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274호 (2020년 04월 29일)

‘출시 두 달 만에 3만 대’…에너지 효율 극한에 도전한 ‘그랑데 AI 건조기’

기사입력 2020.04.27 오후 05:01

[비즈니스 포커스]

- 삼성전자 ‘프로젝트 프리즘’ 두 번째 제품

- 국내 유일 에너지 1등급, 전기요금 20% 가까이 절감


‘출시 두 달 만에 3만 대’…에너지 효율 극한에 도전한 ‘그랑데 AI 건조기’


[한경비즈니스=이현주 기자] 삼성전자의 ‘프로젝트 프리즘’의 둘째 제품인 그랑데 인공지(AI) 건조기가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1월 29일 출시 한 달 만에 판매량 1만 대 돌파로 기존 건조기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1만 대에 도달한 데 이어 출시 두 달여 만에 판매량 3만 대를 넘어섰다. 그랑데 AI 세탁기 또한 출시 두 달여 만에 2만 대 이상 판매됐다. 건조기와 세탁기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랑데 AI 건조기의 인기 배경에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삼성 그랑데 AI는 국내 시판 제품 중 유일하게 에너지효율등급이 1등급이다. 올해 3월부터 한국에너지관리공단이 시행한 건조기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제도에서 1등급을 인증 받았다. 또 삼성전자는 미국 환경청(EPA)이 주관하는 ‘2020 에너지 스타상’에서 에너지 고효율 제품 확대와 에너지 저감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상인 ‘지속 가능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효율 향상으로 에너지 소비 감소  
최근 필수 가전의 반열에 오른 건조기는 당분간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류 건조기 시장은 해외에서는 보급률이 80%에 이르는 반면 국내는 아직 20% 수준으로 성장 잠재력은 큰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의류 건조기 시장 규모는 연간 100만 대, 약 1조원에 이른다.



건조기 보급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국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제와 유사한 고효율 제품 장려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고효율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것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일이다. 특히 건조기는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제도를 시행하는 주요 11개 가전제품 가운데 에너지 사용량이 넷째로 많은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건조기의 1등급 제품 개발을 시급한 과제로 인식하고 1년 넘는 기간 동안 선제적인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한국에너지관리공단에서도 의류 건조기의 시장성을 인지하고 올해 3월부터 에너지등급표지제를 적용하며 기업들의 고효율 혁신 제품 개발을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가장 높은 1등급 제품은 전력 소모량을 최하 5등급 제품보다 30~40% 정도 줄일 수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랑데 AI 건조기는 1회 건조하는데 전기요금이 95원으로 기존 제품보다 약 20% 절약된다.



그랑데 AI 건조기는 ‘설계’ 단계부터 혁신 기술력을 선보이면서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건조기는 따뜻한 공기로 빨래를 말린다. 건조통 안에서 젖은 빨래를 거친 습한 공기를 제습하고 그 공기를 다시 뜨겁게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건조되는 원리다. 이때 공기를 차갑게 그리고 뜨겁게 해주는 것이 열교환기와 컴프레서의 역할이다.



건조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컴프레서의 압축실 용량이 커져야 했다. 크고 넓은 엘리베이터가 더 많은 사람을 한 번에 이동시키듯 컴프레서 압축실 용량이 클수록 더 많은 냉매를 한 번에 압축할 수 있다. 냉매가 압축실을 통과할 때마다 에너지가 사용된다면 압축실 통과 횟수를 줄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열교환기를 키우는 것도 과제였다. 창문이 클수록 바람과 공기가 더 잘 순환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바람의 통로가 넓어지면 풍량을 키울 수 있고 이는 바로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그랑데 AI 건조기는 히트 펌프 방식 건조기의 핵심 부품인 열교환기 면적 약 40%, 컴프레서 압축실 용량 26%를 기존보다 키워 효율을 높였다.



또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적 온도인 ‘마법의 온도 섭씨 영상 60도’를 찾아냈다. 건조기 살균의 핵심은 온도로 통한다. 그랑데 AI는 젖은 빨래와 마른 빨래에서 모두 살균 인증을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높은 온도에 도달했다고 살균되는 게 아니다”며 “섭씨 영상 60도, 70도에 죽는 균이 다 다른데 일정 시간 이상 그 온도를 유지해야 균과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3월 23일부터 시행하는 ‘으뜸 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 사업’에 맞춰 별도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고효율 제품을 구매하면 별도로 최대 70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특별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환급 대상은 아니지만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건조기인 삼성 그랑데 AI에 대해서도 12만원 상당의 특별 할인을 진행한다.



