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기생충 열풍'의 숨은 주역 CJ 문화산업-음악]
100만 한류 팬 열광시킨 ‘케이콘’…관람객 67%가 ‘Z세대’

“미국 K팝 장수 비결, 케이콘(KCON) 노력 없이는 불가능” -美 포브스
“현재 세계에서 한류만큼 성공한 대중문화를 찾기 힘들고 그 중심에 케이콘이 있다”-월스트리트저널


K팝이 전 세계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노력이 있었다. CJ ENM이 개최하는 한류 축제 ‘케이콘(KCON)’은 이들의 노력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무대가 됐다.

올해 햇수로 9년째를 맞은 케이콘은 지난해 누적 관람객 100만 시대를 열었다. 케이콘은 2012년부터 북미·중동·유럽·중남미·오세아니아·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열렸다.

CJ ENM이 2012년 한류 전파지로 가장 먼저 공략한 국가는 미국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문화 시장과 음악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이미 한류 열풍이 거셌던 동남아시아는 2019년 들어서야 태국을 시작으로 처음 진출했다.

음악 시장이 가장 큰 미국·일본·유럽 순으로 진행된 케이콘은 CJ의 전략대로 전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를 두고 현대경제연구원은 “한류 문화 산업의 성장에는 영화·드라마·음악 등에 대한 투자와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 온 CJ 등 국내 기업들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케이콘 관람객의 90%가 현지인

케이콘은 단순히 K팝 무대로만 이뤄지는 콘서트가 아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패션·뷰티·음식·라이프스타일·언어 등 ‘한국 문화’ 자체를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 컨벤션이다.

한 나라의 인기 콘텐츠를 모아 나라 문화 전체를 알리는 페스티벌 모델은 케이콘이 국내 최초다. 집객 효과가 큰 K팝으로 전 세계 팬들을 모아 한국의 다양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했다.

실제 조사에서도 K팝 소비가 곧 K컬처(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 드라마·영화 등 K콘텐츠 주요 소비층은 10~30대 초반 여성이 74%로 미국 내 K팝 소비층과 일맥상통했다.

케이콘은 다양한 인종이 어우러지는 세계 축제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케이콘 관객 중 한국인은 10%에 불과하고 현지인이 90%에 달한다.

더 눈여겨볼 것은 참가자의 67%가 24세 이하의 Z세대라는 점이다. 이들은 전 세계 소비 시장과 문화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중요한 고객이다. 이들이 한국 음악뿐만 아니라 한국 제품과 음식을 체험하며 잠재 고객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100만 한류 팬 열광시킨 ‘케이콘’…관람객 67%가 ‘Z세대’
케이콘은 K팝이 음악을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확장성을 검증했다. K팝 스타,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인 가수와 중소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자리 잡았다.

CJ ENM은 2014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케이콘에 한국 중소기업을 초청해 전시장에서 자사 제품을 해외에 알리고 바이어와 연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케이콘에 참가한 50개 중소기업은 109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1곳당 평균 2억원씩 계약을 따낸 셈이다.

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 케이콘에서도 수출 성과는 이어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LA 케이콘 행사에 참여한 중소기업들은 첫날에만 현지 바이어 60개와 261건의 상담을 진행해 83억원의 계약 추진과 36만 달러(약 4억3000만원)의 현장 발주 계약을 성사시켰다.

CJ ENM은 올해 K팝 콘서트를 비롯해 음식·뷰티·라이프스타일·드라마 등 K컬처의 코어 콘텐츠로 글로벌 팬들과 소통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케이콘은 일본 도쿄, 미국 뉴욕과 LA, 태국 방콕에서 열릴 예정이다.

CJ ENM 관계자는 “행사의 규모와 함께 K컬처를 기반으로 글로벌 확장 가능한 콘텐츠를 더욱 개발해 양적·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CJ ENM은 글로벌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은 K팝 열풍을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기획사 ‘빌리프랩’을 공동 설립하며 ‘제2의 BTS’를 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싱 능력과 한국 대중문화 산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CJ ENM의 만남으로 엔터업계는 술렁였다.

합작 법인이지만 BTS로 이미 보이그룹 기획 능력이 검증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에게 아티스트 육성에 대한 전권을 맡기기로 했다. 그 대신 CJ ENM은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아티스트 육성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 우뚝 선 CJ

CJ ENM의 문화 영향력은 K팝에만 그치지 않았다. 전 세계 공연 산업의 메카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세계적인 킬러 콘텐츠를 공동 프로듀싱하며 글로벌 프로듀싱 컴퍼니로 거듭났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 프로듀서 및 공연장 협회인 ‘브로드웨이 리그’ 정회원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 6월에는 한국 기업 최초로 전 세계 공연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토니 어워즈’ 심사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프로듀서로 자리매김하며 인정받고 있다.

CJ ENM이 공동 프로듀싱한 뮤지컬은 ‘킹키부츠’, ‘보디가드’, ‘빅 피쉬’, ‘물랑루즈’ 등 세계적인 킬러 콘텐츠다.

뮤지컬 ‘킹키부츠’는 한국 기업이 공동 프로듀싱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로는 최초로 미국 토니 어워즈 6관왕, 영국 올리비에 어워즈 3관왕을 싹쓸이한 걸작이다. 토니 어워즈와 올리비에 어워즈서 동시에 상을 받은 국내 기업은 CJ ENM이 유일하다.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 ‘물랑루즈’는 지난해 브로드웨이 개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뮤지컬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2019년 7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된 ‘물랑루즈’는 단 7회 공연으로 주간 매출 172만 달러(약 20억원)를 달성했다. 이는 알 허슈펠드 극장 역대 최고 주간 매출을 세운 기록이다. ‘물랑루즈’는 단숨에 브로드웨이 전체 주간 매출 톱5 안에 들었다. CJ ENM은 ‘물랑루즈’의 한국 단독 공연권을 비롯해 미국 투어, 영국 런던 등에서의 공동 제작 권리를 가지고 있다.

2016년 한국 초연 무대를 선보인 뮤지컬 ‘보디가드’는 CJ ENM이 웨스트엔드 초연 프로덕션에 투자사로 참여해 일찌감치 한국 공연권을 확보한 작품이다. 기획 작업에만 6년이 걸렸고 세계 최초로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들을 뮤지컬화했다. 여기에 영화 원작 작가가 어드바이저로 참여하는 등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프로덕션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올해 2월에는 신규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 작 ‘백 투 더 퓨처’의 영국 맨체스터 트라이웃 공연이 예정돼 있다. 첫 논의 후 7년 만에 공연이 현실화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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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