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기업 재무 책임자·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평가…‘디지털 역량’이 핵심 평가 지표로


[편집자 주= 최근 금융업계의 최대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금융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오픈 뱅킹과 데이터3법 개정 등 금융 정보와 금융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 경쟁도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거대한 물결 속에서 한경비즈니스는 2020년 금융 한국을 움직일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국내 주요 기업 재무 책임자,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설문을 통해 현재 한국 금융 산업을 이끌고 있는 최고의 금융 리더를 가려 뽑았다. 뛰어난 리더십과 역량으로 새로운 한국 금융의 미래를 만들고 있는 파워 금융인 30인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파워 금융인 30]‘카뱅 돌풍’…베스트 금융 CEO 1위 ‘윤호영 대표’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지금 국내 금융업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쟁이 한창이다. 이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그저 최신 기술을 빨리 ‘따라잡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얼마나 세심하게 파악하고 이를 구현해 내느냐가 지금 금융업계에 휘몰아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쟁의 핵심이다.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국내 금융업에 ‘혁신의 기반’을 만들고 실제로 구현하기까지 그 어느 때보다 국내 금융업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한경비즈니스가 국내 금융업계를 선도해 나갈 ‘2020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이번 조사는 국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 가운데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 국내 기업 재무 담당자의 설문을 거쳐 30명을 가려 뽑았다. 그 결과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조직을 안정화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이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높은 실적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과감한 혁신’을 추구하는 금융 리더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출범 2년 만에 금융 산업 뒤흔든 카카오뱅크

‘디지털 혁신’을 향한 강력한 요구는 이번 조사 결과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났다. ‘행장이 없는 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이끌고 있는 윤호영 대표가 종합 1위의 영광을 안았다. 국내 대표적 정보기술(IT) 공룡인 카카오의 금융 전문 계열사 카카오뱅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가 전통 금융업을 대표하는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를 이끄는 수장들을 제쳤다. 이변 중의 이변이다. 하지만 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코앞에 맞이하고 있는 국내 금융업계의 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재무 성과, 주주 중시 경영 등을 평가하는 ‘양적 평가(240점)’와 이사회와의 관계, 이해관계인과의 관계, 비전 등을 평가하는 ‘질적 평가(377점)’ 항목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리더십, 글로벌 역량, 디지털 역량, 사회적 책임 등을 평가하는 ‘개인적 역량(517점)’ 항목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디지털 역량 부문의 점수가 151점으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총점 1134점으로 1위에 안착했다.


카카오 출신인 윤 대표는 2015년 하반기 카카오뱅크 설립 컨소시엄을 꾸릴 때부터 2017년 출범 그리고 2020년 현재까지 전 과정을 직접 챙기며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이용우 전 대표와 함께 카카오뱅크의 초대 공동 대표로 선임됐고 최근 이 전 대표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후 당분간 윤 대표 홀로 카카오뱅크를 책임지게 됐다. 카카오뱅크 사내에서는 ‘대니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국내 2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첫발을 내디딘 카카오뱅크는 출범 2년여 만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로 전환하는 기록을 세우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 3분기 말 481억원이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9년 1분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윤 대표는 은행업의 특성상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내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무엇보다 카카오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 수의 증가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다. 2019년 말을 기준으로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총 1128만여 명 정도다.


카카오뱅크를 더욱 주목하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서비스 혁신 측면에서 금융업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 공인인증서 없는 비대면 은행 거래를 일반화했고 기존 금융권의 수수료 체계를 흔들었다. 금융업 전반에 ‘카뱅발(發) 혁신 바람’을 강하게 일으키며 금융 시장의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금융지주 부문 1위에 올랐다. 개인적 역량 471점, 질적 평가에서 350점을 얻었다. 특히 질적 평가에서는 240점으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함께 30인의 금융 CEO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총점은 1061점을 기록했다.


