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상품·서비스 강화·공간 재구성
-‘오프라인 쇼핑의 가치’ 키운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가 ‘비(非)대면 소비’ 확산 바람을 일으키면서 올해 온라인 시장 규모가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듯 급변하는 유통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에 기반해 성장한 국내 대형마트들 역시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대형마트들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이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 중인 이유다. 현재로선 단순한 ‘온라인 강화’ 전략만이 이들의 생존을 위한 답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이 오프라인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한 채 온라인 전환에만 주력하다가는 자칫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 국내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못지않게 오프라인 혁신에 사활을 걸고 대대적인 변신을 추진하며 새로운 활로를 마련하고 있다.

매장을 직접 방문해 제품을 구매하는 ‘오프라인 쇼핑’만이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이를 매장에 입히는 작업이 한창이다.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향후 대형마트들의 온라인 매출 비율이 오프라인을 앞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성공적인 온라인 전환을 위해서라도 당장은 오프라인 점포에서의 수익성 강화가 시급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 직면한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의 말처럼 여전히 국내 대형마트들은 매출의 거의 대부분이 오프라인 점포에서 발생한다. 점차 이 비율을 낮춰 온라인 매출을 확대해 나가는 수순을 밟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리스크나 투자금 확보를 위해선 오프라인 강화 역시 필수다.

또한 오프라인만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새로운 실적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시장이 보여주는 한계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다. 온라인의 ‘약점’들을 도출해 이를 보완하는 형태의 점포를 새롭게 구축함으로써 모객 효과를 노리고 있다.

◆“전략1-온라인은 따라올 수 없는 ‘신선도’로 승부


대형마트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요즘 소비자들이 과거와 비교해 훨씬 깐깐하고 똑똑해졌다.‘가성비(가격 대비 비용)’와 ‘기회비용’ 등을 일일이 따져 상품을 최종 구매한다. 단순하게 값싼 제품을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모객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

이런 소비자의 특성을 감안해 최근 대형마트들이 모객을 위해 일제히 강화하고 나선 품목은 ‘신선식품’이다.

“아무리 새벽 배송이 빠르다고 해도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신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신선식품은 직접 예쁘고 싱싱한 제품을 고르기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롯데마트 관계자의 설명이다. 게다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더욱 신선한 신선식품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롯데마트는 신선식품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전국에 운영 중인 모든 점포에 ‘로컬 채소 매장’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롯데마트는 2014년 첫 로컬 채소 매장을 도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서서히 그 수를 늘려 나가다가 올해 전 매장으로 이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로컬 채소 매장은 각 점포 반경 50km 이내의 지역 우수 생산자를 발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매장이 곧 산지’가 되는 것을 목표로 최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이 같은 방식을 도입했다. 매장에서 인근 생산자들에게 상품을 주문하면 24시간 이내에 상품을 수확하고 포장해 매장에 전달해 준다.

온라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강점이다. 점포별로 직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유통 경로도 생산자→대형마트→소비자로 단순화된다. 그만큼 중간 마진도 줄어 소비자는 10~20% 저렴한 가격에 채소를 살 수 있다고 롯데마트 측은 강조했다.

이마트 역시 매장 내 신선식품 코너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롯데마트가 ‘신선도’를 강조했다면 이마트는 ‘소비자 선택권’을 다양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겨울과 봄에 걸쳐 판매가 급증하는 대표 과일인 딸기는 과거 2~3품종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매장에서 약 7종의 딸기를 선보이며 상품 가짓수를 늘렸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딸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가까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올해는 토마토를 같은 방식으로 확대 판매해 매출 증대를 노린다. 온라인에서 쉽게 구매가 어려운 허니토마토, 애플토마토, 토마주르 토마토, 달짝이 토마토 등 11가지 종류를 이마트에서 판매한다.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이색 채소류’도 모객을 위한 이마트의 새 무기다. 이마트에 따르면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지에서 접한 펜넬·샬롯·엔다이브 등 이색 채소들을 찾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수요를 잡기 위해 올해 전국 30여 개 점포에 50여 종의 이색 채소를 판매하는 ‘특수 채소존’을 구축한다.

홈플러스도 온라인뿐만 아니라 경쟁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선식품을 대거 선보이며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올해 3월 ‘짜지 않은 몸통 건오징어’를 출시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왜 시중에선 오징어 다리만 팔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상품이다. 이에 자체적으로 오징어를 대량으로 공수했고 다리가 아닌 오징어 몸통만 상품화해 선보였다.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이 사상 최악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새 상품에 힘입어 최근 홈플러스 건오징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나 뛰었다”고 밝혔다.

◆전략2-‘고객이 원하는 대로’ 맞춤 서비스 강화


매장에 좋은 상품을 가져다 놓는 것만으로는 저물어 가는 오프라인 매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더 이상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온라인 유통을 지배하는 이커머스의 저력이 만만치 않다.

