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윤종규(65) KB금융지주 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월 개최된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0’에 참석했다. 주요 금융그룹의 수장 가운데 직접 CES를 찾은 것은 그가 유일했다. KB국민은행과 카드 등 계열사 임직원 20여 명이 그와 동행했다. 윤 회장은 약 1주일간 현지에 머무르며 최신 정보기술(IT)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이를 금융과 접목해 활용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기회로 삼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KB금융은 지난해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신개념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Liiv) M’을 출시하며 국내 금융사 최초로 통신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윤 회장이 끈질기게 금융 당국을 설득한 끝에 도출한 성과다. 윤 회장은 ‘디지털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 2년 연속 ‘3조원대 순이익’ 달성
온화한 스타일이지만 특유의 꼼꼼함으로 일을 챙겨 똑똑하고 부지런하다는 의미의 ‘똑부’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는 윤 회장은 2014년부터 KB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그의 취임 기간 동안 KB금융의 순이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2019년 기준 KB금융의 순이익은 3조311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전년(3조619억원) 대비 8.2% 증가한 규모다. 특히 윤 회장의 취임 전인 2013년도(1조2747억원)와 비교하면 159.9% 증가한 규모다. KB금융은 2년 연속 3조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2019년 기준 영업이익 규모는 4조4906억원(전년 대비 5.2%)으로 이 역시 2013년(2조270억원)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KB금융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큰 밑바탕이 됐다. 윤 회장 취임 이후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비은행 계열사 전반의 몸집을 불린 성과다.
대표적으로 KB금융지주의 현대증권 인수 후 KB증권 출범을 들 수 있다. 윤 회장은 2016년 이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1조2500억원을 과감하게 베팅해 현대증권 인수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2017년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3위의 ‘KB증권’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에 앞서 2015년 6월에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마무리하고 KB손해보험으로 이름을 바꿔 출범시켯다. KB금융지주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총자산이 기존 421조원에서 445조원으로 늘어 국내 금융지주사 1위에 올랐다.
윤 회장은 KB금융지주를 이끌며 줄곧 ‘하나의 회사, 하나의 KB(One-Firm, One KB)’를 강조해 왔다. 실제로 2015년 1월 KB금융지주를 KB국민은행 본점으로 6년 만에 이전했다. 지주사와 은행 사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전까지 KB금융지주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지주회사와 은행의 업무 공간이 분리돼 있었다. 2014년 취임 직후부터 ‘근거리 시너지’를 위해 서울 명동에 있던 KB금융지주의 일부 부서를 여의도에 있는 KB국민은행 본점으로 이전하고 KB생명보험과 KB투자증권을 여의도 증권가에 있는 KB금융투자타워로 옮기는 등 여의도 KB 금융타운 사업을 추진했다. 또 은행·증권사·손해보험·생명보험 회사가 함께 영업장을 꾸리는 복합 점포도 열었다. 복합 점포는 윤 회장이 추진하는 비은행 계열사 영업력 강화의 핵심 전략이다.
윤 회장은 광주상고 졸업 후 외환은행에 입행했고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다녔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 성균관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행정고시에서도 필기시험을 차석으로 붙었으나 대학생 시절 시위에 참여했던 경력이 문제가 돼 임용이 취소됐다.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뒤 부대표에까지 올랐다. 이후 2002년 KB국민은행에 영입돼 재무전략본부 본부장과 부행장(CFO·CSO)을 역임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다 2010년 KB금융지주 부사장으로 복귀했다.
◆ 글로벌 혁신, ‘선봉장’ 역할 자처
2014년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에 선임된 뒤 2017년 역대 KB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전 경영진의 내분이 원인이 된 ‘KB금융 사태’로 흔들렸던 KB금융그룹을 안정시키고 순이익 호조와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이끌어 내는 등 강한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은행원보다 회계사로 일한 기간이 길고 은행권에 돌아온 뒤에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지내면서 금융권에서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제 KB금융의 경쟁 상대는 알리바바와 구글이다.” 윤 회장이 2020년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강조한 내용이다. KB금융은 2018년부터 ‘디지털 전환’을 전면적으로 선포하고 영업 방식과 조직·플랫폼·서비스 등 모든 부문에서 디지털화를 추진 중이다. 금융 기술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KB금융이 알리바바·구글과 같은 IT 기업과 비교해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지털·IT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윤 회장이 말하는 ‘디지털 혁신’의 지향점은 명확하다. 철저히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이다.
이를 위해 윤 회장은 2020년 그룹의 경영 전략 키워드로 ‘L.E.A.D 2020’을 선언했다. 먼저, ‘L’은 그룹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Level up the core)하는 것이다. 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 개선과 비용 구조 혁신을 핵심으로 한다. 또 카드의 경우 신사업과 글로벌 비즈를 통해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E’는 ‘사업 영역 확장(Expansion)’이다. 선제적 대응을 위해 사업별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신성장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셋째, ‘A’는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KB 구현(Active & creative KB)’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윤 회장은 특히 향후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등 ESG 체계 확립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을 선도하는 모범 금융그룹의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D’는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Digital Innovation-customer centric)’이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공감하면서 고객이 편리하거나 경제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이다.
‘디지털 혁신’ 만큼이나 윤 회장이 공을 들이는 부분은 KB금융그룹의 글로벌 전략이다. KB금융은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과 투자 안정성이 높고 국내 고객의 해외 투자 선호도가 높은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중심의 투 트랙으로 글로벌 전략을 구사한다. 윤 회장은 호주·미국·영국 등 해외 투자설명회(IR)를 통해 주주들을 직접 만나며 투자 유치와 새 먹거리 사업 확보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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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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