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돋보기]
‘상위 30%의 자발적 기부’가 코로나19 대책인가 [김태기의 경제 돋보기]
[한경비즈니스 칼럼 =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재정부는 정치하지 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 긴급지원금을 국민 100%에게 지급하자는 요구에 기획재정부가 동의하지 않자 집권 여당이 윽박질렀다. 우여곡절 끝에 상위 30%가 지원금을 자발적 기부로 반납하는 모양새로 됐지만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의 첫 작품 치고는 졸작이다.

정부가 돈을 줬다가 빼앗는다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자발적이라는 말이라도 쓰지 않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여당은 코로나19 대책으로 재난기본소득을 꺼내 들었다가 기본소득의 개념조차 모른다는 비판에 긴급지원금으로 용어를 바꿨다. 그러면서 긴급지원금이 코로나19 위기 대책의 핵심처럼 둔갑했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는 시작일 뿐이다. 항공과 대면 서비스업은 벌써 1차 충격을 맞았고 세계 경기 침체로 제조업이 2차 충격에 들어갔고 금융이 3차 충격을 맞게 될 것이다.

지난 3월 1차 충격으로 이미 일시 휴직자가 363%나 폭증하며 사실상 실업률이 10%를 훌쩍 넘었다. 2차와 3차 충격을 막지 못하면 스페인 등 남부 유럽처럼 실업률이 30%를 뛰어넘을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은 임기응변적인 대책에 매달린다. 이미 예고됐던 대량 실업이 발생하자 고용 유지 지원금을 늘렸다.

비상 경제 대책은 방향과 전략을 잃었고 긴급의 우선순위는 물론 단계별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재정 확대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긴다.

금년도 경제성장률은 1980년 석유 위기와 1998년 외환 위기에 이어 50년 사이에 3번째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두 번의 경제 위기는 성공적으로 이겨냈다. 결정적 요인 중 하나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 결정에 있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라며 전문가에게 힘을 실어 줬다.
김대중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당이 경제 사령탑을 흔들지 못하게 했다. 여당이 정치하지 말라며 기재부를 공격하는 오만함을 막았다.

두 번 모두 경제 사령탑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도록 구조 개혁의 청사진도 만들었다. 그 덕분에 1981년과 1998년 모두 경제성장률이 큰 폭의 플러스로 반등했고 산업의 경쟁력도 올라갔다.

정부도 인정했듯이 코로나19 경기 침체는 오래간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미국·중국·유럽은 코로나19 충격이 유례없이 큰 데다 한국 경제의 체력은 소득 주도 성장으로 고갈됐기 때문이다.
경기가 V자 반등은커녕 L자를 그리면서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권의 남은 임기 내내 경기 침체가 지속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처럼 여당이 경제 사령탑을 윽박지르고 경제 위기 대책이 방향과 전략을 잃으면 문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에서 임기를 마치게 된다.

3차 충격으로 금융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물론 마지막 보루인 재정도 결국 위기에 처하게 된다.

국회까지 완전히 장악한 문 정권은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코로나19 위기 해결의 성공이나 실패도 집권 여당의 몫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불안이 총선 압승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여당에 악몽이 될 수 있다.

두 번의 경제 위기를 성공적으로 해결한 배경에는 여야 협력, 민·관 협력, 노사 협력이 있었다. 협력은 정책이 꼼수가 아니라 정석을 따르게 만드는 힘때문에 가능했다. 코로나19 승리의 길은 멀다. 집권 여당의 각성이 요구된다.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