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 생보사 1위]-보험업 위기에도 순이익 상승세

[파워 금융인 3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20년간 이어진 ‘정도 경영’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 국내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손꼽히는 신창재(67) 교보생명 회장은 의대 교수에서 경영자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장남으로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의사 시절인 1993년 공익재단인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고 1996년 교보생명 부회장이 됐다. 2000년 5월 대표이사 회장에 취임하며 경영 일선에 나선 후 20년간 교보생명을 이끌고 있다.


신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난 20년간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며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보험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두 번의 험난한 파고 속에서도 교보생명의 내실 성장을 주도하며 장수 기업의 토대를 탄탄히 다졌다는 평가다.


◆ 끊임없는 경영 혁신…위기 딛고 체질 개선


신 회장 취임 당시 교보생명은 외환 위기로 큰 시련에 직면해 있었다. 거래하던 대기업이 연쇄 도산하면서 2조4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됐다. 그 여파로 2000년엔 무려 25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생존을 걱정할 만큼 큰 위기였지만 보험업계의 오랜 관행인 ‘외형 경쟁’ 후유증으로 회사는 안으로 곪아 있었다.


신 회장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영 혁신에 착수했다. 외형 경쟁을 중단시키고 그 대신 고객 중심, 이익 중심의 퀄리티 경영이라는 처방을 내렸다. 질적 성장과 내실로 승부하겠다는 새로운 전략은 당시로서는 파격이었다.


먼저 잘못된 영업 관행을 뜯어고치고 영업 조직도 정예화했다. 중·장기 보장성 보험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전환하고 경영 효율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했다. 또 임직원들과 부단히 소통하며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고객 중심의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을 기울였다.


신 회장이 몰고 온 변화 혁신의 바람은 교보생명의 체질을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괄목할 만한 재무적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지난해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호실적을 이끌어 내며 이목을 끌었다.


2019년 3분기까지 교보생명의 누적 순이익(개별 기준)은 6893억원으로 전년 동기(5708억원) 대비 2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4조384억원에서 3조573억원으로 24.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더욱 눈에 띄는 성과다. 위기 속에 빛나는 신 회장의 리더십을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 역시 ‘생명보험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에 대한 신 회장의 고집이 큰 역할을 했다. 2017년 무렵 다른 보험사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만기 보유 채권 규모를 키우는 상황에서도 교보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2018년 말 만기 보유 채권 29조7000억원어치를 매도 가능 채권으로 재분류했다. 이후에도 만기 보유 증권을 3조원 정도 늘렸다. 만기가 짧은 자산을 매각하고 만기가 긴 자산을 늘려 가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금리 인하로 채권 평가 이익이 늘면서 가용 자본을 지난해 말보다 3조4000억원 이상 불릴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중·장기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면서 보장성 보험 위주로 재편하는 상품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교보생명 재무 구조의 안정화는 신 회장의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취임 당시 25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은 매년 5000억~6000억원대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2000년 350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은 2019년 9월 기준으로 12조5000억원을 넘어설 만큼 성장했다. 19년 동안 35배 늘어난 수치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이 372.6%(2019년 9월 현재)로 높은 재무 건전성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004년 이후 국내 대형 생보사 중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재무 건전성 향상에 힘입어 교보생명은 2015년 국내 생명보험회사로는 처음으로 세계적 신용 평가사인 무디스에서 ‘A1 등급’을 받기도 했다. ‘A1 등급’은 전체 21개 신용 등급 중 다섯째로 높은 등급으로, 글로벌 금융사인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파워 금융인 30]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20년간 이어진 ‘정도 경영’

◆“디지털 혁신 통해 차별화된 고객 가치 제공”



신 회장의 경영 혁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최근 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계속 성장을 이어 나가기 위한 방법은 오직 ‘디지털 혁신’이라는 판단에서다.


신 회장은 교보생명의 인재 양성원인 ‘계성원’에서 지난 1월 열린 ‘2020년 출발 전사 경영 전략 회의’에서 2020년 교보생명의 경영 방침을 ‘생존을 넘어 디지털 교보로 가자’로 한다고 발표했다. 보험업계의 경영 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고객 가치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해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지난 1월 출발 경영 전략 회의에서 “고객 니즈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해 고객 만족을 달성하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며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타사보다 더 큰 만족을 주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조직,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 기업 문화, 커뮤니케이션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한 차원 높은 디지털 혁신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교보생명은 디지털을 활용한 보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한편 디지털 신기술을 적용해 업무 프로세스도 고객 중심으로 효율화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상품과 채널 경쟁력을 강화해 생명보험 본연의 가치인 고객 보장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종신보험·CI보험 등 가족 생활 보장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건강·의료·장기간병 등 다양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차별화된 특화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신인 재무설계사(FP)를 위한 체계적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FP의 고객 보장 컨설팅 역량 향상에 힘쓰는 등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산 운용 측면에서는 자산 운용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힘쓴다는 전략이다. 자산 운용 이익을 늘리기 위해 고금리 자산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자산, 대체 투자 자산 등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수익 원천을 다변화할 방침이다. 또 적극적인 시장 대응으로 추가 이익을 확보하는 데 역점을 둘 방침이다. 가계 부채 리스크 현실화와 보유 자산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도 더 힘쓸 계획이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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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