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가 바꾼 스타트업 투자 지도]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 인터뷰
“‘우버모델’은 한국에서 안 통해…맞춤형 서비스로 승부해야죠”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 택시업계와 플랫폼업계 간 긴 갈등 끝에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멈춰 섰다. 반면 ‘제도권 내에서 혁신’을 이루겠다는 기업들은 기회를 잡았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가 대표 주자다. KST모빌리티는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타다금지법)’ 국회 통과 이후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3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230억원에 달한다. 개정안 입법으로 국내 모빌리티 플랫폼 산업의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자 투자자들이 KST모빌리티에서 성장 가능성을 본 것이다.

◆사업 초기부터 택시 운전사에게 ‘환영’ 받아

택시업계의 ‘적’이었던 타다와 달리 마카롱택시는 운행 초기부터 택시 운전사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기존 택시 사업자나 이해관계인과 상생 가능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KST모빌리티는 2019년 법인택시회사를 인수해 직영 택시로 마카롱택시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후 여러 법인 택시와 개인택시에 마카롱택시 사업 모델을 플랫폼 가맹 사업 방식으로 이식해 가고 있다. 현재 KST모빌리티와 가맹 계약을 체결한 택시는 서울 3600여 대, 지방 4000여 대 등 약 7600대다.

KST모빌리티는 최근 플랫폼 가맹 사업 구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4월부터 서울·대전·대구·세종시·제주·수원 등 10개 지역에서 플랫폼 가맹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앞으로는 경기도·부산 등 주요 광역시를 중심으로 사업 구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행열 KST모빌리티 대표는 한국 모빌리티업계에 하루아침에 등장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교통 결제 서비스 기업 ‘티머니’에서 교통사업팀장과 택시사업팀장으로 13년간 일하며 한국 모빌리티 생태계를 꾸준히 분석해 왔다.

당시 이 대표는 한국 모빌리티 시장에서 ‘우버형 공유 경제’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유 경제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거나 택시 요금이 굉장히 비싼 시장에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완벽한 교통 체계를 갖추고 있는 시장에서 공유 경제는 수익을 제대로 내기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 대표는 “한국은 대중교통이 거의 모든 운송을 책임지고 있고 대중교통의 빈 영역을 다른 나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택시가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택시의 미흡한 부분’만 보완하면 한국형 모빌리티 서비스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찾은 경쟁력은 ‘맞춤형 서비스’다. 마카롱택시 역시 다른 택시 플랫폼과 마찬가지로 호출을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수익성을 위해 ‘속도’와 ‘규모’보다 ‘소비자의 요구’에 초점을 맞췄다. 마카롱택시는 민트 컬러로 단장한 차량, 무료 와이파이·생수·마스크 등 기본 편의 물품, 전문 교육을 이수한 드라이버 등으로 브랜드 차별화 전략을 펼쳐 왔다.
실시간 호출뿐만 아니라 최소 2시간 전부터 최대 7일 전까지 원하는 시간대에 택시를 예약할 수 있다. 특히 ‘메모하기’ 기능을 통해 요구 사항을 별도로 주문할 수 있다. ‘지하 2층까지 내려와 달라’, ‘캐리어가 많으니 큰 차로 보내 달라’ 등 수요자의 요구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카카오 같은 대형 사업자가 커버하기 힘든 ‘디테일’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KST모빌리티는 마카롱택시에 현재 운영되고 있는 ‘카시트’ 서비스에 이어 ‘병원 동행 이동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병원 동행 이동 서비스는 부모님·자녀·임산부 등 병원 동행이 필요한 교통 약자에게 동행 매니저를 매칭해 이동은 물론 진료 목적의 병원 방문과 관련한 제반 사항까지 지원하는 서비스다.

마카롱택시는 이후 더 세분화된 요구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예를 들어 ‘매일 저녁 7시, 자녀 학원 픽업’과 같은 반복적 일정을 소화하거나 ‘아침 7시 30분 탑승, 샌드위치-아메리카노 세트와 함께’ 등과 같은 이동 이외의 서비스를 운송 서비스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빅데이터 속에서 소비자들의 니즈를 찾아내 다양한 서비스를 얹는 식으로 택시를 통한 혁신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타다금지법이 통과되면서 일각에서는 한국형 모빌리티 혁신의 초점이 ‘택시’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행열 대표는 이를 부정하지 않고 단숨에 “맞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낼지 고민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버모델’은 한국에서 안 통해…맞춤형 서비스로 승부해야죠”
◆제도권 내에서 혁신 이룰 것
이 대표는“여객운수법 개정안을 통해 모빌리티의 상상력을 제한했다는 목소리에는 동감한다”며 “지금은 규제와 싸울 때가 아니라 제도 내에서 혁신을 만들어 낼 때”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제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규제와 싸울 시기가 지났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교통부에서도 법을 따라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규제 샌드박스’로 뭐든 가지고 오라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이제부터 모빌리티업계의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혁신과 사업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KST모빌리티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수익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카카오택시처럼 호출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넘어 또 다른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를테면 현재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카시트’ 서비스를 유료화하면 3000원의 서비스 수익 중 1500원을 가져가는 형태다.
이 대표는 “이후 다양한 서비스를 얹으며 시장을 키우고 수익 모델을 안정화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예약비를 택시 사업자와 반으로 나누고 있지만 월회비나 가맹 수수료는 받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의 성장을 위한 인재 영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NHN 출신이다. 최고사업책임자는(CBO)는 가맹 산업에 특화된 SPC그룹 출신으로 각분야 인재들을 영입하며 IT·가맹사업·마케팅 DNA를 골고루 심었다.
KST모빌리티가 꿈꾸는 종착역은 ‘심리스(끊김이 없는) 모빌리티’다. 이 대표는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교통수단을 자신이 원하는 조건하에 예약하고 결제까지 한 번에 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진 노선을 달리는 대중교통과 노선이 정해지지 않은 택시, 지역 간 연결을 주도하는 광역 버스와 철도, 국가 간을 이동하는 비행기 그리고 그 외의 이동 수단을 책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까지.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하고 월 단위 통합 결제가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다.

통합 예약·통합 결제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든 이동 수단을 연결하는 운송 수단의 서비스화(MaaS : Mobility-as-a-Service)의 핵심이다.

KST모빌리티는 먼저 이를 위해 지난 3월 제주항공과 손잡았다. 양 사 회원을 대상으로 공동 프로모션 기획, 이동 서비스의 공동 상품 기획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는 협력 대상을 넓혀 나가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른 업계에서도 KST모빌리티와 손잡고 MaaS 실험에 나서고 있다. NHN은 지난 1월 KST모빌리티의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며 50억원을 투자했다.

NHN은 IT를 중심으로 페이코·벅스·한게임·티켓링크·TOAST·1300K·여행박사 등 핀테크·엔터테인먼트·게임·커머스·클라우드·광고 영역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폭넓은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먼저 마카롱택시에 간편 결제 시스템 ‘페이코’를 우선 도입한다. 이후 목적지나 소비자 생활 패턴 정보 등에 기반한 사용자 맞춤 서비스, 이동 수요에 부합하는 통합 예약 서비스 등의 공동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한 현대차그룹도 KST모빌리티와 손잡았다. 현대차가 투자한 국내 스타트업은 KST모빌리티와 코드42 등 단 2곳뿐이다.

이 대표는 “이동성 서비스는 결국 그 나라의 교통 환경에 적합한 형태로 개발되고 발전한다”며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로 한국형 MasS를 구현하고 택시를 통한 ‘제도 내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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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