범했다.

일본도 조선업 대형화를 위해 중소 조선사들을 합병하고 업무 제휴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세계 조선업 1~3위에 올라 있는 한·중·일 3개국에서 대형 조선사들이 잇따라 출범하면서 글로벌 패권 다툼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초대형 공룡’ CSG 탄생, 한국 조선업의 운명은?


◆ 중국, ‘뱃고동’ 울린 매머드급 조선사


중국은 2019년 11월 자국 1·2위 국유 기업인 중국선박공업(CSSC)과 중국선박중공(CSIC)을 합병해 중국선박공업그룹(CSG)을 공식 출범시켰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CSSC의 점유율은 11.5%로 세계 2위, CSIC의 점유율은 7.5%로 3위다. 국유 기업인 두 기업 모두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항공모함 등 군함까지 폭넓게 건조하고 있다.

중국은 1982년 제6기계공업부 소속 135개 기업을 합병해 중국선박공업총공사를 세웠다가 국유 기업 개혁을 위해 이를 CSIC와 CSSC로 분리했었다. 중국이 20년 만에 양대 국유 조선사를 다시 합병하는 것은 세계 조선업의 대형화 추세와 함께 한국의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합병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두 기업의 연매출은 2018년 기준 85조원(5000억 위안) 이상으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을 합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매머드급’ 조선사인 CSG의 탄생이 한국 조선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일단 우려하는 것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고 파급력도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국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으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지만 중국은 CSIC· CSSC가 합병 전에도 이미 서로 기능을 공유해 왔기 때문에 두 기업의 합병으로 한국이 받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중국 조선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후둥중화조선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CESI 글래드스톤호’가 2018년 6월 엔진 결함으로 멈춰선 뒤 시운전 2년 만에 폐선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후둥중화조선은 중국 조선 업체 중에서 LNG 운반선 건조 경험이 가장 많은 회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 정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LNG 운반선 물량을 배정해 건조해 왔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중국의 LNG 운반선 기술과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CSG 출범에 대해 ‘합병과 기술력은 별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CSG의 수주 잔량은 858만CGT로 글로벌 2위, 건조 능력은 1041만 톤으로 글로벌 1위 수준이다. 한국 조선사와 주력 선종이 유사한 CSSC의 수주 잔액은 컨테이너선 38.4%, LNG선 13.8% 등이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컨테이너선 중 프랑스의 CMA CGM그룹이 2017년과 2018년 발주한 11척, 중국은행의 선박리스 발주 15척을 제외한 46척이 모두 3000TEU 이하 소형 선박으로 사실상 국내 조선사와의 경쟁에서 열위에 있다”고 말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2017년 CMA CGM에서 수주한 LNG 추진 컨테이너선의 인도 시점이 지연되고 LNG선이 고장으로 폐선되며 건조 기술력에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 조선사와 기술력 차이가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만 중국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선박 금융 지원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2018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박람회에 전시된 중국선박공업(CSSC)의 벌크선. /연합뉴스

2018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박람회에 전시된 중국선박공업(CSSC)의 벌크선. /연합뉴스



◆ 日, 조선 합리화 정책 이후 쇠퇴 가속


일본도 한국과 중국에 대항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M&A)과 전략적 제휴 등으로 조선업 경쟁력 높이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때 세계 1위를 달렸던 일본의 조선업은 1978~1980년 1차, 1987~1988년 2차 구조 조정 등 두 차례 구조 조정을 거치면서 급속도로 쇠퇴했다.

이때 설비와 인력을 크게 축소하면서 일본 조선업계의 건조 능력은 1976년 977만CGT에서 1987년 460만CGT로 감소했다. 1990년대 이후 사실상 정체 상태에 빠지면서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중국에 뒤처졌고 세계 시장점유율 10~20% 수준의 3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뒤집기 위해 2012년 유니버설조선과 IHI조선이 합병해 JMU를 출범했고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컨테이너선 기술 제휴를 하며 대형화를 이뤄 냈지만 아직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일본 조선업 합병 이후 7년이 지났지만 일본 조선업 수주 잔량에서 일본 선사들이 발주한 비율은 70%로, 합병 전 60%보다 더 늘었다”며 “여전히 일본 선사들에 선박을 주문받는 내수 산업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두 차례에 걸친 조선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건조 능력과 조선소가 각각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후 보수적인 투자를 해가며 업황 회복기에도 시설과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

특히 조선 합리화 정책의 영향으로 일본에선 1999년 도쿄대를 시작으로 조선학과가 폐지된 이후 줄줄이 조선·해양학과가 사라지면서 선박 분야 설계 인력 배출이 완전히 중단됐다. 이는 일본 조선업의 심각한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을 야기했다. 한국 조선업을 넘어서기 위해 JMU를 출범시켰지만 결국 자국 선사들에 대한 의존도만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일본 조선 업체 중에서 가장 큰 이마바리조선그룹도 연간 총매출액은 5조원 이내로 한국의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비교할 상대가 못 된다. 최근 한국에 대한 견제구로 중국과 일본이 조선업에서 협력에 나서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역시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펴낸 ‘한국 조선 산업 발전 전략 수립과 조선 산업 생태계 강화가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양쯔장조선과 일본의 미쓰이E&S가 2019년 8월 중국에 합작 조선소를 설립했고 일찍부터 협력 관계였던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HI)과 중국 DACKS는 최근에 둘째 독(dock)을 완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 조선 기업의 협력은 중국 조선 기업들이 LNG 운반선 시장에 재진입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으로 보인다.

