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CDS 프리미엄 급등 시 위기 시작이 대부분
-국민이 ‘체감’한다면 이미 늦은 상황
금융 위기 조기 경보 시스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한경비즈니스=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지난 호에서 진단했던 ‘코로나19 사태발 금융위기…어떤 경로로 찾아오나’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금융 위기 전달 경로를 토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조기 경보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검토해 본다.


모든 위기는 발생하기 전에 미리 그 징후를 포착할 수 있다면 정책 당국을 비롯한 모든 경제 주체들이 사전에 준비가 가능하고 위기가 발생하더라도 그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특히 글로벌화가 진전되고 각종 위기가 내부 요인보다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되는 빈도수가 많아지는 최근과 같은 시대에는 더 그렇다. 이런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조기 경보 체제가 하나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자본 유입보다 빠른 유출 속도


금융 위기 발생국에 대한 실증 분석을 통해 나타난 현상을 종합하면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눈다. ‘거짓 신호’든 ‘진실 신호’든 간에 위기 징후가 가장 빨리 포착되는 것은 신용 부도 스와프(CDS) 프리미엄이다. CDS 프리미엄이 상승하기 시작해 장기 평균치에서 표준 편차의 2배 이상 벗어나기 시작하면 외국인 자금 순유입 규모가 줄어들면서 위기 발생국의 통화 가치가 변동성이 커지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절하 단계에 들어간다.


그 후 상황이 더 악화돼 CDS 프리미엄이 장기 평균치에서 표준 편차의 4배 이상 급등하면 외국인 자금 순유입 규모도 급격히 줄어들면서 갑작스럽게 이탈 단계에 들어간다. 이때 곧바로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위기 발생국의 통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절하되기 시작해 외환보유액 등을 통한 시장 개입과 외환 시장 안정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된다.


이때부터 위기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위기 발생국 통화의 절하 추세가 가속화돼 그 폭이 25% 이상 하락하고 위기 발생 연도의 절하율이 직전 년도의 절하율을 10%포인트를 웃돌면 외환보유액을 풀기 시작하고 실물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간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각국 중앙은행 등의 긴급 자금 지원들이 결정되면 CDS 프리미엄부터 하락 국면에 들어간다. 하지만 금융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실물 경기는 더 침체되고 국민이 고통을 겪는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된다.


각각의 위기 발생국이 처해 있는 여건이 서로 다른 데도 불구하고 실증 분석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갑작스러운 외국인 자금 이탈이 비슷한 경로를 거치는 것은 1990년대 이후 글로벌 투자를 주도해 온 투자은행(IB)과 각종 펀드가 선진국에 비해 위험이 많은 신흥국에 투자할 때 중시했던 ‘S자형 이론’ 때문이다.

‘S자형 이론’은 사람의 성장 곡선에서 유래됐다. 모든 신기술과 제품은 시장점유율을 일일이 측정하지 않아도 서서히 틈새시장을 파고든다. 일단 소비자와 가정 속에 약 10% 정도가 보급되고 나면 급속히 퍼져 나가는 큰 흐름을 이룬다. 즉, 한 제품이 시장을 10%를 점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후 90%를 점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같다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는 1886년 처음 발명된 후 1900년께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높은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한 틈새시장에 파고들기 시작해 1914년께 10%를 차지했다. 그 후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꼭 14년 만인 1928년께 90%에 도달했다.


‘S자형 이론’을 투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특정 신흥국이 유망하더라도 초기에는 투자 위험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스마트 머니 이외에는 다른 주체들은 실행에 옮기기를 꺼린다. 하지만 스마트 머니가 중심이 돼 투자 금액이 전체 투자액의 10% 이상 오르면 특정국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면서 그동안 투자를 꺼렸던 자금들이 한꺼번에 유입된다. 이때 해당국의 금융 변수는 쏠림 현상이 발생한다. 이 같은 ‘S자형 이론’은 자본이 유입될 때보다 유출될 때 단기간에 급속하게 일어나는 것이 위기 발생국의 공통적인 경험이다.
금융 위기 조기 경보 시스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위기에 대한 조기 경보 체제는 이를수록 좋아


‘S자형 이론’이 나오게 된 가장 큰 배경은 어떤 신기술과 제품의 보급률이 10%에 달하면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대수의 법칙은 매출이 100억원이던 기업이 다음해 150억원이 되면 매출 증가율은 50%다. 그다음 해에 50% 성장하려면 75억원, 그다음 해에는 112억5000만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야 가능하다는 이론이다. 결국 ‘S자형 이론’에 따른다면 특정국에 대한 투자가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투자 금액이 10%에 달하면 확신을 갖게 되고 높은 수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유출 때에는 그 반대 현상이 더 빠르게 일어난다.


이상과 같은 위기 발생국의 공통적인 경로를 토대로 볼 때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조기 경보 체제를 운영할 수 있다.

일단 CDS 프리미엄 등 각종 위기 관련 프리미엄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것이 ‘거짓 신호’ 여부와 관계없이 ‘경고Ⅰ(파란불)’을 줘야 한다. 그 후 △CDS 프리미엄이 장기 평균치에서 표준 편차의 2배로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 순유입이 줄어들면서 △환율 변동이 심하거나 상승세를 보이면 ‘경고Ⅱ(파란불→노란불)’를 줘야 한다.

상황이 더 악화돼 △CDS 프리미엄이 장기 평균치에서 표준 편차의 4배로 급등하고 △외국인 순유입 규모가 장기 평균치에서 2배 이상 감소하거나 곧바로 순유출세로 바뀌고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서면 ‘경고Ⅲ(노란불→주황불)’을 줘야 한다.
금융 위기 조기 경보 시스템,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그 후 △통화 절하 폭이 직전 년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확대되고 조건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조건과 실물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경고Ⅳ(주황불→빨간불)’로 봐야 한다.

이런 조기 경보 체제로 볼 때 통상적으로 ‘경고 Ⅲ’ 단계에 가면 그때서야 국민이 ‘경제가 잘못되고 있구나’ 하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런 만큼 늦어도 ‘경고 Ⅱ’ 정도에서만 이를 알아낼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기 경보 체제는 예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과 고통,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도 오랫동안 낙인 효과가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를 운영하더라도 신속하게 운용(설령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예비 차원에서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69호(2020.03.23 ~ 2020.03.2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