쿠팡만 보더라도 판매 중인 상품 수는 대형마트를 뛰어넘었고 가격 측면에서도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게다가 계산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는 수고도 들일 필요 없이 빠르게 집 앞까지 배달해 주는 장점도 있으니 이용객이 늘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들도 이를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넋 놓은 채 고객을 빼앗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내놓은 전략이 온라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세심한 고객 서비스 제공이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이마트가 돋보인다. 상품 구입 과정에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최근 이마트 수산물·정육 코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커팅해 제공하고 있다. 가령 고등어는 ‘구이’나 ‘조림’ 등 조리 방법 또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요구되는 커팅 방식이 다르다.

이마트 관계자는 “고객의 취향을 존중하고 수고를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상품 구매 시 고객이 원하는 방식대로 생선을 토막 내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크 역시 고기를 원하는 두께로 썰어 장바구니에 담아 준다.

세심한 배려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매장 곳곳에 시각적 정보 담은 안내판을 설치해 고객에게 알짜 정보를 주는 ‘정보 강화형’ 매장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이다.

진열대 곳곳마다 관련 상품들의 요리 방법, 손질하는 법, 보관법 등을 알려주는 모니터를 설치했고 이를 늘려 나가고 있다.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롯데마트도 4월 론칭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 출시와 함께 대대적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간 축적한 3900만 명의 고객 소비 성향과 패턴 등 데이터를 분석해 효과적인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들을 위한 상품 추천과 다양한 할인 혜택 제공 등의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략3-리뉴얼 통한 ‘공간의 재구성’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기존의 점포를 하나둘 전략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는 것도 최근 대형마트들이 진행 중인 오프라인 혁신 중 하나다. 대형마트들이 처한 상황이나 저마다 갖고 있는 전략에 따라 공간을 새롭게 구성해 나가는 방향에서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도 특징이다.

이마트는 굳이 쇼핑이 아니더라도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게 만드는 ‘목적’을 갖추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형마트는 매장으로 소비자들을 오게 하고 또 오래 머무르게 해야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유휴 공간을 활용해 과거 마트에서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거나 체험형 매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매장을 변화시키는 이유다.

공간을 재구성해 이마트가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로 주차장을 활용한 ‘모빌리티존’을 꼽을 수 있다. 친환경 차와 승차 공유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지는 것을 고려해 이런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50여 개의 이마트 주차장에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했고 향후 그 수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인 ‘일렉트로 하이퍼 차저 스테이션’도 선보였다. 아직은 일부(약 10개) 매장에서 이를 운영 중인데 2022년까지 전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향후 2200여 대의 차량이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들어서게 된다.

고객들이 전기차 충전에 걸리는 시간을 활용해 매장을 방문하고 구매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거두겠다는 전략이 그 이면에 깔려 있다.

일부 점포는 리뉴얼을 통해 체험형 매장 성격이 강한 가전용품 전문점(일렉트로마트) 등을 이마트 내에 구축해 오프라인 점포 간 시너지를 노리는 것도 최근 이마트가 보여주는 행보다.

그런가 하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매장을 온라인 강화의 ‘전초 기지’로 재구성하는 데 공간 재구성의 초점이 맞춰졌다.

온라인 쇼핑과 오프라인 매장이 합쳐진 이른바 ‘옴니 채널’ 구축을 위해서다. 이를 통해 주요 도심에 있는 각 점포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빠르게 온라인 구매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이 작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홈플러스다. 신세계처럼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부터 점포를 장보기와 온라인 배송이 공존하는 ‘쇼킹(shopping+picking)’ 매장을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실행 중이다. 각 점포별로 갖추고 있는 상품 저장 공간 등을 배송에 알맞은 형태로 바꿔 나가고 있다.

현재 100여 개 점포를 온라인 배송이 가능한 점포로 바꿨고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홈플러스는 인구가 밀집한 곳에 있는 일부 점포는 물류 기능과 규모를 보다 업그레이드한 이른바 ‘풀필먼트 센터(fulfilment center)’를 구축했다.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풀필먼트 센터는 대형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벨트 컨베이어 같은 자동화 시설을 내부에 접목한 신개념 마트다. 단순하게 물류 기능을 입힌 일반 점포에 비해 많은 양의 주문을 소화해 낼 수 있다.

롯데마트도 각 점포별 상권 분석을 마친 후 2개(중계점·광교점)의 풀필먼트 센터를 짓기고 하고 오픈을 앞두고 있다. 4월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한다.
‘점포 혁신’으로 온라인 공세 맞서는 대형마트…3가지 변신 키워드
롯데마트 관계자는 “풀필먼트 센터는 상품 주문부터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30분 내에 진행되도록 구축했다”며 “반경 5km 핵심 상권은 1시간 내 배달이 완료되는 ‘바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에도 주요 상권에 있는 롯데마트 중에서 풀필먼트 구축이 가능한 매장을 찾아내 이를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enyou@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