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Ⅱ = 부동산 시장 긴급 점검]
- 전문가 5인, 긴급진단 코로나19로 거래 위축되며 가격 하락 본격화 가능성 높아
다가오는 ‘부동산 침체기’…서울 인기지역·재개발·상업용 부동산 위험하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이 국내외 경제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물론 미국·유럽 등 전 세계 금융 시장이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급락 중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의 위기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2월까지 뜨거웠던 부동산 열기는 한풀 꺾이고 이제는 경기 위축으로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침체기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른다.

최근 서울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하고 실거래가 하락 현상이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선행 지수들도 줄줄이 하락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국내 가계 대출 규모가 역대 최고인 상황에서 경기 침체로 수입이 줄고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 과거 금융 위기 때처럼 ‘하우스 푸어’, ‘역전세난’, ‘깡통 아파트’ 등의 사회적 문제도 일어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한경비즈니스는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 팀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가나다 순) 등 부동산 전문가 5인에게 부동산 시장 전망과 재테크 방향에 대해 물었다.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반영하듯 5명의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보수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코로나19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나 재테크 투자 시기 등에 대해선 다소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 멈춰 선 노·도·강의 신고가 행진
다가오는 ‘부동산 침체기’…서울 인기지역·재개발·상업용 부동산 위험하다
3월 중순까지만 해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던 부동산 시장은 3월 말부터 반전됐다. 특히 최근 수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먼저 반응하고 있다.

서울 집값의 상승세를 이끌던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를 비롯해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는 급매물이 늘어나고 있고 실거래가 하락세도 강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정부가 고가 아파트 규제를 대상으로 한 12·16 대책 발표 이후 상승이 본격화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에서는 신고가 행진도 멈췄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한 주간 0.02% 하락해 전주(보합) 대비 하락 전환됐다. 서울 아파트 값이 하락한 것은 39주 만이다. 지난해 7월 첫째 주부터 올해 3월 첫째 주까지 37주 연속 상승했지만 최근 2주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고 이 주 들어서는 내림세로 돌아섰다.

집값 선행 지표들도 잇따라 하락 반전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3월 기준 서울 부동산 매매 가격 전망지수가 99.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6월 이후 9개월 만에 100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 지수는 KB국민은행이 전국 4000여 곳 부동산 중개 업체를 대상으로 3개월 후 아파트 매매 가격이 하락할지, 상승할지를 5개 단계로 나눠 조사해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3개월 후 집값이 하락할 것이란 대답이 상승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나타나자 ‘본격적인 침체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부정적 시선이 강했다. 5인의 전문가 모두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이 본격화되는 침체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대중 교수는 “정부의 지속적인 규제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수는 전월세보다 매매가 약 1년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은진 팀장도 “실물 경제 부진에 따른 주택 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재건축과 강남 고가 아파트부터 하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심교언 교수는 “단기간에 코로나19가 종식된다면 큰 변동은 없을 테지만 장기화하면 시장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고 아기곰 칼럼니스트도 “상당 기간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랩장 역시 “거시 경제의 하방 리스크와 금융 시장의 변동성 우려 등의 영향으로 주택 시장의 구매력이 감소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냉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전문가 중 상당수는 어디까지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다. 기간은 3~6개월로 전문가마다 분석이 달랐다. 우선 김 팀장은 장기화의 전제로 6개월을 예상했고 심 교수는 3개월이란 기간을 설정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전문가 5인의 시각이 갈렸다. 기준점은 부동산 침체가 절정에 달했던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 당시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이에 권·심 교수는 ‘금융 위기 이상’의 충격을 예상했고 아기곰 칼럼리스트는 ‘금융 위기 수준’, 김 팀장은 ‘금융 위기보다 양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 랩장은 ‘예측 불가’라는 진단을 내렸다.

금융 위기 이상의 위기를 주장한 권 교수는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는 한 국가에서 파생된 경제적 타격이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코로나19는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를 동시에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만큼 장기화하면 이전의 두 경제 위기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 위기보다 양호할 것으로 내다본 김 팀장은 “부동산 시장 학습 효과, 저금리하에서의 다주택자의 버틸 여력 등을 감안하면 투매 수준의 급격한 매물 출회나 가격 급락 가능성은 금융 위기에 비해 낮은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 하락세 본격화, 3~4년 이어질 수도
다가오는 ‘부동산 침체기’…서울 인기지역·재개발·상업용 부동산 위험하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가 언제부터 본격화할지, 그 기간과 하락 폭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양했다.

다만 ‘올해 시작돼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대세론이었다. 심 교수, 아기곰 칼럼니스트, 함 랩장 등 3명의 전문가들이 현시점을 기점으로 하락세가 시작돼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락률에 대해선 심 교수와 아기곰 칼럼니스트가 각각 연내 5%, 3~5%를 예측했다.

이에 반해 김 교수는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올해 말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돼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일단 그동안 많이 상승한 강남권을 시작으로 강북 등 서울 전역과 수도권에서 빠른 하락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적어도 하락이 시작되면 국내외 경기가 살아나는 기간까지 고려해 3~4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실물 경제 위축의 강도나 지속 기간을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현시점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5인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각자의 예측을 전제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를 어느 정도 예상하는 분위기다.

