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1년 새 바이오·금융·패션 시총 1위 모두 바뀌어
-그룹 계열사 간 ‘맏형’ 경쟁도 치열
‘엎치락뒤치락’ 코스피 대장주 경쟁 점입가경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거의 매일 바뀌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2위 자리를 나눠 갖고 있는 가운데 그 아래부터는 빼앗고 빼앗기는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시가총액은 종목별 발행 주식 수와 주가를 곱한 것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다.

업종별 ‘대장주’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최근 1년여 사이 바이오·금융·패션 업종에서 시가총액 1위가 뒤바뀌었다. 주요 그룹 계열사 간 시가총액 판도도 예사롭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투톱’… 네이버 ‘상승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년째 한국 증시 시가총액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두 종목은 지난 1월 29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352조8141억원, 71조2714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반도체 업황 전반이 개선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업종은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따른 기저효과로 이익 반등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업황 개선의 수혜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에도 시가총액 1·2위 자리를 지키면서 한국 증시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년 대비 44.95% 증가한 40조1650억원이다. SK하이닉스도 전년 대비 151.33% 늘어난 7조37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엎치락뒤치락’ 코스피 대장주 경쟁 점입가경
시가총액 상위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NAVER)의 순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2018년 말 10위권에 머무르던 네이버는 주가가 오르면서 시가총액 4위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자회사 라인과 일본 최대 포털 업체 야후재팬의 통합 합의를 비롯해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8000억원 투자 유치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네이버는 올해 전년 대비 44.96% 증가한 1조10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올해 온라인 쇼핑을 비롯해 광고·비즈니스 플랫폼에서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종별 시가총액 경쟁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바이오 업종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9월 19일 셀트리온을 따돌리며 연초 이후 248일 만에 바이오주 왕좌를 되찾았다. 의약품 위탁 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등에 대한 성장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몰린 데 따른 결과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라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 개선이 더해지면서 순이익도 30% 불어난 26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지주·KB금융, ‘금융 대장주’ 두고 격돌
‘엎치락뒤치락’ 코스피 대장주 경쟁 점입가경
금융 업종에서는 신한지주와 KB금융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신한지주는 2018년 시가총액 1위를 KB금융에 내줬다. 하지만 지난해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왕좌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증권가는 두 종목의 시가총액 차이가 4736억원에 불과한 만큼 올해도 치열한 대장주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혜승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신한지주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력으로 금리 하락기를 포함해 과거 5년간 이익 성장세를 이어 왔고 KB금융은 금융권 최고 수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인수·합병(M&A) 여력과 은행 지주사 최초로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 가치를 높인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업종에서는 F&F가 전통의 라이벌인 한섬과 한세실업을 제치고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F&F는 자체 브랜드 MLB가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며 매수세가 몰렸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F&F는 중국 다이궁(보따리상)의 매출 기여 비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따른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기존 중국 내 매장의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온라인 채널로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만큼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대장주’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 LG생활건강(20조2412억원)은 LG화학(23조6484억원)과의 시가총액 차이를 3조원대로 줄여 가며 그룹 맏형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001년 LG화학에서 분리된 이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1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 가는 중이다. 후·숨·오휘 등 경쟁력 높은 고가 브랜드가 중국과 일본 시장에서 성장한 덕분이었다. LG생활건강은 올해도 전년 대비 12.76% 증가한 1조32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한 폐렴 확산 우려는 부담이다.

박은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 현지 소비 위축과 다이궁의 활동 감소는 물론 중국인 관광객 급감에 따른 면세점 매출 감소도 우려된다”며 “중국 내 확진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1분기 실적 위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22조8260억원)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를 타면서 그룹 대장주인 현대차(27조9905억원)와의 시가총액 차이를 줄여 가는 중이다.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전략과 그룹 지배 구조 개편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올해도 상승세를 이어 갈 것으로 보인다. 회사 분할 이후 사업회사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시나리오 등이 제기된다. 수년 간 이어 온 주주 친화 전략도 주가 상승의 긍정적 요소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대모비스는 지난 5년간 실적 부진에도 배당을 축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시켜 왔다”며 “지배 구조 개편을 앞두고 올해도 주주 환원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