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2020 파워 금융인 30 : 카드사 1위]
-디지털에 3000억원 투자 ‘체질 개선’ 승부수
[파워 금융인 30]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금융계 잡스’에서 ‘디지털 전도사’로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정태영(60) 현대카드 부회장은 금융 당국의 규제 강화와 카드사 간 경쟁 심화 속에서 생존 전략으로 ‘디지털 전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 부회장은 2018년 11월 스튜디오 블랙 입주 스타트업을 만난 자리에서 “어쩌면 나는 한국에서 가장 큰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모든 것을 걸고 카드 회사로서 가본 적이 없는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를 ‘스타트업’에 빗대 디지털화를 강조한 것이다.

실제 그는 최근 몇 년간 현대카드를 단순한 신용카드 회사가 아닌 디지털 기업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혁신 DNA 장착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으로 데이터 사이언스 역량 강화에 지난 5년간 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쏟아부었다. 정 부회장은 혁신 금융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내실을 강화하고 체질 개선을 이끌며 디지털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 새 먹거리 ‘디지털’에 미래 걸다

그동안 현대카드의 행보를 살펴보면 ‘디지털’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디지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앞장서 카드사 최초로 2016년 스타트업 입주사무소인 ‘스튜디오 블랙’을 만들었다. 그 결과 ‘세로형 카드’ 전용 휴대전화 케이스를 내놓기도 했다.

2019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산학협력단과 함께 ‘핀테크·디지털화·인공지능(AI)’을 주제로 ‘2019 MIT 스타트업 쇼케이스 인 서울’도 열었다. 직원들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한 기업 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전사적으로 직원들에게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딩 교육을 진행하고 코딩에 익숙해지도록 회사 곳곳에 코딩 언어를 붙여 놓기도 했다.

빅데이터·AI·블록체인 등 신기술 관련 인력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현대카드 내 디지털 인력은 500여 명까지 늘었다. 정 부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현대카드는 카드업계에서 디지털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카드업계 최초로 ‘인공지능-자동 응답 시스템(AI-ARS)’을 도입해 주목받았다.

AI-ARS 대상 고객이 현대카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면 AI 시스템이 전화번호를 인식해 AI 상담원을 바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카드는 AI-ARS에 최신 로봇 자동화(RPA) 기술을 적용해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현대카드가 AI 기반의 고객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2017년 챗봇 서비스인 ‘현대카드 버디’에 이어 둘째다.

정 부회장은 현대카드의 새 먹거리 발굴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해 빅데이터 기반의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전략으로 신흥 소비 계층인 20~30대 신규 회원 유치와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현대카드는 2018년부터 PLCC 사업을 전담하는 PLCC본부를 만들고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코스트코·이마트·이베이코리아·현대차·기아차·GS칼텍스 등과 계약하고 전용 카드인 PLCC를 운영 중이다.

특히 온라인 쇼핑 추세에 따라 이커머스 기업과 제휴한 특화 신용카드가 실적 효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G마켓·G9·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와 손잡고 2018년 6월 선보인 스마일카드는 현재 발급자 수 6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3월에는 국내 최초로 대한항공과 함께 항공사 전용 PLCC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익성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현대카드는 코스트코코리아에서 10년짜리 독점 계약을 따냈다. 국내 190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1국가 1카드사’ 정책을 펴는 코스트코는 지난 18년 동안 삼성카드와 함께해 왔지만 2018년 말 차기 제휴업자로 현대카드를 선정했다. 2019년 5월부터 현대카드가 코스트코의 독점 카드사가 되면서 업계 점유율과 외연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의 남은 과제는 현대카드의 유가증권시장 입성이다. 현재 현대카드는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다만 최근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과 관련해 상장을 2021년 이후로 미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19년 11월 정 부회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상장 연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동남아 진출과 AI 시스템 출시 등을 통해 수익을 늘려 현대카드의 기업 가치를 더 높게 인정받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파워 금융인 30]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금융계 잡스’에서 ‘디지털 전도사’로

◆ ‘금융계 잡스·내한술사’ 별명…혁신 아이콘


정 부회장은 슈퍼 콘서트, 컬처 프로젝트, 다빈치 모텔 등 현대카드를 상징하는 문화 마케팅을 이끌어 왔다. 업무 전반에 디자인 경영을 도입해 혁신적인 카드 디자인을 선보인 데 이어 오늘날 현대카드를 대표하는 심플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주역이다. 문화 마케팅·디자인 경영·디지털 혁신으로 기존 카드업계에 없던 현대카드만의 고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정 부회장은 ‘금융권의 스티브 잡스’로도 불린다.

문화계에서도 여러 방면에 깊은 관심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 디자인·여행·음악·요리를 주제로 한 국제적인 수준의 라이브러리를 열었다. 또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을 비롯해 영국을 대표하는 폴 매카트니·콜드플레이 등을 섭외한 슈퍼 콘서트로 한국 공연계의 수준을 올렸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전문 공연 기획사가 아닌 카드 회사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대형 콘서트를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정 회장에게 ‘내한술사(내한공연+마술사)’라는 수식어가 하나 더 생겼다.

현대카드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이끌어 온 정 부회장은 문화 전파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또 2015년 12월에는 한국과 영국 간 관계 증진에 기여한 것과 관련해 영국 정부의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CBE)을 받았다.

미술 분야에도 조예가 깊어 뉴욕현대미술관(MoMA), 런던 테이트 모던에 매년 1회 이상의 대형 전시를 후원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뉴욕현대미술관의 건축·디자인 트러스티의 회원이기도 하다.

경영 측면에서는 재계 대표적인 사위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로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현대캐피탈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금융 계열사를 이끌고 있다. 디자인 경영과 문화 마케팅 등 전례 없는 파격 행보로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던 현대카드를 시장을 선도하는 업계 2위로 성장시켰다.

또 현대캐피탈을 한국 최대의 여신 전문 금융사로 키워냈다. 미국·영국·독일·캐나다·중국 등에 진출하며 글로벌 금융사로 발돋움시켰다는 평가다. 현대커머셜을 통해 기업금융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고 금융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고 있다. 평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대중과의 소통을 즐겨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스타 경영인으로 손꼽힌다.

정 부회장은 2004년(현대캐피탈)과 2005년(현대카드) 추진한 GE캐피탈과의 성공적 제휴(JV)를 통해 회사의 펀더멘털을 크게 강화했다. 세계적 금융사인 산탄데르와 푸본과의 합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고 있다. 특히 GE와의 합작은 한국 기업의 합작 사례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꼽힌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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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6호(2020.02.29 ~ 2020.03.06)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