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커피 시장 규모 12조원 훌쩍 넘어
-‘가성비’에서 ‘맛’으로 소비자 선택 무게 추 이동
갈수록 깊어지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2020 커피업계 트렌드는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술·담배·커피를 일컬어 흔히 ‘3대 기호식품’이라고 부른다. 특유의 맛과 향을 갖고 있어 한 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꾸준히 찾게 되는 식품들이다. 어떤 이들은 스트레스 완화나 업무 집중에 도움을 받는다고 느껴 ‘중독’됐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입에 달고 살기도 한다.

3대 기호식품 중에서도 해를 거듭할수록 유독 도드라지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 바로 커피다. 음주율과 흡연율은 지지부진하거나 점차 떨어지는 모습이다. 오래 즐길수록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도 수시로 ‘금연’과 ‘금주’를 선언하는 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커피는 다르다. 적당하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개선, 치매 예방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 등이 꾸준하게 나오며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커피 시장은 계속 규모가 커지고 있고 증가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국내 커피업계 역시 ‘업그레이드된 맛’으로 무장한 새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관세청이 제공하는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국내의 커피 소비량을 가늠할 수 있는 ‘커피류(원두·생두 등)’ 수입량은 지난해 약 16만8000톤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억6200만 달러(약 8142억원)에 달한다. 수입량은 전년(약 15만8000톤) 대비 6.3% 늘어났고 수입액도 전년(약 6억4000만 달러)보다 3.4% 증가했다.
갈수록 깊어지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2020 커피업계 트렌드는
늘어나는 커피류 수입량에 비례해 국내 커피 산업 역시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커피 산업의 트렌드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2016년 약 5조9000억원에서 2018년 6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단 이 수치는 커피 관련 프랜차이즈 및 생산업체들 중 매출 집계가 가능한 곳들만을 대상으로 계산한 것이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커피 전문점은 일일이 매출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빠졌다”며 “이들까지 포함하면 커피 산업의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커피를 아이템으로 삼아 창업의 길로 뛰어드는 이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은 2016년부터 ‘전국사업체조사’를 통해 커피 전문점 수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그 수를 보면 2016년 5만1551개에서 2018년 6만6576개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만 개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갈수록 깊어지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2020 커피업계 트렌드는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커피업계에서는 소규모 자영업자까지 포함한 전체 커피 시장 규모가 12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바라본다. 국내 맥주 시장 규모가 약 5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지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최근 이어지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들의 공세도 전체 커피 시장의 규모를 키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커피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잇달아 ‘한국 공략’을 목표로 내세우는 해외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고 점포 수를 늘려 나가고 있다. 그만큼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이 커피를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도 넓어졌고 업체끼리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대중화돼 가는 ‘스페셜티 커피’

커피업계에서도 계속 늘어나는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을 매년 새롭게 내놓고 있다. 현재 커피업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맛의 업그레이드’를 꼽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제공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커피에 대한 관심이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새롭거나 고급스러운 맛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맛만 좋다면 기꺼이 ‘커피 한잔’에 흔쾌히 지갑을 여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스페셜티 커피’의 대중화를 예로 들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가 정한 엄격한 품질 기준에서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고급 커피를 의미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페셜티 커피는 커피 시장에서 새로운 틈새시장, 즉 ‘니치마켓’으로 분류됐다. 일반 커피보다 가격이 비싸 일부 ‘커피 마니아’들만 주로 찾았고 파는 곳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점차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커피숍뿐만 아니라 마트·편의점 등 어디에서나 스페셜티 커피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상황이다.

일찌감치 이런 추세를 감지한 국내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스페셜티 커피 전용 매장을 점차 늘려 가고 있고 커피 제조 업체들도 스페셜티 제품들을 잇달아 출시했기 때문이다. 쓴맛으로 외면 받았던 에스프레소도 인기다. 원두 그대로의 풍미를 느끼기 원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생긴 변화다.

그런가 하면 카페인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디카페인 커피’도 최근 각광받고 있다. 최근 직장인들 중에 하루에 커피를 기본 3~4잔 마시는 이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커피 역시 적당히 마시면 몸에 도움이 되지만 과하게 음용하면 불면증과 위궤양 등 몸에 오히려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커피 애호가들이 카페인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찾는 대안이 바로 디카페인 커피다.

커피업계는 현재도 계속 급변하는 트렌드를 찾는 데 여념이 없다. 향후에도 이를 반영한 다양한 신제품 출시를 통해 꾸준히 확대되는 커피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 갈 계획이다.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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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4호(2020.04.27 ~ 2020.05.03)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