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3월 KT&G 주식 810억원어치 순매수
-궐련 판매 호조·건강기능식품 성장이 ‘포인트’
-‘NGP 제품’ 수출 기대감도 외국인 투자 심리 자극
한국 떠나는 외국인, 왜 KT&G는 더 샀을까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3월까지 3개월간 총 16조7370억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3월에만 12조8528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외국인들은 하지만 한국 증시에서 이탈하는 와중에도 일부 종목은 순매수해 눈길을 끈다. KT&G가 대표적이다.

◆하반기 중동 지역 담배 수출 증가 전망

외국인들은 3월 한 달 동안 KT&G 주식 81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셀트리온(4208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1623억원), 한진칼(1393억원), 넷마블(877억원)에 이어 다섯째로 많은 순매수 금액이다.

외국인들이 KT&G 주식을 사들이는 이유는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KT&G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전년 대비 10.9% 증가한 4조963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조3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국내 궐련 판매 호조와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에 따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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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궐련 판매량은 406억 개비로 수요 감소 상황에서도 전년(404억 개비) 대비 0.5% 증가했다. 냄새 저감 제품 등의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점유율은 전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한 63.5%를 기록했다. 궐련형·액상형 전자 담배 시장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일반 궐련 시장은 축소됐지만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신제품을 선보여 점유율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게 KT&G의 설명이다.

KT&G 관계자는 “NGP(Next Genera-tion Product : 전자 담배 등 차세대 담배) 시장에만 집중하는 경쟁사와 달리 기존 궐련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 4분기에는 최근 10년간 최고치인 64.1%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며 “NGP 시장에서도 신제품 출시 등을 통해 지난해 전용 스틱과 디바이스 각각 32%, 5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라고 말했다.

홍삼 등 건기식 사업도 KT&G의 실적 성장세를 뒷받침했다. 자회사 KGC인삼공사의 지난해 매출은 1조4037억원으로 전년 대비 5.7%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0.5% 늘어난 2059억원을 기록했다. 천녹과 굿베이스 등 홍삼 외 건기식 제품 라인업 확대와 온라인 쇼핑몰인 ‘정몰’을 통한 판매량 증가가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중화권을 중심으로 한 현지 맞춤형 제품 전략이 통하면서 해외 매출 또한 전년 대비 17.9% 증가한 1333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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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의 실적 상승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월 8일 기준 KT&G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9.0% 증가한 1조5066억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담배와 건기식 부문의 면세점 매출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하반기부터 주력 시장인 중동 지역의 담배 수출 물량이 증가하면서 연간 실적은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KT&G는 2월 28일 중동 지역 수입·유통업체 ‘알로코자이 인터내셔널’과 2조2576억원 규모의 궐련 수출 계약(판매권 부여 계약)을 했다. 2027년 6월까지 7년 4개월간 궐련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기존 계약에는 없던 ‘연간 최소 구매 수량’ 조항도 집어넣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번 계약으로 지난 2년간 중동 지역 정세 불안과 환율 급등 등의 영향으로 주춤했던 해외 주력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NGP 제품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KT&G는 글로벌 담배 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전자 담배 ‘릴’을 해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양 사는 최근 릴의 해외 판매를 위한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KT&G는 릴을 PMI에 공급하고 PMI는 제품을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판매하는 계약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반 궐련과 전자 담배 수출이 본격화하는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 모멘텀이 부각될 전망”이라며 “일반 궐련 시장에서의 독보적 점유율과 전자 담배 제품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수출을 통한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등의 투자 포인트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주가 하락에 배당수익률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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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하락으로 배당주로서의 매력이 커졌다는 점도 외국인 자금이 KT&G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KT&G의 지난해 결산 배당금은 주당 4400원이다. 고배당주 투자는 경기가 하강 국면이면서 주식 투자에 따른 수익률이 높지 않을 때 유리한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KT&G의 주가도 최근 한 달 동안 20% 정도 하락했지만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은 6.5%까지 상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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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순이익률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재무 구조도 KT&G의 투자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의 ‘2008~2018년 국내 30대 대기업 집단 순이익률’ 자료에 따르면 매출 중 순이익의 비율인 순이익률 1위는 KT&G인 것으로 조사됐다. KT&G의 최근 11년 평균 순이익률은 24.3%에 달한다. 순이익률이 높다는 것은 회사에 그만큼 이익금이 많이 쌓였다는 뜻이다.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가 없는 기업은 130곳이다. 회사채 발행 내역이 없는 기업은 KT&G를 비롯해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한국조선해양·네이버·두산밥캣·효성티앤씨·농심·넷마블·한샘·종근당 등 80개 기업으로 집계됐다.

한편 KT&G 임직원들은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회사 주가가 급락하자 부양책의 일환으로 KT&G 주식 매입에 나선 상태다. KT&G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분기 677명의 임직원이 참여해 29억원을 출연했다.

KT&G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 차원에서 1분기 주식 본인 출연과 무상 출연을 진행해 총 15만4282주를 조합원들에게 배정했다”며 “이번 출연에 따라 조합이 보유한 주식 수는 약 305만 주로, 조합이 창립된 1997년 이후 처음 300만 주를 돌파했고 지분율은 2.22%에 달한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