윤 회장은 KB금융그룹이 이른바 ‘KB 사태’로 혼란을 겪던 2014년 회장에 오른 뒤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빠르게 조직의 안정화를 이끌었다. 취임 후 두 차례의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성공하며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2015년 LIG손해보험, 2016년 현대증권 등 굵직굵직한 M&A에 성공하며 KB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했다. 경쟁자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경쟁력으로 ‘초격차’를 만들어 내는 리딩 금융그룹을 목표로 강력한 ‘디지털 혁신’을 추진 중이다.
[파워 금융인 30]‘카뱅 돌풍’…베스트 금융 CEO 1위 ‘윤호영 대표’


◆ 위기에도 실적 고공 행진, 과감한 혁신 바탕

증권 부문 1위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에게 돌아갔다. 양적 평가 149점, 질적 평가 220점, 개인적 역량 289점으로 총점 658점을 받았다. 최근 국내 증권업계는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익이 급감하며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은행(IB)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중이다. 국내 증권업계 ‘IB 대부’로 일컬어지는 정 사장은 2018년 3월 사장 취임 이후 NH투자증권을 IB 명가의 반열에 올리는 데 크게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NH투자증권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생명보험 부문 1위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차지했다. 개인적 역량 125점, 양적 평가 59점, 질적 평가 90점으로 총점 274점을 얻었다. ‘생명보험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확고한 원칙을 기반으로 지난 20여 년간 정도 경영을 펼치고 있는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CEO다. 과감한 체질 개선을 바탕으로 지난해 보험업계에 위기가 짙어지는 와중에도 순이익 상승세를 이끌어 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은 화재보험 부문 1위에 올랐다. 개인적 역량 111점, 양적 평가 57점, 질적 평가 85점으로 총점 253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11월 화재보험업계 최초로 보유 고객 1000만 명을 달성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최 사장은 신성장 동력 발굴에 힘을 쏟았다. ‘생활 밀착형 보험’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카카오와 손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카드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카드를 ‘디지털 기업’으로 바꿔 나가는 등 끊임없는 혁신을 시도하며 카드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디지털 혁신’을 경영 방침으로 내세우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인공지능(AI)·머신러닝·블록체인 등에 기반한 ‘디지털 혁신의 결과물’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 밖에 올해 ‘파워 금융인 30’에 새롭게 진입한 이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새롭게 취임한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사장이 국내 금융업계에 영향력이 큰 대표적인 금융인으로 선정됐다. 이와 함께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박정림 KB증권 사장,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도 파워 금융인 30인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 어떻게 조사했나


‘2020 파워 금융인 30’은 국내 금융 선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하기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둘째로 실시됐다. 우선 비상장사를 포함한 113개 국내 금융사(금융지주·은행·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신용카드) 중 매출액(2019년 3분기 기준)을 기준으로 상위 60곳을 추려 이들 금융사의 CEO를 평가 대상으로 삼았다. 60명의 후보에는 금융지주 10명, 은행 9명, 생명보험 10명, 손해보험 10명, 신용카드 8명, 증권 13명이 포함됐다.


이후 금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이들에 대한 평가 설문을 진행했다. 국내 금융 산업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와 금융 산업의 주요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국내 대기업(비금융 회사)들의 재무담당 책임자들에게 응답을 받았다. 애널리스트 30명, 재무담당 책임자 54명이 참여해 총 84명이 응답했다.


설문은 양적 평가와 질적 평가, 개인적 역량 평가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양적 평가에는 ‘재무 성과’, 회사와 주주 사이의 적절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주주 중시 경영’이 포함됐다. 질적 평가에는 ‘이사회와의 관계’, 종업원·고객 등을 포함한 ‘이해관계인과의 관계’, 명확하고 현실성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물었다. 개인적 역량에는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 디지털 역량, 사회적 책임이 포함됐다.


설문 응답자들은 업종에 상관없이 CEO 5명을 선정해 각 항목에 따라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점수를 합산한 최종 순위에 따라 ‘2019 파워 금융인 30’을 선정했다.
vivajh@hankyung.com
[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기사 인덱스]
-‘카뱅 돌풍’…베스트 금융 CEO 1위 ‘윤호영 대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다음 승부수는 ‘디지털 혁신’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 세계 유례없는 초고속 성장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순이익 달성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20년간 이어진 ‘정도 경영’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 보유 고객 1000만 명 돌파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금융계 잡스'에서 '디지털 전도사'로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 부동산·대체투자 공략 대성공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내실 경영’ 통해 강소 금융그룹으로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전문 경영인보다 더 전문적인 오너 CEO’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 보험업계 ‘판’을 바꾸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새 10년을 향한 핵심 키워드 던지다
-김창권 롯데카드 사장, 디지털 역량 결집 '통합 앱 프로젝트' 성공
-박정림 KB증권 사장, 지난해 고객자산 30조 돌파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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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비즈니스 선정 2020 파워 금융인 총괄표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