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달라진 위기 재테크...개미의 반란]-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 전년비 6배 증가…저가 매수·절세 기회
‘폭락이 기회다’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엄마·아빠들
“월가의 프로들이 코로나19로 패닉일 때 엄마와 아빠는 샀다(Wall Street Pros Panic Over Coronavirus While Mom and Pop Buy).”

지난 3월 17일 블룸버그에 실린 경제 칼럼 제목이다. 이 칼럼은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프로들은 팔고 아마추어는 주식을 사고 있다”며 “공황은 프로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개미들 역시 주가가 낮아진 틈을 타 펀드를 통해 주식을 활발하게 매수하고 있다.

한국의 엄마·아빠 역시 주식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저점 매수를 기회로 본인뿐만 아니라 자녀의 주식 계좌 개설을 대신하기 위해서다. 증권업계의 자료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미성년자 주식 계좌 개설 수는 전년 동기 대비 평균 6배 증가했다.

자녀의 주식 계좌를 개설한 뒤 현금을 증여한 후 이를 주식에 투자하게 하는 부모도 있지만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하는 부모도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저가 매수 기회인 데다 절세 효과까지 누릴 수 있어서다.

지금과 같은 폭락장에서 주식을 직접 증여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4개월간의 종가를 평균해 주식 가치를 평가한다. 5억원에 산 주식이 3억원으로 떨어졌다면 증여 시 그만큼 절세 효과를 낼 수 있다.

또한 증여세는 원금에만 부과돼 향후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와 증여세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자산에 비해 절세 폭이 크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자녀 이름으로 하는 투자는 10년, 20년을 바라보는 장기 투자 성격이 짙기 때문에 배당 수익이 높은 종목이나 대형 우량주 또는 안정적인 해외 주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의 말처럼 개인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을 공격적으로 쓸어 담고 있다. 2020년 3월 2일부터 4월 1일까지 한 달 동안 외화증권 예탁 결제 주식 매수 건수는 총 19만1654건, 매수 금액은 8조9820억원(72억4477만 달러)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식 증여 열풍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부모가 아이의 이름의 주식 계좌를 개설하거나 주식을 증여함으로써 일치감치 아이들의 경제 관념을 길러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아이가 커서 일정한 배당 수익을 받고 시세 차익을 누린다면 효과적인 자산 운용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폭락이 기회다’ 주식 시장으로 몰려가는 엄마·아빠들
◆자녀 주식 증여 A to Z

효과적인 주식 증여 방법과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 주식 증여의 A to Z를 최용준 다솔 WM센터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알아봤다.

최 세무사는 “주식은 다른 재산에 비해 가치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향후 주가 회복에 대한 판단만 정확하다면 주가 상승에 따른 이익뿐만 아니라 큰 절세 효과까지 함께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Q. 자녀 주식 계좌 개설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자녀가 미성년자일 때 대부분 대면 거래만 가능하다(신한금융투자 제외). 부모가 가족관계증명서, 자녀 기준 기본증명서, 법정대리인(부모)의 신분증, 거래 인감(도장) 등 필요한 서류를 지참해야 한다. 서류는 3개월 이내 발급된 서류여야 하고 주민등록번호 13자리가 전체 공개돼 있어야 한다. 계좌 개설 시 대리 신청한 부모의 ID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이나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에 접속해 자녀 명의의 계좌 확인과 증권 거래가 가능하다. 자녀가 성인이라면 자녀가 직접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된다.

Q. 주식 증여세는 어떻게 결정되나.

A. 상장 주식은 증권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한 점을 고려해 세법에서는 증여 당일의 종가가 아니라 ‘증여일 전후 2개월간의 종가 평균액’을 증여가액으로 한다. 즉, 4개월 치의 주가 변동을 고려해 증여가액이 결정되므로 ‘저점’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Q. 계좌를 만들어 주고 돈만 송금했을 때도 증여 신고를 해야 하나.
A. 증여할 금액을 입금했다면 세무서나 홈택스를 통해 증여세를 신고해야 한다. 입금 후 3개월 이내에 주식을 살 수 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증여세는 10년마다 2000만원까지 비과세이고 성인 자녀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비과세에 해당하는 금액이더라도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한다면 신고는 미리 하는 게 좋다. 미성년자 자녀에게 2000만원을 증여한 후 홈택스에 이를 신고하더라도 증여 금액은 ‘0원’으로 산정된다. 신고 시점의 자산 가치에 따라 증여세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찍 하는 것이 좋다.

Q. 경제 활동을 하는 자녀 주식 계좌로 현금만 증여했다면 과세를 피할 수 있나.

A.
자녀가 경제 활동을 하고 있더라도 증여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있는 자녀에게 돈만 송금했다면 본인의 자금인지, 부모의 자금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다만 자녀가 주식으로 얻은 수익을 사용할 때 문제가 된다. 자녀가 자금을 출금해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실제로 사용할 때 자금 출처를 조사할 수 있다. 향후 자금 출처 조사나 세무 조사를 받을 때 증여 사실이 드러나면 과세의 대상이 되고 자녀가 수익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

Q. 주식 증여 이후 주가가 더 내려갔다. 타이밍을 잘못 잡아 증여세를 많이 냈다면 어떻게 하나.
A. 주식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주식 증여를 취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녀의 계좌로 옮긴 주식을 다시 부모 계좌로 찾아오면 된다. 단, 반드시 증여세 신고 기한(증여일의 월말부터 3개월 이내) 내에 증여를 취소하고 찾아와야 증여세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만일 그 이후에 주식을 찾아오면 자녀의 증여세를 그대로 내야 하고 증여세 신고 기한 후 3개월이 지나 찾아오면 쌍방이 증여한 것으로 봐 증여세 부담이 두 배나 늘어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Q. 주식 증여 신고 기한을 놓쳤다. 증여가액이 3000만원이었던 주식이 6000만원으로 올랐다면 더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하나.

A.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주식이 3000만원일 때 증여했다는 내역을 입증하고 기한 후 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을 덜고 차명 계좌나 세금 탈루 의심을 피하기 위해 증여 시 자녀의 자산으로 신고하는 게 깔끔하다.

Q. 손실 구간에 진입한 주가연계증권(ELS)을 증여해도 될까.

A. ELS 가격이 투자 가격보다 낮아졌을 때 증여한다면 증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주식이 증여일 직전과 직후 총 4개월 평균가로 증여세를 계산한다면 ELS는 증여일 당시 기준 가격으로 증여 자산을 계산한다. 또한 ELS는 만기 때까지 들고 있으면서 지수 회복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만기 후 정상 상황만 된다면 증여 효과가 높다. 부모는 금융 소득을 분산하며 종합 과세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Q. 상장 주식을 양도할 때 양도세가 발생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A. 보통 소액 주주라면 상장 주식 양도 시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단일 주식을 10억원어치 이상 가지고 있다면 ‘대주주’로 분류돼 양도세가 부과된다. 차익의 최대 33%까지 세금이 발생한다. 대주주 요건을 따질 때 자신이 가진 주식 보유분뿐만 아니라 배우자와 자녀 보유분까지 합산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사모펀드에 간접 투자한 주식이나 대여해 준 주식이나 신주인수권 등도 모두 합산 요건에 들어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만약 주가 하락기에 대주주가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했다가 주가 회복 후 자녀가 양도할 때 자녀 또한 대주주에 해당돼 양도세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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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1호(2020.04.06 ~ 2020.04.12)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