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단계
- 차남은 금융 신성장동력 발굴에 주력
한화그룹 3세 경영 본격화…‘장남’ 김동관 부사장 전면에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3월 24일 주주 총회를 열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후계 구도 1순위인 김 부사장은 이사회 일원으로 회사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재계에선 김 부사장이 그룹의 핵심인 한화솔루션의 사내이사로 경영 전면에 등장한 것은 후계 승계의 시작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 핵심 사업 화학·태양광 부문 품고 전면에
한화그룹 3세 경영 본격화…‘장남’ 김동관 부사장 전면에
김 부사장의 후계 승계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시간이 문제였지 꾸준히 승계 준비를 이어 왔다. 김 부사장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2010년 지주사 격인 (주)한화 회장실 직속 차장으로 입사해 국내외 계열사를 오가며 글로벌 경영 수업을 받았다.

한화가 태양광 사업을 본격 추진하던 2011년에는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에 올랐다. 이때 중국 태양광 셀·모듈 제조 업체인 ‘솔라펀파워홀딩스’와 독일 태양광 업체인 ‘큐셀’ 인수 건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실적을 쌓았다.

여기에 다른 형제(둘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셋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들과 달리 별다른 구설에 오르지 않으면서 김 회장에게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

재계에서는 김 부회장을 염두에 둔 후계 작업이 시작된 시점을 2017년으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 한화그룹이 본격적인 지배 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주로 M&A를 통해 성장해 온 기업으로, 지배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후계 작업을 위해선 교통정리 작업이 필요했다.

유사 업종끼리 사업을 묶는 것은 물론 계열사 간 얽혀 있던 지분 관계도 일정 부분 해소했다. 신호탄은 한화S&C의 물적 분할을 통한 에이치솔루션 설립이다.

2017년 말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한화S&C에서 SI사업부를 물적 분할하고 이듬해 이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회사인 한화시스템에 합병했다. 한화S&C의 존속 법인은 에이치솔루션으로 사명을 바꾸고 계열사와 자회사의 관리 업무만 담당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정보기술(IT) 서비스 관련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해소한 것은 물론 유사 업종 간의 시너지 구조를 마련했다. 또 (주)한화 외에 사실상 지주사 격인 에이치솔루션이라는 법인을 중심으로 한 지배 구조 개편의 초석을 마련하기도 했다.

첫 계열사 지배 구조 개편의 타깃은 방산과 항공 부품 사업을 하는 (주)한화의 자회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였다.

2017년 7월과 지난해 2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일부 사업을 분할해 자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한화테크윈이라는 기존 사명 대신 지금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름을 바꿨다.

그리고 2018년 12월 (주)한화의 자체 사업인 항공 기계 사업과 공작 기계 사업을 각각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그의 자회사 한화정밀기계에 넘겼다. 이에 따라 방산·기계 사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배 구조가 완성됐다.

2019년에는 금융 계열사와 화학·태양광 계열사의 개편이 추진됐다. 2019년 2월 한화투자증권의 최대 주주가 제삼자 배정 유상 증자를 통해 한화첨단소재에서 한화자산운용으로 변경됐다.

한화운용은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주)한화→한화건설→한화생명→한화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가 구축됐다. 이를 통해 금융 업권별 구획이 보다 명확해졌고 계열사 간 협업의 발판도 마련됐다.

올해 1월에는 한화그룹이 가지고 있는 핵심 사업인 석유화학과 첨단소재·태양광 사업의 지배 구조도 개편했다.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와 한화케미칼을 합병해 통합 법인 한화솔루션을 출범시켰다. 이곳에 김 부사장이 전략부문장 역할로 자리 잡았다.

김 부사장은 지난 1월부터 (주)한화 전략부문장도 맡고 있다.

현재 한화그룹은 지주사 체제는 아니지만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와 에이치솔루션 등 두 개의 법인을 통해 계열사 75곳을 거느리고 있다. 상장사인 (주)한화는 김 회장이 최대 주주로 지분 22.65%(2019년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김 부사장이 4.44%, 차남과 삼남이 각각 1.67%를 소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 등 주요 그룹사의 최대 주주인 에이치솔루션은 비상장 기업이다.

지분은 김 회장의 아들 삼형제가 나눠 갖고 있는데 김 부사장이 50%, 나머지 형제들이 각각 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업계에선 한화시스템이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의 연결 고리로 보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이 (주)한화 지분 4.34%를 보유하고 있어 한화시스템의 가치 상승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김동원 경영 보폭 더 커질 듯
한화그룹 3세 경영 본격화…‘장남’ 김동관 부사장 전면에
한화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 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금까지 진행해 왔던 지배 구조의 핵심은 석유화학·첨단소재·태양광 사업을 주축으로 한 김 부사장의 그룹 내 영향력 확대였다.

이제 풀어야 할 숙제는 둘째 김동원 상무와 김동선 전 팀장이 맡게 될 사업이다. 현재로서는 김 상무는 한화생명을, 김 전 팀장은 건설과 레저를 맡게 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해 12월 한화생명 보통주 30만 주를 사들였다. 한화그룹 오너 일가 중에서 유일하게 한화생명 지분을 취득한 것이다.

김 상무의 지분 취득 이전 한화생명의 대주주는 최대 주주 한화건설(25.09%)과 특별 관계자 (주)한화(18.15%),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1.75%),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0.02%),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0.01%), 김현철 한화생명 전무(0.01%)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김 상무가 지분을 취득하고 차남규 부회장이 사임하면서 대주주 구성은 한화건설(25.09%), (주)한화(18.15%),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1.75%), 한화투자증권(0.11%), 김동원 상무(0.03%),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0.01%), 김현철 한화생명 전무(0.01%) 등으로 변경됐다.

현재 김 상무는 최고디지털전략총괄책임자(CDSO) 직무를 수행 중이다.

2017년 한화건설 팀장으로 재직하던 중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떠났던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은 당분간 회사에는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개인적으로 사업을 준비중이라는 소식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동선 전 팀장의 회사 경영 복귀 계획은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팀장은 2014년 한화건설 해외토건사업본부 과장으로 재직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고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을 맡았다.

이후 독일에서 일식당과 중식당 오픈과 투자를 진행하면서 요식업 사업을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정리하고 국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국가 대표 승마 선수였던 김 전 팀장은 최근 한 대회에 출전한 뒤 인터뷰를 통해 은퇴 계획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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