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라진 위기 재테크…개미의 반란]
-외국인·기관, 개인과 엇갈린 투자 행보
-기관은 코로나19 영향 적은 SK하이닉스 ‘눈독’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투자가의 ‘팔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 24일 이후 3월 31일까지 총 27거래일 동안 3월 4일 하루를 빼고 연일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올 들어 이날까지 주식 16조7370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증시가 출렁이자 신흥국 자산 비율을 낮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외국인들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은 삼성전자였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 금액은 총 6조6116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파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주식 시장의 비율을 축소하기 위해서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율을 낮출 때 상대적으로 손해를 덜 보고 팔 수 있는 종목이 삼성전자라는 점도 매도 이유로 꼽힌다.

이어 SK하이닉스(1조2928억원)·삼성전자우(1조1985억원)·현대차(8642억원)·SK이노베이션(7685억원)·신한지주(3406억원)·삼성SDI(3042억원)·네이버(2957억원)·한국전력(2926억원)·기아차(2556억원)가 외국인들의 순매도 상위 종목으로 꼽혔다.

◆셀트리온, 올해 영업이익 2배 가까이 증가 전망

하지만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와중에도 일부 종목은 비교적 큰 금액을 순매수했다. 셀트리온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외국인들은 셀트리온 주식을 381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셀트리온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개선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6278억원이다.

삼성전기(3116억원)·한진칼(2097억원)·삼성바이오로직스(2035억원)·삼성물산(1644억원)·셀트리온헬스케어(1521억원)·KT&G(1120억원)·펄어비스(976억원)·LG디스플레이(858억원)·LG(833억원)도 외국인이 찜한 종목이었다.

기관투자가들도 올 들어 8조957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삼성전자(1조4871억원)·삼성전자우(4357억원)·SK텔레콤(2983억원)·한국전력(2631억원)·KT&G(2369억원)·포스코(2358억원)·LG디스플레이(2088억원)·SK이노베이션(1932억원)·삼성전기(1817억원)·대한항공(1685억원) 등을 순매도했다.

기관들은 그 대신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33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도체 2위주인 SK하이닉스는 스마트폰과 생활 가전 사업 부문이 없어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고려아연(1938억원)·네이버(1876억원)·삼성바이오로직스(1055억원)·LG생활건강(983억원)·제일기획(895억원)·NHN(843억원)·하이트진로(656억원)·맥쿼리인프라(612억원)·현대차2우B(611억원)가 기관들의 순매수 상위종목으로 분류됐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올 들어 23조801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홀로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중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은 삼성전자다. 올 들어 7조8362억원어치를 그러모았다. 개인들은 삼성전자우선주 1조6268억원어치도 사들였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배당은 액면가 기준 1% 정도 더 받는다.

개인들은 또한 SK하이닉스(9244억원)·현대차(7910억원)·SK이노베이션(5457억원)·한국전력(5332억원)·신한지주(4816억원)·기아차(4189억원)·삼성SDI(3976억원)·포스코(3144억원)를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개인들이 삼성전자 등의 우량주를 선호하는 이유를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학습 효과에서 찾는다. 코스피지수는 2008년 10월 1100선이 무너지면서 2017년 말 대비 54.5% 폭락했다.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2010년 10월 80% 이상 반등했다.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당시 대장주들의 상승 폭은 이보다 훨씬 컸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90% 이상 올랐고 현대자동차는 230% 넘게 급등했다.

◆개인, 기초 체력 갖춘 ‘현금 부자주’에 주목

개인들은 ‘현금 부자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눈여겨보는 주식을 기초 체력을 갖춘 기업들로 넓히는 추세다.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보유 현금이 가장 넉넉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신용 평가 회사인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이 86조4535억원에 달한다. 이어 현대모비스(4조9090억원)·삼성SDS(3조3844억원)·고려아연(2조5805억원)·기아차(2조3139억원)·네이버(2조100억원)·현대건설(1조6379억원)·카카오(1조4501억원)·엔씨소프트(1조4143억원) 등의 순이다.

이들 기업은 경기 침체로 현금 유입이 끊기더라도 지닌 현금만으로 차입금을 모두 상환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된다.

한편 개인들은 유망주로 꼽히던 글로벌 기업들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망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지자 3월에만 9조원어치 가까운 주식을 쓸어 담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3월 한 달 동안 72억4477만 달러(8조8965억원)어치의 해외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억27만 달러)보다 네 배 이상 늘었다.
외국인, 한국 증시 이탈에도 셀트리온은 샀다
가장 많이 산 상위 10개 주식은 모두 미국 종목이었다. 애플(4억6178만 달러)이 가장 인기였다. 나스닥지수 움직임의 세 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Proshares UltraPro) QQQ’ 상장지수펀드(ETF)에도 3억8855만 달러가 몰렸다. 테슬라(3억6898만 달러)·마이크로소프트(3억706만 달러)·아마존(2억8583만 달러)도 이름값을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이노비오파마슈티컬스(5734만 달러)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인 길리어드사이언스(4854만 달러)에도 적지 않은 개인 돈이 몰렸다.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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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