[인터뷰]

위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

“친환경 중시, 개발 기간만 1년…1200만 건 사용 데이터 분석”


‘출시 두 달 만에 3만 대’…에너지 효율 극한에 도전한 ‘그랑데 AI 건조기’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맞춤형 가전 시대를 선언하고 ‘비스포크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후 올해 초 두 번째 신제품으로 ‘그랑데 AI 건조기’를 내놓았다. 위훈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최근 국내에서도 건조기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는 새로운 트렌드에 주목해 소비자 개개인의 사용 패턴에 꼭 맞는 세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그랑데 AI를 개발하게 됐다”며 “‘대용량’과 ‘에너지 효율’을 통해 답을 찾아 나갔다”고 말했다.



그랑데 AI 건조기는 생활 가전 사업의 새로운 비전인 ‘프로젝트 프리즘’의 두 번째 신제품입니다. 왜 건조기였습니까.
“그랑데 AI는 번거로운 가사 노동인 세탁과 건조의 경험을 혁신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세탁과 건조는 습관적으로 하지만 매번 코스를 선택해야 하고 세제량도 맞춰 넣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죠. 헹굼이 깨끗하게 됐는지 고민도 됩니다. 삼성전자는 이런 소비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그랑데 AI를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프리즘 1(비스포크 냉장고)’이 제품의 외관과 디자인 등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였다면 프리즘 2는 소비자 경험의 혁신에 조금 더 무게를 둔 제품입니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도 건조기 보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세탁에서 건조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경험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새로운 트렌드에 주목해 소비자 개개인의 사용 패턴에 꼭 맞는 세탁(건조)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그랑데 AI를 프리즘 2로 선보이게 됐습니다.”



건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후발 주자에 해당합니다. 어떤 도전 과제가 있었습니까.
“삼성전자는 2018년 국내 최대 용량(16kg)의 그랑데 건조기를 가장 먼저 출시하며 대용량 건조기 시장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그랑데 건조기 출시 이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이불처럼 부피가 큰 세탁물을 건조기에 돌리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죠. 하지만 그랑데 건조기 출시 이후 16kg 대용량 건조기는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랑데 건조기는 용량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세척 가능한 열교환기 등 위생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킨 제품입니다. 하지만 국내 건조기 보급률은 전체 가구 수의 약 20%에 불과하죠. 건조기를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전기요금이 많이 들까 걱정이 돼 구매를 망설이는 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개발하는 데 힘썼습니다. 이를 위해 건조기의 ‘심장’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와 열교환기를 국내 최대 용량으로 키웠습니다. 하지만 외관의 크기는 기존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부품 크기만 키워야 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부품들의 배치를 효율화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달라진 부품의 크기에 맞게 내부 공기 흐름(유로)을 최적의 상태로 설계하고 드럼의 마찰력 같은 기구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큰 도전이었습니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이라는 콘셉트는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그랑데 AI는 경영진에서 각 부서 담당자들에 이르기까지 머리를 맞대 기획한 제품입니다. 매주 상품기획·개발·마케팅·디자인·품질 등 각 부분의 임원과 실무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아이디어를 검증하며 신제품 개발을 준비했습니다.”



개발 과정은 얼마나 걸렸습니까.
“개발에는 1년 넘는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개발 과정에서의 우선순위는 인공지능(AI)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소비자의 세탁·건조 과정에서의 불편이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다음으로 에너지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도록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에 큰 비중을 뒀습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고효율 등 친환경을 중시하는 것은 삼성전자의 제품 철학 전반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AI 응용은 어떻게 이뤄졌습니까.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에 적용된 AI 기술은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 두 가지로 나뉩니다. 온디바이스 AI는 자기가 구매한 기기에 저장된 정보만을 기준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가장 많이 사용한 기능을 우선순위로 골라주지만 클라우드 AI는 빅테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사용 특성을 파악하고 학습해 더 정확한 맞춤 추천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2016년부터 세탁기와 건조기 사용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해 1200만 건 이상의 세탁·건조 사용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빅데이터를 토대로 고객의 라이프사이클과 외부 기후 조건에 따른 고유한 운전 패턴을 이해하게 됐고 ‘AI 맞춤세탁’, ‘AI 맞춤 건조’ 같은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면 할수록 소비자의 성향을 이해하고 이를 반영해 최적의 맞춤 행정을 진행합니다.”



그랑데 AI의 타깃 고객군은 누구입니까.
“그랑데 AI는 주력 소비층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와 밀레니얼은 아니지만 이들과 유사한 사고방식과 마인드를 가진 소비자들을 위해 개발한 제품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우리 사회 전반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주요 소비층으로 성장했습니다.”


chari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20-04-28 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