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차은영의 경제돋보기]‘선심성 노동정책’으론 저성장 못 벗어나
[한경비즈니스 =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1월 20일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 업데이트에 따르면 3개월 만에 세계 경제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진 3.3%로 조정됐다. 지난해 4월과 10월 전망치 3.6%와 3.4%에서 다시 낮아진 수치다.
신흥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마이너스 0.2%포인트 조정됐고 미국과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도 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은 대공황을 연상시킬 정도라고 언급함으로써 경제가 침체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글로벌 성장세가 안정적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회복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1단계에 합의했지만 그로 인해 그 외의 국가들이 받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미국산 제품 수입이 확대되면 기존에 수입하던 국가의 물량을 줄이지 않을 수 없다. 그 여파는 2차 3차 피해를 동반하게 될 것이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중국과의 협상 이후 유럽연합(EU)과 무역 전쟁의 포문을 여는 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EU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발언은 새로운 무역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파급력이 막강한 충격의 등장으로 2020년 세계 경제가 새해 벽두부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불확실성과 저성장이라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올 한 해 한국 경제가 유의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첫째,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각이다. 경기가 하락할 때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배경은 경제학자 케인스의 유효 수요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 재정 지출로 수요가 진작되고 그 몇 배의 국민 소득 증가로 이어지게 돼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과 그에 따라 늘어난 국민 소득의 비를 정부 지출 승수라고 하는데 이것이 클수록 재정 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가 침체되면 재정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를 부양하는 투자적 성격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한다.
일회성으로 사용되는 복지성 지출은 해당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감소하는 조세 수입과 맞물려 재정 건전성을 급속히 악화시킬 것이고 이것은 장기적으로 저성장의 고착화를 초래하게 된다.
작년 경제성장률이 2%였던 것은 정부의 현금 살포에 가까운 재정 지출로 가까스로 달성한 2%대 성장률 수치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 세수가 줄어 재원이 고갈되고 정부 지출 승수도 하락하게 돼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30년 가까이 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정부는 빚에 허덕이는 결과만 초래한 이웃 나라의 교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둘째, 노동력과 자원이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서 높은 부문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지속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생산성 향상에 모든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경제의 구조적 변화 없이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선심성 노동 정책 방향을 재검토해야 한다.
공공 부문이 민간 부문을 잠식하는 것은 저소득 국가들의 개발 초기 전략이다. 미래 성장 잠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민간 부문의 인력과 기술을 고도화하는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2호(2020.02.03 ~ 2020.02.0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