즉 글래드스톤호 사태로 해외 선주사들의 중국 LNG선 발주 기피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중국은 일본의 선박 브랜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또 조선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일본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는 해석이다. 다만 보고서는 일본의 LNG선 건조 역량이 최근 대세인 ‘멤브레인형’이 아니라 과거의 ‘모스형’에 집중돼 있어 시장 잠식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초대형 공룡’ CSG 탄생, 한국 조선업의 운명은?


◆ 韓, 현대중·대우 합병 시너지 기대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양대 조선사가 합병한 CSG의 탄생으로 한·중·일 경쟁이 더 심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의 기업 결합에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국유 기업 1·2위의 합병을 승인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의 기업 결합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양 사의 합병은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6개국 공정 거래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2019년 10월 카자흐스탄에서 첫 승인을 받았다.

주목할 것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한국 조선업의 가장 큰 시장으로 경쟁법이 가장 엄격한 곳이다. 지난해 말 1차 심사에서는 EU가 독과점 우려를 제기하며 2차 심사에 돌입했다. 결과는 올해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이 이뤄진다면 큰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 산업은 1970년대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M&A를 통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의 창업이 있었다. 이렇게 3사 체제가 형성된 이후 3사 경쟁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조선 산업이 주춤한 사이 한국 기업들은 대형·고부가 시장을 장악하며 한국 조선 산업을 세계 최정상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3사는 상호 간 협력보다 유사 선종과 선형을 건조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전문가들은 한국 조선 산업이 3사 경쟁 체제로 성장해 왔지만 바로 그것이 산업을 위기로 몰아넣는 원인이었다고 분석한다. 출혈 경쟁으로 불리한 수주 계약을 수용하면서 영업 손실을 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스마트화 추세 등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필요한 타 분야와의 융합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국내 조선 3사의 과당 경쟁 문제를 해소하면서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성인 연구위원은 “2018년과 2019년 세계 시장에서 상당히 많은 물량이 발주됐던 LNG 운반선은 기존에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나눠 가져 가는 구조였다”며 “합병 시너지로 업체 간 경쟁 강도가 낮아질 뿐만 아니라 자국 기업들 간 가격 경쟁이 줄어들어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돋보기] 홍성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환경 규제 강화로 수주 증가 전망”


중국 ‘초대형 공룡’ CSG 탄생, 한국 조선업의 운명은?
홍성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조선업 미래 경쟁력의 핵심으로 환경 규제와 스마트화를 제시하며 “친환경과 자율 운항 스마트 선박 트렌드에 맞춘 기술 개발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IMO-2020(국제해사기구가 2020년 1월 1일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규제) 등 환경 규제 강화 추세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조선업 대형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이 집중적으로 수주해 왔던 선종은 한국이 주력해 온 선종과 많은 차이가 있다. 중국은 한국이 주력으로 하지 않는 저부가가치 벌크선 중심으로 일부 탱커와 중소형 선박들을 수주해 왔다. 이 시장은 국내로 치면 중견·중소 조선 업체들이 있는 시장이어서 한국 주력 시장과는 겹치지 않는다.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한 시장에서는 중국이 그렇게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 때문에 아직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중국 양대 조선 그룹의 합병은 대외적인 시너지보다 내부적으로 코스트(비용)를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일본도 조선업을 재편하면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일본은 계속 인수·합병(M&A)을 해왔다. 1980년대까지 일본 조선 산업을 이끌던 업체들은 가와사키중공업·IHI·미쓰비시중공업·미쓰이중공업·스미토모중공업 같은 중공업형 대형 업체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마바리조선·오시마조선·쓰네이시조선 같은 과거의 중소형 업체들이 일본 조선업을 이끌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과거 중공업형 업체들이 훨씬 뛰어나지만 건조에서는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여서 중공업형 조선사업부를 가진 업체들이 계속 합쳐지면서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가 탄생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여러 개 업체의 통합 시너지가 발휘되지 않고 있다. 일본 1위 조선사인 JMU와 2위 이마바리조선이 제휴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한국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클 것 같지 않다.”

-중국·일본과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한국은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하나.

“선박 시장은 질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을 줄이라고 강도 높게 요구하며 단계별·연도별·연차별로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다. 규제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규제를 훨씬 넘어서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선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운송비용 절감을 중요시하는 수요자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신기술을 접목해 자동화하는 선박의 스마트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과 자율 운항 스마트 선박 트렌드에 맞춘 기술 개 발로 고부가가치 선종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조선업 전망은.

“올해는 황산화물(SOx) 배출 규제인 IMO-2020이 시행됐고 2022년, 2025년 등 단계별로 계속 환경 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그래서 선사들이 규제 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선박들을 건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것이 수요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선박 시장과 선박의 수요 부분인 해운 시장 역시 글로벌 경제가 많은 영향을 미친다.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라 해상으로 실어 나르는 물동량의 볼륨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2019년은 예상보다 발주가 덜 나왔고 선사들의 재정적인 여건이 많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때 올해는 2019년보다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ahnoh05@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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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2-04 0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