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 삼성전자의 경쟁사 주가도 꼭 확인해야
- 뜨거운 가슴보다 차가운 머리 필요할 때
뜨거운 ‘동학개미운동’, 성공 열쇠는 ‘타이밍’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많이 떨어지자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주식 투자를 처음 해보는 20~3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주식 투자 붐이 일어났다.

3월 한 달에만 130만 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새로 계좌를 만들었고 그중 80만 명은 생애 첫 계좌를 만들었다고 한다. 매수도 활발해 3월 한 달에만 12조7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했다. 이는 1월(6조3000억원)이나 2월(6조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같은 기간 동안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많이 팔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1분기에 개인 투자자가 25조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16조3000억원어치, 기관투자가는 9조6000억원어치나 매도했다. 한마디로 외국 기관투자가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파는 물량을 개인들이 사준 것이다.

◆ 과거 기준으로 싸다고 생각하면 오산

그러면 과연 이런 동학개미운동은 성공할 까.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을 예로 살펴보자.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3월 말까지 32거래일 동안 1억3000만 주 정도를 순매수했고 평균 매수 단가는 5만1600원 정도다. 그런데 3월 말 이 주식의 종가는 4만7750원이었으므로 동학개미운동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7.5% 정도 된다.

물론 저점에 매수했다면 단기간에 12% 이상의 수익을 거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6만원이 넘는 가격에 산 사람도 많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7.5%의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된다. 아직까지는 개인 투자자들의 판정패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새로 계좌를 개설하고 주식 투자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의 생각은 코로나19 사태는 언젠가는 극복될 것이고 각국에서 쏟아내는 막대한 돈들이 돈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기 때문에 현금보다 자산을 소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까지 상황 인식은 비교적 맞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는 종목과 타이밍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튼튼한 회사이고 망할 가능성이 낮은 회사이기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초보자들은 안정적이고 수익성도 좋은 편인 삼성전자에 투자하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더구나 1998년 외환 위기 때나 2008년 국제 금융 위기 때에도 급락했던 주가가 나중에는 회복됐기 때문에 이번에도 과거보다 쌀 때 우량주를 확보하자는 생각일 것이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물론 역대 최고가에 비해 20%나 조정된 지금 주가가 싸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와 사정이 달라졌는데 과거의 주가를 기준으로 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이 회사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상당히 선방한 실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은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수출 비율이 높은 회사다. 한국 내수 시장보다 글로벌 시장의 영향을 주로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의 코로나19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악화 일로에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의 소비 시장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구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3월 말 기준으로 미국 판매점(retail store)의 방문율은 예년보다 47% 줄었다. 쉽게 말해 상점을 찾는 사람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선진국은 코로나19 사태의 후폭풍인 대량 실직 사태가 뒤따르고 있어 소비 여력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쓸 돈이 제한되면 식료품 등 생존 필수 상품은 상대적으로 적게 영향을 받지만 자동차나 고급 가전제품·컴퓨터·스마트폰과 같이 내구 연한이 긴 상품은 바로 영향을 받는다.

내구재는 기존의 낡은 것을 사용해도 된다. 이 때문에 한정된 예산을 소비재를 사는 데 먼저 쓰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성전자도 2분기 이후 실적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 분위기에 휩싸인 투자는 금물

물론 이런 악재는 삼성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위기의 시간을 오히려 시장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그런 능력이 있는 회사라고 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사들을 떨쳐버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투자의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만 잘한다고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원이고 미국에 있는 A 경쟁사의 주가가 50달러라고 가정해 보자. 이때 환율이 달러당 1200원이라고 하면 두 회사의 주가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미국 주식 시장이 급락해 A 경쟁사의 주가가 25달러로 떨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런 상황이라면 삼성전자와 A 경쟁사의 주식 중 투자 대상을 고르고 있던 투자자라면 A 경쟁사의 주식을 사려고 할 것이다. 결국 주식 투자는 한국 주식 시장만 봐서는 안 되고 다른 나라의 주식 시장도 같이 봐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은 어떠할까. 동학개미운동이 시작된 2월 중순 57.18%였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3월 말 54.92%로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1억3000만 주 이상을 처분했다. 외국인 기관투자가들은 삼성전자보다 가성비가 더 좋은 다른 나라 주식들에 투자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주식을 판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많이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팔 지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때의 금 모으기 운동이 아니다. 외환 유동성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금을 모아 수출하자는 ‘금 모으기’ 운동과 수익을 올리기 위한 주식 투자는 전혀 다른 것이다.

한국 우량 기업이 외국 자본의 소유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순수한 마음으로 투자한 것이라면 앞으로 주가가 얼마인지 확인하지도 말고 묵혀 두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수익을 거두기 위한 투자라면 분위기에 휩싸인 투자는 금물이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파는 이유는 개미들이 그 주식을 높은 가격에 계속 사주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이익을 보고 있는 그 누군가의 부추김에 넘어갈 필요는 없다. 투자는 뜨거운 가슴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차가운 머리로 해야 하는 것이 때문이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2호(2020.04.13 ~ 2020.04.19)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