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코로나19가 바꾼 스타트업 투자 지도]
-이재후 번개장터 대표 인터뷰
“연 거래액 1조원 돌파…‘중고 거래의 인스타그램’이 목표죠”
[한경비즈니스=안옥희 기자] 중고 거래 1위 플랫폼 번개장터가 새로운 수장인 ‘이재후 대표 체제’를 맞아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하고 대도약을 꾀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1월 취임한 이재후 대표의 지휘 아래 56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사업 실탄을 확보한 만큼 번개장터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새로운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올해 공격적인 경영을 펼칠 계획이다.

◆ 새 먹거리, 콘텐츠·서비스 강화

이 대표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 석사(MBA)를 마친 전문 경영인으로, 티몬에서 사업전략실·스토어그룹장·대표 등을 역임했다. 티몬 이전에는 관심 기반의 소셜 커머스 빙글에서 성장총괄이사를 담당했고 전략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다수의 유통·정보기술(IT) 프로젝트를 이끈 유통·이커머스 전문가다. 지난 1월부터 번개장터를 이끌고 있다.

“매력적인 중고 상품을 빠르고 쾌적하게 거래할 수 있는 ‘중고 거래의 인스타그램’을 만들겠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본사에서 4월 29일 만난 이 대표는 번개장터의 새로운 성장 전략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 대표가 구상한 사업 방향은 콘텐츠 강화와 서비스 고도화다. 중고 거래 쇼핑에 ‘콘텐츠’를 강화해 ‘재미’를 더하고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대표는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술 인력을 영입하고 리셀 컬처 마케팅과 슈퍼 셀러 양성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을 ‘개인의 취향까지 만족시켜 주는 매력적인 리셀 시장’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콘텐츠와 마케팅 전문가를 신규 임원으로 영입하면서 이 대표의 새로운 성장 전략은 본궤도에 올랐다.

이 대표는 “중고 거래 상품은 희소가치가 있는 리미티드(한정판) 아이템의 성격을 가진다”며 “이 때문에 개인의 관심을 끄는 재미 요소가 없다면 사용자들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꾸준히 유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가 재미형 커머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연 거래액 1조원 돌파…‘중고 거래의 인스타그램’이 목표죠”
최근 최재화 전 유튜브 마케팅 총괄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 정용준 전 카카오 SNS사업본부장은 최고제품책임자(CPO)로 영입한 것도 콘텐츠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이 대표는 “번개장터에서 거래가 많이 되는 상품군의 관련 콘텐츠와 개인 간 거래 과정에서의 다양한 배송 옵션에 대한 투자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 서비스를 위한 조직도 정비해 나가는 중이다. 엔지니어링·프로덕트·마케팅이라는 3가지 영역에서 인력을 집중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직원 수가 늘어나면서 번개장터는 최근 사무실을 확장 이전했다.

기존의 중고 거래 플랫폼들이 놓치고 있었던 부분인 ‘운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객관리(CS) 인력도 4배 이상 충원했다. 이 대표는 “보통 중고 거래 서비스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이나 커뮤니티 룰이라는 방식으로 많이 움직였고 ‘운영’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고객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 거래 시장 규모는 현재 약 20조원으로 고속 성장 중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명품이나 가치 있는 자산을 되파는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다. 번개장터도 리셀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유’가 아닌 ‘사용’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중고 거래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연 거래액 1조원 돌파…‘중고 거래의 인스타그램’이 목표죠”

◆ 리셀 문화 조성·슈퍼 셀러 키운다


이 대표는 “옛날엔 자산이라고 하면 ‘집’이었는데 요즘은 자동차, 중가 미술품, 한정판 스니커즈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컬렉션’을 만들어 나가는 소비 형태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결국 이 같은 ‘가치 소비’ 확산으로 중고 거래 시장은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셀 문화에 힘입어 중고 시장은 이제 더 ‘처치가 곤란한 상품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른 매력적인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보물 창고’로 진화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리셀 시장을 더 키워 나갈 계획이다.

번개장터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월간 거래액 1000억원, 자체 안심 결제(에스크로) 서비스 번개페이의 월간 거래액은 100억원을 넘어섰다.

고속 성장의 비결은 상품 검색, 물품 등록과 거래와 배송에 이르기까지 중고 거래의 모든 과정이 모바일 앱에서 원스톱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번개톡’, ‘번개페이’ 등 편의 서비스를 통해 앱 안에서 원스톱으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 대표는 번개장터가 가진 좋은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개선하고 중복되는 기능을 통합하는 등 서비스 완결성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결제 서비스로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 벌릴 예정이다.

이 밖에 지속적인 수익 창출 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신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가장 매력적인 중고 상품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그 상품을 가장 빠르고 쾌적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번개장터의 미션”이라며 “그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은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향력 있는 판매자를 ‘슈퍼 셀러’를 육성하거나 양질의 컬렉션을 보유한 판매자와의 협업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이 대표는 “현재 광고와 에스크로 결제, 디지털 컨시어지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는데 향후 감정 등 고객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계속 추가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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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5호(2020.05.04 ~ 2020.05.10)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