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 - 건강관리와 예방의학의 ‘게임 체인저’ 기대…데이터 유출과 사이버 공격에 철저히 대비해야
‘사물인터넷과 의료기술’의 결합 IoMT<의료사물인터넷>가 바꿀 미래는
[심용운 SKI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 최근 의학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기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사람들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매일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스마트 변기가 미국 대학과 국내 병원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스마트 변기는 내장 식별 센서가 장착돼 지문 인식처럼 사람들의 항문을 식별하고 대소변 DNA 분석을 통해 다양한 질병 증상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관심을 끄는 대목은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성 감염병까지 추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이 생활하는 다양한 공간이나 물건에 센서를 설치하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건강 관련 의료 데이터를 인터넷과 연결해 사람들의 건강 관리를 돕는 의료사물인터넷(IoMT : Internet of medical things)이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의료사물인터넷
IoMT는 기술적 관점에서는 의료 기기,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 건강 관리 시스템과 서비스가 상호 연결돼 의료 데이터를 생성·수집·전송·분석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딜로이트는 IoMT를 “디지털·물리적 세계를 통합해 질병 진단·치료의 속도와 정확성을 개선하고 환자 행동과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IoMT 기기로 사용되는 기기로는 스마트 시계나 렌즈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서부터 센서가 장착된 원격 환자 모니터링 기기, 약물 추적 시스템, 의료용품, 의료 기록과 약물 사용 기록 저장 장치, 장비 재고 추적 장치 등 다양한 의료 장비들이 포함된다.

IoMT는 센서가 부착된 기기에서 발생하는 건강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송해 의료 서비스 제공자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의료 기기의 수가 늘어나면서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와의 결합은 IoMT의 성장을 촉진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마켓앤드마켓은 IoMT 시장의 가치를 2017년 412억 달러에서 2020년 1581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IoMT 관련 환자와 연결된 의료 기기 부문(진단·모니터링·치료 지원)도 2022년까지 521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료나 헬스 케어 분야에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한 IoMT는 기존의 의료·건강 관리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질병의 정확성과 진단 시의성을 높일 수 있다. IoMT는 우리 실생활에 내재된 의료 관련 센서를 통해 수집된 환자의 건강 정보를 실시간으로 의사에게 보내 질병을 모니터링하고 사전에 만성 질환을 추적·예방할 수 있다. 특히 저전력 집적회로(IC)와 무선 통신을 통한 저비용의 가볍고 지능적인 바이오센서의 개발은 우리 건강 상태를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의료 기관의 관점에서는 운영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을 들 수 있다. IoMT는 병원 운영과 관리상 임상 프로세스의 개선, 의료 정보와 처리 과정 간소화, 복잡한 약물 관리 절차 개선, 유지 보수 관련 문제 예측, 건강 관리의 비용 효율성 향상, 의료 데이터 오류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환자의 관점에서는 병원 이용 시간 감소에 따른 편리성 증대를 꼽을 수 있다. 환자가 병원을 찾을 때마다 해야 하는 여러 가지 검사를 사전에 상당 부분 해결함으로써 불필요한 병원 방문, 장시간 대기 시간과 입원 시간을 줄일 수 있다. IoMT 기기가 실시간으로 환자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분석·전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리성과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IoMT를 우리 의료 환경에 광범위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기술적 측면에서 IoMT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 과부하 문제, 열악한 소프트웨어 인프라, 의료 관련 기기와 프로토콜 통합의 복잡성, IoMT 구현과 관련된 과도한 비용 문제 등이 지목되고 있다.

또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다 보니 아무래도 보안 이슈가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실제로 최근에 의료 기기 해킹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의료 기기가 해킹에 취약한 이유는 노후화된 운영체제 이용, 의료망과 업무망의 공동 사용, 의료 기기 시스템의 복잡성에 따른 관리의 어려움, 의료 기관 종사자의 보안 의식 결여 등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IoMT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IoMT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 의료 데이터, 병원 운영·관리 프로세스, 연결된 의료 기기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합해 환자 의료 정보 분석 결과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의료 관리 생태계 구축이 관건이다.

또 의료 데이터 분석을 통한 예방의학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AI와 IoMT가 더욱 밀접하게 접목돼야 한다. 이러한 AI와 IoMT의 결합에 따른 예방의학의 발전은 개인 건강 진단과 관리를 위한 스마트 웨어러블 기기의 증가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캐나다 워털루대 연구팀은 스마트 셔츠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에 AI를 적용해 건강 관리와 예방의학에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이버 보안과 환자 건강 관리 기록의 보호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운영에서의 데이터 유출을 방지하고 사이버 공격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감염에 대한 우려로 재택근무나 온라인 강의처럼 대면보다 비대면 방식의 일상생활이 보편화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방식의 확산은 향후 스마트 의료 측면에서도 많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원격 의료 늘어나
코로나19 이후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료 기관과의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원격 진료 같은 비대면 시스템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원격 진료는 그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발이 심해 의료법이 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경증 환자에 대한 전화나 화상 통화를 통한 진료를 허용하는 등 한시적으로 원격 진료 규제를 풀어주면서 원격 진료의 본격적인 도입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IoMT가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을 원격 관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들은 코로나19로 지친 의료계에도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반가운 소식이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의료 기술 회사인 마시모가 코로나19 사례를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클라우드 기반의 환자 관리 솔루션인 ‘마시모 세이프티넷(Masimo SafetyNet)’을 출시했다. 병원은 마시모를 통해 응급 회복 시설 같은 대체 치료 환경에서 웨어러블 무선 환자용 센서를 사용해 환자의 맥박수, 관류지수, 혈액 산소 포화 및 호흡 속도 등을 원격에서 관리하게 된다.

이 밖에 AARM의 COVID 모니터링 솔루션은 손목 밴드를 이용해 손목에서 감지되는 발열 지도를 사용해 특정 지역에서의 유행성 전염병의 확산을 보여준다.
‘사물인터넷과 의료기술’의 결합 IoMT<의료사물인터넷>가 바꿀 미래는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76호(2020.05.09 ~ 2020.05.15) 기사입니다.]