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74호 (2020년 04월 29일)

‘언택트 확산’ 날개 단 스튜디오드래곤…‘글로벌 드라마 왕국’ 노린다

기사입력 2020.04.27 오전 10:49

-정교한 흥행 예측·스타 작가진 강점…넷플릭스 제휴로 도약 발판, 기대작 ‘더 킹’도 주목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최고 기대작

올해 스튜디오드래곤의 최고 기대작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흥행한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 잘 쓰인 대본, 세련된 연출, 배우의 연기력과 명성 등이다. 국내외 시청자를 사로잡은 ‘도깨비’, ‘호텔 델루나’, ‘사랑의 불시착’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들 히트작 사이엔 또 하나의 교집합이 있다. 바로 드라마 스튜디오 ‘스튜디오드래곤’의 손길이다. 

히트 드라마들을 앞세운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한국을 넘어 전 세계 톱10 미디어 콘텐츠 회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이은 히트작의 방영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언택트(비대면) 산업’이 각광 받으면서 드라마 콘텐츠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이 2~3분기에 한한령을 해제한다면 한국 드라마 콘텐츠에는 날개가 달릴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타임워너·월트디즈니와 겨룰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더할 나위 없는 타이밍을 맞이한 것이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CJ ENM이 2016년 5월 드라마 사업본부를 물적 분할한 것이 ‘스튜디오드래곤’의 시작이다.

‘언택트 확산’ 날개 단 스튜디오드래곤…‘글로벌 드라마 왕국’ 노린다


◆CJ ENM이 세운 국내 최초 드라마 스튜디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NM이 보유한 tvN·OCN 등 채널에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고 지상파와 종합 편성 채널 등 전통 미디어와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 제작에 필요한 모든 프로세스를 총괄하는 동시에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고 있다. 대규모 제작 역량과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국내 최초의 ‘드라마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스튜디오드래곤의 크리에이터는 197명, 연간 드라마 제작 수는 지난해 기준 28편, 보유한 라이브러리는 152편이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의 매출액은 4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5% 성장했다. 이 중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비롯해 미주·유럽·아시아 등 전 세계 국가에 판매한 해외 매출액은 1604억원으로 전년 대비 45.5% 성장했다. 단가 인상과 함께 판매 지역이 늘어났고 OTT발 사업 모델이 확대된 것이 해외 매출액 향상을 이끌었다.

편성 매출은 20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87억원으로 전년 대비 28.1% 역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tvN ‘미스터 션샤인’의 높은 실적에 대비한 역기저 현상과 4분기 일부 드라마 성과 미달에 따른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CJ ENM에서 분사한 이유는 드라마 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의 드라마 시장은 지상파 중심이었다. 하지만 1991년부터 프로그램 다변화를 위해 외주 제작 제도가 시작됐고 드라마 시장에서도 외주 제작사들에 문이 열렸다. 이를 통해 소규모 제작사들은 연평균 1~2편의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대작 드라마’는 시장이 영세해 탄생하기가 어려웠고 방송가는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 스타 캐스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노하우와 자본 부족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한계가 있었다.

2000년대 들어 드라마 시장엔 채널의 다양성이라는 또 하나의 변화가 생겨났다. 지상파 외에 케이블과 종합 편성 채널 등이 드라마를 방영하기 시작했고 IPTV, OTT 등 매체도 다양해졌다. 콘텐츠의 ‘국경’도 허물어졌다.

복잡 다변화된 드라마 시장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프로듀서 중심 조직을 구축했고 제작비 100% 지급을 통해 상생을 꾀했다. 중소 제작사에는 안정적 수익 모델을 제공하고 콘텐츠의 해외 유통을 확대하려는 의도였다. 그 결과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는 드라마 스튜디오가 제작의 중심에 서게 됐다.


