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전셋값 그대로인데 매매가만 천정부지
-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가 많다는 증거”
용산·강남·강동·송파·영등포 투자 유의해야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서울 집값의 강세 원인은 꾸준히 늘고 있는 주택 수요를 공급이 뒷받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택 수요가 다른 지역이 비해 많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여러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은 어떤 지역의 일자리 수를 그 지역의 주민 수로 나눈 지표다. 그 지역에 일자리가 많은지 적은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에서 볼 수 있듯이 서울은 전통적으로 다른 지역보다 일자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이에 따라 일자리가 부족한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일자리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최신 통계인 2018년까지 14년 동안 서울 지역이 16.7%포인트 개선되는 동안 서울 이외의 지역은 11.6%포인트 늘어난 것에 그쳤다.

2004년에는 서울과 나머지 지역의 격차가 7.8%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12.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용산·강남·강동·송파·영등포 투자 유의해야
◆ 서울은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넘어

서울의 주택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증거는 미분양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2019년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는 4만7797채다. 그중 서울의 미분양은 151채에 불과하다. 전국 미분양 물량 중 0.3%만이 서울에 있는 셈인데 서울의 인구나 가구 수 비율이 전국의 19% 정도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것이다.

이처럼 수요는 몰리는데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니 서울의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서울에 투자해야 할까. 수요와 공급이라는 지표만 보면 누구라도 서울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투자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격이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을 예로 들어 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이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마스크의 생산량과 판매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마스크 생산 업체의 매출액과 이익이 급증하면서 주가는 뜨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됨에 따라 마스크 주가가 뜨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주당 1만원씩 하던 주가가 100만원, 1000만원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주가를 끌어올릴 재료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주가 자체가 비싸진 것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어느 정도 주가가 오르면 그 가격 자체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주식 시장에서 주가수익률(PER)과 같은 지수를 중요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를 부동산 시장에 대입해 보자.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어찌 보면 마스크 시장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서울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많은데 이를 공급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서울 아파트가 100억원, 1000억원 갈 수는 없는 것이다.

◆ 버블지수 체크로 거품 지역 걸러야
용산·강남·강동·송파·영등포 투자 유의해야
서울에 주택 수요가 많다는 것 그리고 공급이 적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 자체가 악재다. 그러므로 서울 아파트 시장의 시세가 적당한지 측정하기 위해 주식 시장의 PER과 같이 객관적인 분석 지표가 필요한데 주택 시장은 이를 버블지수로 측정할 수 있다.

버블지수는 (서울과 같은) 특정 지역의 매매가 상승률이 전국 매매가 상승률에 비해 얼마나 더 올랐는지 측정(매매가 상승률 이격도)하고 전셋값 상승률 이격도도 같은 방법으로 계산해 이를 매매가 상승률 이격도에서 빼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 어떤 지역의 전셋값이 오르지 않는데 매매가만 많이 오른다는 것은 실수요가 아니라 투자 수요에 의해 그 지역의 집값이 주도된다는 의미에서 버블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매매가 상승률이 높은 지역이더라도 전셋값 상승률이 높으면 버블로 보기는 어렵다.

100% 실수요라고 할 수 있는 전셋값도 많이 올랐다는 것은 그 지역의 주택 수요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버블지수를 수시로 체크해 그 지역에 거품이 생기지 않았는지 살펴보면서 투자해야 안전하다.

는 서울 지역의 버블지수를 시계열로 그린 표다. 2020년 2월 21일 기준으로 서울의 버블지수는 10.5다. 이는 경미하지만 서울 주택 시장에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6년 1월부터 지금까지 역사상 평균치 5.4의 두 배 정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절대치 자체는 아직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6대 광역시 평균의 11.4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서울 버블지수의 증가 폭이 4.4로 대전의 6.7에 이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둘째로 높다.

대전에 이어 전국에서 둘째로 거품이 빠르게 쌓여 가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앞으로도 매매가 상승률보다 전셋값 상승률이 높아지지 않는 한 이 지수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서울에서 특히 위험한 지역은 용산구(39.6), 강남구(37.1), 강동구(30.3), 송파구(23.5), 영등포구(21.8)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버블지수가 급등한 지역은 영등포구(10.7), 마포구(8.6), 강동구(8.0), 양천구(7.9), 서대문구(6.6) 등이므로 투자자의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은 아니지만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았던 수원은 과거에 다른 지역에 비해 적게 올랐던 반작용으로 오른 면도 크다. 하지만 지난 1년간 버블지수 증가 속도는 6.3으로 대전에 버금가는 속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팔달구는 10.0으로 대전 중구(14.1), 서울 영등포구(10.7)에 이어 전국에서 셋째로 거품이 빠르게 쌓여 가는 지역이다.

어느 지역에 호재가 있다는 이유 자체로 집값이 일방적으로 오르지는 않는다. 현재의 집값 수준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적정한지 계속 체크한 후 투자해야 상투에 물려 몇 년간 고생하는 일을 피할 것이다. 어느 지역이 투자 가치가 있다는 소리만 듣고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추격 매수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