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전략]
-감정 전달의 한계·준비 과정의 차이 등 비대면 협상의 특성 정확히 이해해야
‘코로나19’로 급증하는 온라인 협상,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태석의 경영전략]
[이태석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기업이 보는 피해는 막대하다. 글로벌 공급 체인에 비상이 걸려 상품을 원활하게 생산할 수 없게 됐다. 게다가 하늘길마저 막혀 상품이 있더라도 수출하기도 어렵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면서 직접 고객을 만나는 것을 자제한다. 중요한 협상이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 비대면으로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e메일이나 콘퍼런스콜, 화상 전화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만나지 않고 진행되는 협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비대면 협상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비대면 협상의 속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면 보다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된다.

◆현장의 미묘한 분위기 파악 어려워


먼저 비대면 협상은 ‘감정 전달의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비대면 협상은 통신 수단을 이용해 진행한다. 따라서 협상장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분위기를 포착하기 어렵다.

상대의 반응이나 감정을 실시간으로 체감하기는 더욱 어렵다. 인간적인 관계나 친밀감도 마찬가지다. 만나서 서로 얼굴 보면서 대화하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감대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또 개인적인 친분이 쌓여 수월하게 협상을 마무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대면 거래나 협상은 그것이 어렵다. 오히려 공감대나 친분 대신 오해가 생기는 일이 많다. 오직 겉으로 나타난 사실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상대와 충분한 교감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상도 합의도 더디게 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거래 규모의 한계’라는 특징도 갖고 있다. 작은 거래나 통상적인 비즈니스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계약이나 협상은 그렇지 않다. 통신 수단을 통해서만 합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협상은 무엇인가 부족하다. 정보 교환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 규모가 큰 협상일수록 더욱 그렇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만나지도 않고 큰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겠는가. 현장 실사에서부터 최종 계약(closing)까지 대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관련된 이해관계인을 만나야 불안이 해소된다.

‘거래 대상의 한계’도 비대면 협상의 속성들 중 하나다. 정형화·표준화돼 있는 품목이나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속을 염려도 없다.

하지만 거래 대상이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생소해 별도의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특히 비기술적인(non-technical) 부분은 충분히 토의되지 않을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금액·물량·납기·지불 조건 등 통상적인 사항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발적 상황이나 돌발적인 환경 변화에 대한 검토는 자칫 누락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이 자주 논쟁거리가 된다는 것이다. 차후 쌍방이 다른 주장을 하게 되고 결국 쌍방 간의 관계 훼손이나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상대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관건


‘신규 거래의 한계’라는 특징도 있다. 기업 간 거래의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신뢰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 서로 믿음이 있어야 재화나 서비스를 사고파는 경제적 활동이 가능하다.

거래를 계속해 오던 상대와는 굳이 면대면 협상이 아니어도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거래가 없었던 상대는 조금 다르다. 한 번도 거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를 잘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비대면 협상은 한계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대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재무적 자료 제공은 필수다. 공인된 기관의 인증서나 제삼자의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도 도움이 된다. 상대의 의혹을 해소해 줘야 한다. 의혹은 확인되는 순간 확신으로 바뀐다는 점을 기억하자.

또한 비대면 협상은 ‘협상의 기술이 덜 요구된다’는 장점(?)도 있다. 면대면 협상에서는 노련한 협상가의 기술이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주 앉은 상대를 코너로 몰고 가기도 하고 분위기를 능수능란하게 유도한다.

어려운 상황을 협상 기술로 뒤집기도 한다. 이때 초보자는 자신도 모르게 끌려간다. 협상은 상호작용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 협상이라면 좀 달라진다. 협상의 기술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직접 얼굴을 대하지도 않고 같은 공간에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상대 제안을 생각하고 분석할 여유가 있다.

감정적인 대응도 배제할 수 있다. 협상하다 보면 언제나 고비가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국면에서는 같은 팀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해 전략을 다시 짤 수도 있다. 그만큼 개인적인 협상의 기술이 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투명성 증대’라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면대면 협상과는 달리 비대면에서는 모든 것이 공개된다. 주고받는 대화의 내용과 자료가 모두 공개돼 투명성이 증대된다. 심지어 기록·보존도 가능하다.

이것이 주는 효과는 작지 않다. 정보 공유의 폭을 키우고 당사자의 번복을 방지한다. 한 입으로 두 말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면대면 협상에서는 종종 상대 얘기를 놓칠 때가 많다. 자신의 할 말에만 집중하다 보면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비대면 협상에서는 경황이 없어 놓친 말도 보존된 영상이나 기록물이 이를 보완해 준다. 개인의 제한적인 기억력을 통신 수단이 보완해 준다.

‘시간 절약’도 비대면 협상을 할 때 나타나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장소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해 주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참석자 범위도 편하게 정할 수 있다. 필요한 자료는 사전에 미리 보내고 검토한 뒤 협상하게 되니 효율적이다.

동영상 자료도 쌍방의 이해를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e메일의 경우 발송 전후에 전화로 취지를 설명해 주는 것이 좋다. 불완전한 표현으로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스피커폰이나 화상 통화의 경우 누가 참석하고 있는지 밝히는 것이 좋다. 만일 통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느낌으로 누군가 다른 사람이 참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신뢰가 갑자기 무너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협상 준비와 관리’가 면대면 협상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비대면 협상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소요 예정 시간과 논의할 주제를 미리 합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협상은 지지부진하게 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면 쌍방은 지치게 되고 협상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협상이 종료되면 그날 논의되고 결정됐던 사항을 정리해 결과물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협상에 진전이 있다고 서로 느끼게 되고 시간을 할애한 보람을 갖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양측은 다음 협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나머지는 면대면 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0호(2020.03.30 ~ 2020.04.0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