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확산되는 코로나19, 과거 흑사병 창궐 때처럼 ‘패러다임 전환’ 가져올 전망


[유성민 IT 칼럼니스트] 인류 역사상 수많은 전염병이 존재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에 창궐하며 수많은 피해를 일으킨 흑사병이 대표적인 전염병으로 기록된다.
흑사병 발생 시기는 14세기로 1348년에서 1350년 무렵이다. 발생 시기는 짧았지만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500만 명 정도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유럽 사회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 인구의 3분 1이 사망…세계 뒤흔들었던 ‘흑사병 신드롬’

‘신’에게서 ‘인간’으로 옮겨간 역사의 추
문화적으로는 씻지 않는 문화를 형성했다. 캐서린 애셴버그는 저서 ‘목욕, 역사의 속살을 품다’를 통해 이를 설명하고 있다. 목욕탕은 당시 중세 유럽 사회에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흑사병 이후 많은 의학자가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역병이 쉽게 침투당한다고 주장하면서 목욕이 배척당하기 시작했다. 저자에 따르면 프랑스 왕은 13년 동안 목욕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측면에선 ‘신’에서 ‘인간’으로 중심을 옮겼다. 중세 유럽은 교회 중심 사회였다. 하지만 흑사병은 일반인을 비롯해 수도사의 목숨까지 앗아갔고 교회는 권위를 상실하게 된다. 신학보다 과학에 집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

흑사병은 산업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작게는 향수 산업이 발전했다. 씻지 않는 문화는 악취를 가져왔고 이를 숨기기 위해 향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또한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의 태동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유럽 인구 감소는 농노의 지위를 향상시켰다. 영주는 농노 이탈 방지를 막기 위해 보상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영주 간 농노 확보를 위한 영입 경쟁으로 이어졌다.

농노 지위 향상은 자본주의로 이어진다. 노르웨이 사학자 요르겐 베네딕토에 따르면 농노의 수입이 많아지면서 물품 구매와 같은 소비가 촉진됐다.

피터 테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는 흑사병이 1차 산업혁명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피터 교수에 따르면 임금 향상은 비용 감소를 위한 대체재를 찾게 만드는 원동력이 됐다. 노동력을 대체할 기계의 등장은 1차 산업혁명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흑사병은 문화와 산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며 중세 유럽 변화의 시초가 된 셈이다.

지금 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커다란 고통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위협적인 전염병은 많았다. 2009년 신종플루를 떠올려 보자. 국내에서만 10만 명이 감염됐고 260명 정도가 사망했다.

코로나19는 두 가지 이유로 과거보다 더 큰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첫째, 갑작스러운 확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확진자 수 증가는 사회 불안감을 조성했다.

둘째, 코로나19의 전파력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전파 경로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일부 전문가는 비말(미세 물방울)을 통해 전파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공기 중에 감염될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면서 대부분 사람은 코로나19의 전파력에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산업적인 변화를 야기한다.

우선 업무 환경이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경각심은 재택근무를 확산시키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에서 스타트업까지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중이다. 이러한 재택근무는 기존 업무 수행 방식뿐만 아니라 관리 방법까지 바꾸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회의는 한 공간에 모여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택근무는 원격 회의를 촉진하고 있다. 출퇴근 관리 또한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보안 인증 방식 또한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로 접촉을 꺼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존에는 카드와 지문 등을 통해 인증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안면 인증이 주목받고 있다.

가령 마스크를 쓰고도 안면 인증이 되는 기술이 있다. LG CNS는 마스크를 써도 안면 식별이 가능한 기술을 선보였다. 러시아와 중국 등에서도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원격 서비스 문화 또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기업 틸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원격 근무 시스템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의료·교육 등 분야에서도 원격 서비스를 늘리고 있다. 현재 원격 의료는 규제에 막혀 있지만 코로나19로 원격 의료 서비스 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코로나19 원격 의료 플랫폼을 선보이고 해당 플랫폼으로 감염 의심자에게 24시간 의료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많은 대학교에서는 원격 방식의 교육에 대해 진행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앞으로 원격 교육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삶의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날 듯
이 밖에 비대면 접촉을 선호함에 따라 로봇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인력 부족으로 검열을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중국 가오신싱그룹이 개발한 순찰용 로봇 ‘첸쉰’은 사람의 온도를 측정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황톈톈’으로 불리는 로봇은 고속도로 검문소에서 운전자의 온도를 측정해 감염 의심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드론도 함께 활용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드론 제조 기업인 DJI의 농약 살포용 드론인 아그라스(Agras)를 개조해 공중에서 살균제를 살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역을 위해 로봇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에 로봇 3종 총 6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살균 효과가 입증된 ‘유버’의 살균 로봇(UV LED) 2대는 진흥원이 직접 도입해 무상 대여한다. 음압 병실 살균·소독 등에 활용한다. 전염병 방역에 활용하고 있다. UV 발광다이오드(LED)는 자외선을 활용해 살균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버에 따르면 수십 초 내에 99.99% 멸균할 수 있다.

이 밖에 코로나19로 많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감염자 경로 식별을 비롯해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염병은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에 따라 국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흑사병처럼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 인구의 3분 1이 사망…세계 뒤흔들었던 ‘흑사병 신드롬’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8호(2020.03.16 ~ 2020.03.2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