‘언택트 확산’ 날개 단 스튜디오드래곤…‘글로벌 드라마 왕국’ 노린다


◆‘스타 작가’ 영입으로 콘텐츠 기대감 높여

이에 따라 제이콘텐트리·카카오m 등 콘텐츠 제작사들이 속속 등장했고 최근엔 지상파 방송인 SBS도 드라마 전문 제작사 ‘스튜디오S’를 설립했다. 늘어난 경쟁자들 속에서 스튜디오드래곤은 뚜렷한 강점을 지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첫째는 사업 역량이다. 드라마 산업은 변수가 잦고 대중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워 불확실성이 큰 시장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스튜디오드래곤은 2007년부터 CJ ENM 드라마사업부문을 통해 드라마 산업을 이어 오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대략적 성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즉 배우·연출·작가·소재·스토리를 두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해야 할지, 국내외 유통·부가 사업으로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이 얼마일지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전략은 크게 세 단계다. 먼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경쟁 우위를 선점한 후 사업 협상력을 강화한다. tvN과 OCN뿐만 아니라 지상파까지 TV 편성을 확대할 수 있다. 또 OTT 등 콘텐츠 플랫폼을 확대함으로써 부가 매출을 창출한다. 아시아 지역에서의 제작 영향력을 확대하고 현지화에 시동을 거는 것은 필수다. 이를 위해 스튜디오드래곤은 현지 드라마 제작과 IP 리메이크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둘째는 스타 크리에이터와의 활발한 협업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자회사를 통해 보유한 크리에이터진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2016년부터 스타 작가들이 소속된 제작사의 지분을 꾸준히 인수해 왔다. 핵심 제작 자회사로는 문화창고·화앤담픽쳐스·KPJ·지티스트 등이 있다. 이를 통해 스튜디오드래곤은 김은숙(‘도깨비’, ‘미스터 선샤인’), 박지은(‘사랑의 불시착’), 김영현·박상연(‘아스달 연대기’), 노희경(‘라이브’, ‘디어 마이 프렌즈’) 작가 등 내로라하는 국내 스타 작가들과 손잡을 수 있게 됐다.

연출자로는 김원석(‘미생’, ‘시그널’), 이응복(‘태양의 후예’, ‘도깨비’), 이윤정(‘커피 프린스’, ‘치즈인더트랩’) 연출자 등이 속해 있다. 이름만으로도 화려한 제작진을 영입함으로써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하는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스타 작가의 집필만으로 해외 수출이 확정되는 등 이미 드라마 시장에서는 출연 배우 못지않게 제작진의 ‘명성’도 중요해진 지 오래다.

5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스튜디오드래곤의 대작

5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스튜디오드래곤의 대작


◆넷플릭스 손잡고 콘텐츠 공급처 다변화 나서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문화와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드라마 제작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스튜디오드래곤엔 ‘텐트폴(제작사의 라인업에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콘텐츠)’과 ‘OTT’가 향후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의 텐트폴은 송중기·김지원 씨 주연의 tvN ‘아스달 연대기’였다. 텐트폴은 제작사의 실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5월 ‘아스달 연대기’ 공개 시점부터 스튜디오드래곤의 주가가 하락했다. 대신증권은 이에 대해 한국 시청자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스토리로 5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9년 실적 발표를 통해 방영권료와 넷플릭스 동시 방영 판권으로 손익분기점(BEP) 수준을 달성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주가는 하락 폭의 70%를 회복했다.

지난해 ‘아스달 연대기’가 있었다면 올해는 ‘더 킹 : 영원의 군주’다. 김은숙 작가가 집필하고 이민호·김고은 씨 등 한류 스타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4월 17일 SBS를 통해 첫 방영됐는데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얻고 있다. 다만 ‘아스달 연대기’처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회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더 킹’은 SBS 방영권료와 넷플릭스 동시 방영 판권료로 이미 제작비를 회수해 ‘아스달 연대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언택트 확산’ 날개 단 스튜디오드래곤…‘글로벌 드라마 왕국’ 노린다


또 하나의 관건은 OTT 플랫폼과의 제휴다. 지난해부터 신규 플레이어들이 시장 진입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OTT 경쟁의 막이 올랐다.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등 기존 OTT 플랫폼에 이어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플러스 등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진입했다. 국내에서도 웨이브와 왓챠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이 성장 중이다. 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다수의 콘텐츠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콘텐츠 공급처의 등장은 드라마 제작사들엔 단연 ‘수혜’라고 할 수 있다. 공급의 판로가 늘어남으로써 투자비를 확보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KTB투자증권은 넷플릭스와 스튜디오드래곤의 계약에 따라 향후 2025년까지 스튜디오드래곤이 약 4635억원의 넷플릭스 판매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효지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부터 타 글로벌 OTT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된다면 추가적인 한국 콘텐츠의 구매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구매자가 증가하고 한정된 콘텐츠 수를 고려한다면 향후 판권 가격이 상승하고 구작 판매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시장에선 이미 자리 잡은 넷플릭스가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에 눈을 돌린다는 점도 호재다. 지난 연말 스튜디오드래곤은 글로벌 1위 OTT 넷플릭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격 체결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부터 3년간에 걸쳐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5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 가입자들이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함께 나선다.

또 유통권을 보유한 스튜디오드래곤의 제작 콘텐츠 일부 작품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이게 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과 유통 콘텐츠 수는 최소 21편 이상이다.

mjlee@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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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20-04-28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