사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은 큰 경제 이슈가 있을 때마다 힘든 고비를 맞아 왔다. 1997년 말 외환 위기 발생 직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과 지방을 가릴 것 없이 집값이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998년 한 해 동안 전국 집값은 12.4%, 서울은 13.2% 급락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6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대출금 상환 능력이 떨어진 집주인들은 집을 서둘러 팔려고 했지만 실업률 증가, 임금 삭감 등으로 매매 수요가 급감했다. 전세 계약이 끝나도 세입자를 찾지 못하거나 전셋값이 떨어져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난’도 곳곳에서 발생했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충격은 주택 시장을 장기간 하락 장세로 몰아갔다. 당시 부동산 시장은 2005년부터 약 4년간 상승세를 이어 가며 ‘불패 신화’를 자랑하고 있었다. 서울 등 전국 집값은 2008년 9월까지 오름세였다.

하지만 금융 위기의 정점인 ‘리먼브라더스 파산(9월)’ 이후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2008년 10월부터 약 4년간 기나긴 하락 장세가 이어졌다. 매수 심리 위축으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역전세난, 하우스 푸어, 깡통 아파트 등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 ‘공격적 투자 시기 아니다’
다가오는 ‘부동산 침체기’…서울 인기지역·재개발·상업용 부동산 위험하다
이처럼 현재 국내 부동산 시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수요자를 위한 정부 지원을 근거로 무주택자의 실속 있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적기라는 여론도 형성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높은 리스크를 감안해 내 집 마련엔 더욱 보수적인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5인의 전문가 중 4명이 ‘지금은 공격적인 투자 시기가 아니다’고 단정 지어 말했다. 다만 재테크 접근법에선 약간의 의견 차이가 나왔다.

우선 ‘절대 투자 금지’를 강조한 심 교수는 “거시 경제의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될 때까지 투자는 금물”이라며 “적어도 연말까지는 관심 지역에 대해 유심히 살펴보고 투자 방향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 랩장도 “공급 과잉과 분양성이 떨어지는 지역은 미분양 증가와 청약 경쟁률 둔화 등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당분간 주택 시장 투자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교수 역시 “아무리 저금리에 유동성 자금이 많다고 하더라도 지금 투자 시기가 아니다”며 “단기적인 접근보다 중·장기적 시각으로 시장의 흐름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무주택자라면 가점이 높으면 서울 재건축 사업을, 가점이 낮으면 수도권 신규 분양 시장에 청약하되 교통 호재나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굳이 투자해야 한다면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자금 여력을 갖춘 수요자만 올 상반기 중 나오는 세금 회피성 매물을 노려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기곰 칼럼니스트만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자기 자본이 충분한 사람은 투자 심리가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다가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전제가 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지역으로는 ‘그동안 많이 오른 지역’을 4명의 전문가들이 꼽았다. 권 교수, 김 팀장, 심 교수, 아기곰 칼럼니스트 등은 그동안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 즉 강남3구와 마·용·성 지역 등의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근거는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인기가 높아 가격이 높게 형성된 지역이 아무래도 환금성이 좋아 급매가 거래되는 곳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함 랩장은 완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고용·생산·투자가 감소하고 공급 과잉으로 주택 수요 창출이 쉽지 않은 지방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충격 최소화 위해 규제 완화 한목소리

코로나19로 인한 섹터별(상업용, 재개발·재건축, 신규 분양, 일반 거래 등) 영향에 대해선 5인의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상업용 부동산과 재개발·재건축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함 랩장은 “상업용 부동산은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환경 악화와 최저 시금 인상 부담, 상가임대차보호법 강화 등으로 수익률 제고가 쉽지 않다”며 “여기에 자영업자의 매출과 소득 감소에 따라 공실 리스크나 유동성 위기가 커지면서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투자재인 재개발·재건축 시장과 경기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이에 반해 아파트 신규 분양 시장은 예정 물량 상당수가 서울·경기 등 약 호조 지역 내에 포진돼 있어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침체 위기가 어느 정도 예상됨에 따라 5인의 전문가들은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한시적으로라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경제에 큰 영향이 미치게 된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사태가 심각한 만큼 대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주택 담보 대출의 규제 완화, 종합 부동산세 과제 완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완화 정도의 조치가 있어야 부동산 시장이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부동산 시장의 하방을 막기는 어렵지만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양도세·보유세 중과를 비롯한 대출 규제는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기곰 칼럼니스트는 “실수요자 대출 규제 완화와 한시적 취득세 인하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가해지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함 랩장은 “경기 위축을 고려해 급격한 보유세 인상 등 과세 강화 속도를 둔화시켜야 한다”며 “내년 아파트 입주량 감소와 자가 이전 감소에 따른 임대차 시장 불안에 대비하는 전월세 시장 안정화 방안과 시장 모니터링을 꾸준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cwy@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